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함께한 특수통, 한동훈과도 잘 통하는 동기…낮은 기수에 ‘친윤’ 발탁, 조직 내 혼란과 반발 불가피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법조계 관련 인사에서는 믿는 사람을 중용하는 윤석열 대통령이기에, 이원석 차장검사가 함께 후보군이 오른 여환섭(24기), 김후곤·이두봉(25기) 고검장보다 기수가 낮더라도 파격 낙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원석 후보자를 낙점하면서 검찰 내 분위기는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고검장급(24~25기)을 포함, 지검장급(26기~)들 가운데 10여 명이 검찰총장보다 선배에 해당한다. 검찰총장과 동기인 지검장들도 있다. 때문에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사표를 낼 것으로 보이고, 사표를 낼 경우 ‘친윤 이원석’을 차기 검찰총장을 낙점한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분위기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보성 출신의 특수통 낙점
당초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8월 16일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 여환섭 법무연수원장, 김후곤 서울고검장, 이두봉 대전고검장을 총장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선택은 이원석 차장검사였다.
이 후보자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다. 중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 서울지검 동부지청 검사로 임관했다. 대검 수사지원과장과 수사지휘과장을 거쳐, 동 기수들 가운데 최고의 특수통만 간다고 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대검 기획조정부장, 제주지검장을 거쳐 현재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검사들 중에는 윤 대통령과 특수관계에 속하는 핵심 친윤으로 분류된다. 2007년 삼성 비자금 및 로비 사건을 함께했고, 2016~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해 구속한 바 있다.
당연히 부침이 있었다. 2019년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으로 승진,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이후 수원고검 차장으로 좌천되기도 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대검찰청 중수부 시절부터 함께 근무를 하면서 서로 수사 역량을 인정하는 특수통 중에도 특수통”이라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만큼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믿고 쓰는 검사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윤이 얻은 것? “믿을 수 있는 장관과 총장 세팅”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직후 첫 고검장·지검장급 인사에서 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임명됐다. 보통 ‘존재감’이 없는 자리로 분류되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중요했다. 김오수 전임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공석이 된 총장을 대리해야 했기 때문. 이에 믿을 수 있는 이원석 제주지검장을 차장검사에 앉혔고, 5월부터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주요 사건 수사를 원활하게 지휘해왔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조금씩 ‘유력후보군’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익명의 법무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된 법무부와 검찰의 소통 창구를 원활하게 회복시키는 동시에, 수사 지휘도 안정적으로 했다는 평이 나왔다”며 “검찰 인사를 비롯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주요한 이슈마다 동기인 한동훈 장관과 원활하게 소통을 해 잡음이 전혀 나지 않게 일처리를 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직접적인 검찰 수사는 검찰총장의 몫이기에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직접 전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검찰총장’이 편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과거에는 민정수석이 있었기 때문에 민정수석을 통해 수사 관련 진행 상황을 보고 받을 수 있지만 지금 대통령실은 그런 구조가 아니”라며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본인이 믿을 수 있고, 여차하면 직접 통화를 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가까운 이원석 후보자가 더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검찰총장 공석을 놓고 처음에 사법연수원 25기 김후곤·이두봉 고검장이나, 사법연수원 23기 구본선 전 광주고검장 등이 거론될 때에만 해도 27기인 이원석 후보자는 차차기 총장 유력으로 언급됐었다. 그런데 최근 유력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총장 대리’를 하며 보여준 역량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동훈 장관과 동기인 점도, 이원석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두 사람은 2003∼2004년 대검 중앙수사부 검찰연구관으로 같이 근무했다. 이들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후보자는 특수통으로 함께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한 경험도 있는, 비교적 가까운 관계”라며 “동기라고 다 친한 것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업무 능력을 인정하고 편하게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면에서 추천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상대하기 어려운 선배 후보자들보다 이원석을 선호하지 않았겠느냐”고 풀이했다.
#윤이 잃은 것? “기수 파격 선택 혼란 불가피”
다만, 사법연수원 27기로 경쟁자들보다 기수가 낮다는 점에서 파격 인사라는 평이다. 윤석열(23기)-김오수(21기) 전임 검찰총장들에 비해 기수가 크게 낮아진다. 특히 검찰총장 밑에 위치한 고검장급(24~25기), 지검장급(26기~30기)들 중에 10명 이상의 검사장은 후배 검찰총장을 모셔야 한다. 검찰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익명의 한 검사는 “이원석 후보자가 일일이 전화해 ‘나가지 말아달라’고 부탁해도 오랜 기간 검찰에서는 ‘검사장까지 했는데 후배나 동기가 총장이 되면 나가는 게 맞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총장 시절 동기들이 고검장을 하긴 했지만 이때도 다소 예외적이라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 27기가 총장이 되면서 25기나 26기 중에서는 사의를 표하고 나가는 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안 그래도 ‘친윤’만 요직을 꿰차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는데, 더욱 반발심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는 대목이다. 검사 출신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특수통만 중용했는데, 이번 총장 인사까지 ‘윤석열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며 “비특수통인 다수의 검사들의 사기는 떨어지면 떨어졌지 절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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