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실력 인정, 국정농단 사건 박근혜 직접 수사…수사기밀 유출 의혹도 불거져
이원석 후보자가 검사 생활을 하면서 처음 언론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떠들썩했던 삼성그룹 비자금 및 로비 의혹 수사를 위해 검찰은 특별수사·감찰본부를 꾸리고 수사 검사 인선을 밝혔는데, 박한철 본부장·김수남 특별수사본부 차장검사의 지휘 하에 사건을 수사할 멤버로 이원석 후보자가 이름을 올린 것.
당시 수사본부 면면은 화려했다. 대검 중수1과 소속이었던 윤석열(23기), 윤대진(25기) 검사를 필두로, 이원곤(24기), 박찬호(26기), 조재빈(29기) 검사 등이 포함됐다. 당대 잘나간다는 특수통들은 모두 소환됐는데 이 팀에 이원석 당시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 이주형 검사(사법연수원 30기) 등도 합류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윤석열 라인’, 일명 핵심 특수통 성골 멤버로 향후 분류됐다.
대검 중수부를 중심으로 하는 수사팀에서 실력을 인정을 받은 이원석 후보자는 이후 동기들 가운데 최고의 특수통들만 갈 수 있다는 자리만 역임하기 시작했다. 2014년 대검 수사지원과 과장, 2015년 대검 수사지휘과 과장을 거쳐 2016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를 맡았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TK(대구·경북) 라인들이 승승장구하던 분위기였지만, 서울대 비법대 출신에 전남 보성 출신인 이원석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임명된 것은 그만큼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격동의 해였던 2016년, 이원석 후보자는 다양한 사건을 처리했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 비리 및 보조금 횡령 등으로 대한수영연맹과 대한태권도연맹 등을 수사하며 체육계 비리를 수사했다. 다음 수사대상을 물색하던 가운데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로비 사건이 언론 보도로 불거지면서 이를 담당하게 됐다. 네이처리퍼블릭과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수십억 원대 변호사비 수사로 시작해, 이후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100억 원대 수임 의혹이 확대되면서 이를 모두 담당하게 됐다. 당시 서초동을 뒤흔들었던 사건이었지만, 이원석 후보자는 흔들리지 않고 수사를 처리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 3차장검사 산하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특수통 검사는 “언론에서 새로운 의혹들이 나올 때마다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수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가이드를 정확하게 잡고 갔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는데, 실제 이원석 후보자는 특수통 선배 홍만표 변호사, 판사 출신 변호사 최유정을 모두 구속기소해 유죄를 받아내며 법과 원칙대로 처리했음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이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가 터지면서 곧바로 특별수사본부에 투입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를 이끌고 수사팀을 진두지휘한 그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소환했을 때 직접 수사를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수사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그는 이후 여주지청장을 거쳐, 2019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검찰총장으로 부족한 점이 없는 인물”이라고 입을 모아 평가한다. 그와 동기인 한 특수통 변호사는 “조용하고 단단하게, 일한 것을 과하게 보여주려 하지도 않고, 딱 법과 원칙대로 수사를 하는 능력 있는 검사”라며 “그런 점을 윤석열 대통령도 높게 샀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원석 후보자가 ‘정운호 법조 로비 사건’ 수사 당시 영장 청구 계획과 같은 수사 기밀을 법원 측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이 후보자와 통화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보고서가 존재하는데, 그 일부를 KBS가 입수해 단독 보도했다.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부장판사가 구속되면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정운호 법조 로비 사건’ 수사 당시 작성된 법원행정처 내부 보고서에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수사를 담당했던 이 후보자가 전화로 계좌 추적 영장 청구 계획 등을 알려줬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도 상세히 전하는 등 검찰의 수사 기밀이 법원 수뇌부로 보고된 정황도 나온다. 해당 문건은 2017년 사법농단 수사 당시 검찰에 압수됐다.
법원행정처 내부 보고서 작성자는 이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으로 이들은 40여 차례 통화했고, 이 가운데 보고서 형식으로 기록된 것은 35차례다.
이 보고서는 ‘사법 남용’ 사건으로 기소된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부장판사의 재판에 등장했는데 당시 재판부는 이 후보자가 혐의 입증 상황과 당사자 진술, 향후 수사 계획 등을 법원 측에 알려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대검찰청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는 “수사를 성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밀을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시 사건은 전·현직 부장판사, 현직 검사, 경찰 간부, 법조 브로커 등 10여 명을 구속기소해 전부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라며 “법원행정처의 감사·징계 담당자에게 재판 업무를 계속 수행하던 비위 법관에 대한 징계와 감찰 등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필요한 부분만 한정해서 통보했다”고 해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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