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가장 큰 매물은 대우건설. 옛 대우그룹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큰데다 서울역 앞 대우그룹 사옥인 대우센터빌딩의 주인이라는 점, 아직 김우중 전 회장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우건설 M&A는 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M&A계 큰손으로 떠오른 군인공제회에서 대우건설 인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8월30일 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묻는 질문에 관심 표명을 하면서 대우건설 인수전이 한층 가열된 것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측이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 새 주인 물색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쯤 새 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에만 2조3천억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1천8백78억원을 내며 사상 최고 흑자를 기록했다. 군인공제회 외에도 광주지역 건설업체인 대주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고, 최근 건설업 진출 선언을 한 웅진그룹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등 대우건설 인수전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1조1천억원가량의 자산규모와 수주잔액 17조원에 이르는 대우건설 인수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1조3천억원 이상의 현금동원력이 있어야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력으로만 놓고 보면 군인공제회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군인공무원 등의 생활안정자금 마련을 위한 기금조성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군인공제회는 지난 84년 설립 이후 공격적인 투자로 몸집을 불려왔다. 설립 당시 2백23억원 수준이던 자산규모가 올해엔 4조8천억원대까지 늘어났다. 지난 87년 덕평골프장 인수를 시작으로 M&A업계에 뛰어든 군인공제회는 이후 제일식품 고려물류 대한토지신탁 등을 잇따라 인수했으며 지난해엔 크라운제과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을 통해 7백억원을 들여 법정관리중이던 해태제과의 지분 32.9%를 확보했다.
최근 군인공제회의 주력 분야는 건설업종이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옆에 밀레니엄빌딩(공제회관)을 지었으며 종로구 경희궁의 아침, 여의도 리첸시아, 마포 오벨리스크 등 주상복합아파트를 연이어 건설해 손대는 곳마다 큰돈을 벌어들였다.
▲ 최근 군인공제회가 대우건설(사진)을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 ||
그러나 군인공제회의 대우건설 인수 희망 소문에는 수익성 외에도 특별한 사안 하나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필두로 한 구 대우세력과의 밀월설이 그것이다. ‘대우측과 물밑 교감을 맺은 군인공제회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이는 곧 대우 부활의 전주곡이 된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측은 “대우와 아무런 인연이 없다”며 ‘낭설’로 못을 박았다. 그러나 군인공제회-대우 간 뚜렷한 밀월 근거가 없음에도 시장에서 이 같은 소문이 수그러들지 않는 배경엔 군인공제회와 금호아시아나그룹 간의 ‘특별한 관계’가 한몫하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002년 사망한 고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녀 은형씨 남편이 김우중씨 차남 선협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김우중씨 일가와 사돈지간인 것이다.
얼마전 군인공제회는 지난 2003년 7월부터 갖고 있던 금호 계열사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군인공제회는 1천6백억원 투자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금호는 군인공제회가 갖고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해 다시 금호타이어 1대주주가 됐으며 군인공제회의 대량 주식 보유기간 동안 금호타이어 주가를 많이 올렸기 때문에 군인공제회-금호 관계가 증권업계에선 공생관계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투자 부문에서 교집합이 되는 건설 부문에서 공동투자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 동탄에서 금호어울림 아파트 5백 가구를 분양했다. ‘공급자 군인공제회-시공사 금호건설’로 이뤄진 파트너십이었다.
업계 다수 인사들은 윈-윈 관계로 엮인 군인공제회와 금호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에 주목한다. 김우중씨와 사돈지간인 금호측이 대우건설 인수전의 한 축이 되고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군인공제회가 경쟁 컨소시엄을 물리쳐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결국 대우건설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는 김우중씨측에 대우건설이 돌아갈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군인공제회가 대우건설 인수 이후 김우중씨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대우건설이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군인공제회측에 투자이익을 보장해준다’는 식의 시나리오가 대두되는 것이다. 물론 추측성 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최근 신문로 일대에 대우건설이 짓다가 중지한 빌딩터도 금호그룹으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는 ‘어디까지나 시장에 나도는 시나리오일 뿐’이라 일축한다. 군인공제회측 인사는 “금호 지분 매각은 수익성이 우리 목표치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라며 “금호와 사업 관계 이외의 특별한 인연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금호가 원하는 시점에 (군인공제회가) 금호 지분을 매각했다’는 일각의 추측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금호와 대우가 사돈관계이며 금호와 군인공제회 사이에 이뤄진 지분 매각 관계를 근거로 대우와 군인공제회가 교감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은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군인공제회는 현재 대우건설을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 우리금융지주 대한통운 등 웬만한 매물 기업에는 M&A 참여자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대우와의 관계 여부를 떠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계 큰손으로 떠오른 군인공제회의 사업확장이 계속될수록 이를 따라다니는 소문 또한 다양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