향후 정계개편 구심점 역할 추측 속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급락 ‘동력 있겠나’ 시각도
윤석열 대통령은 5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정례 국무회의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에 존재한 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첫 정례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 첫 번째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국민통합위를 의결한 걸 보면, 윤 대통령이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각 부처는 새롭게 출범하는 국민통합위와 적극 협력해 국민 통합에 최선을 다해달라”며 “아울러 국무위원들도 부처를 뛰어넘어 국가 전체를 보고 일해달라”고 지시했다.
국민통합위는 위원장 1명과 3명 이내 부위원장, 당연직과 위촉직 위원을 포함해 39명 이내로 구성된다. 당연직 위원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추경호), 교육부 장관(박순애), 법무부 장관(한동훈), 행정안전부 장관(이상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박보균), 보건복지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이정식), 여성가족부 장관(김현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영), 국무조정실장(방문규) 등이 참여한다. 또한 산하에 국민통합지원단이 있고, 필요한 경우 내부에 분야별 분과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지역협의회, 자문단 등을 설치‧운영할 수도 있다.
국민통합위 초대 위원장으로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내정됐다. 김한길 위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직속의 ‘새시대준비위원회’, 인수위 내 국민통합위에서도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국민통합위는 8월 15일 광복절 기념일과 17일 윤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공식 발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김한길 위원장은 최근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국민통합위 인선과 정책, 방향성 등에 대해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통합위는 출범 막판 인사 구성을 위한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통합위 측은 문재인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고위급 인사 및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과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통합위의 경우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소속 정당을 탈당하지 않고도 합류할 수 있어 민주당 인사들로서도 부담이 적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측 인사들이 합류하면 국민통합위라는 명칭에 구색이 갖춰진다. 그러다보니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 같다. 김한길 위원장은 민주당 당대표까지 지냈다. 그 인맥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인사는 합류를 타진 중이고, 고위급 인사의 경우 국민통합위 측에서 제안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영입대상으로 지목된 한 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통합위 역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통합위는 집행력을 가진 행정부처나 기관이 아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문위원회다. 하지만 행정부 핵심 장관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면, 김한길 위원장 직제는 총리급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민통합위가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구심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과거 김한길 위원장이 ‘창당 전문가’로 불린 만큼, 국민통합위가 신당 창당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이러한 분석은 제기된 바 있다. 송영길 민주당 당시 대표는 새시대준비위 김한길 위원장을 두고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본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는 순간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홍준표 의원은 팽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해 12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창당을 노리는 세력이 따로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반면 윤석열 당시 후보는 김한길 위원장 주도의 정계개편 가능성에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윤석열 정부 구성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행정부 주요 요직에 배치됐다. 이를 토대로 정치권에 입문할 가능성이 높다. 2024년 총선 전 검찰을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들 검사들이 추가로 있다는 말도 나온다”며 “그럼 공천 과정에서 기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이에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신당을 만든다는 시나리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여야 정당의 권력다툼이 신당 창당 틈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새시대준비위에서 일했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과 비명 계파 싸움이 한창이다. 김한길 위원장이 민주당 인사들에 접촉하는 것도, 이재명 의원이 차기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비명계를 통해 민주당의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며 “국민의힘 역시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 윤핵관 내 권력투쟁이 표출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에 피로감이 쌓이면 윤 대통령과 국민통합위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에 공간이 생긴다고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 재선 의원은 “김한길 위원장은 ‘창당 전문가’로 알려질 만큼, 누구보다 창당‧합당 등을 많이 해봤다. 한국 정치구조상 ‘제3지대’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섣부르게 신당 창당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급락한 현 상황에서 국민통합위 중심의 창당은 동력이 없어 발을 떼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7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자체 실시한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60%로, ‘잘한다’ 32%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긍정 평가는 전주 조사와 같은 수치를 유지했지만 부정 평가가 7%포인트(p) 상승해, 두 응답 간 격차가 28%p로 벌어졌다.
특히 정당 지지도를 보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39%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보다 7%p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당인 국민의힘을 배제하고 신당을 창당하기 어렵다는 평가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내 인사에게 영입제의가 왔다면 최근 당내 갈등을 고려했을 때 군불이 지펴졌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통합위 관련해서는 조용하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같이 이름이 거론돼 좋을 것 없다고 판단해 거리를 두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통합위의 정계개편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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