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자키초 관광객 몰리자 특산품 덩달아 인기…이동식 귀신의 집·절규 구급차 등 아이템 만발
“시즈오카현 마쓰자키초로 이사 온 한 남성이 좀비에게 습격당했다.” 다소 황당한 메시지로 시작되는 동영상이 일본에서 화제다. 도대체 이 마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마쓰자키초는 인구가 6100명으로, 시즈오카현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자치단체로 알려졌다. 동영상을 보면, 무슨 까닭인지 좀비가 대량 발생했고 마을을 빠져나가려던 남성까지 좀비에게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만다. 그리고 “남성은 산속으로 도망쳐 유튜브로 상황을 발신한다”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사실 이 동영상은 마쓰자키초를 홍보하기 위해 지자체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중간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실제로 마을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다. NHK에 따르면, 마쓰자키초는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멧돼지 등 유해 야생동물의 피해는 해마다 증가해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에 맞서기 위해 마을 측은 다양한 여행상품을 선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은 상품이 ‘좀비 캠프(Zombie Camp)’다. 한번에 100명 정도의 참가자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미션을 완료하면서 숙박을 한다. 요컨대 ‘엔터테인먼트와 텐트 숙박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캠핑’이다. 20~40대 참가자들이 많았고, 대부분 친구나 가족 등 소규모 단위가 주를 이뤘다.
마쓰자키초의 후가사와 준야 읍장(町長)은 “단지 농촌 체험이나 식사를 하러 오는 것만이 아니라 좀비나 미확인 생물의 세계관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방에 관심이 없던 젊은 층이 타깃이다. 또한 “사냥 등 지역 자원을 흥미롭게 살릴 방법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지난 8월 6일 개최된 좀비 캠프는 대성황을 이뤘다. 멀리는 일본의 남쪽에 위치한 후쿠오카현에서도 찾아올 정도였다. 참가자들은 “자 출발!”이라는 구호와 함께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대기하고 있던 좀비를 피하면서 식재료를 조달하는 방식. 캠핑장 여기저기서 “우와 너무 싫어!” “저리 가” 등등 돌진하는 좀비를 볼 때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참가비는 1박 2일에 3만 엔(약 29만 원)으로, 바비큐가 포함된 금액이다. 단 텐트는 별도 지참해야 한다.
이벤트를 함께 진행한 ‘공포플래너’ 히비 타케루 씨는 “좀비 캠프가 화제를 모으면서 전국에 마쓰자키초라는 마을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약간은 지역 공헌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마쓰자키초는 사쿠라모치(벚나무 잎으로 감싼 떡)에 사용하는 벚나무 잎 생산량이 전국 1위”라고 한다. 따라서 이벤트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마을 매점 등지에서는 벚나무 잎을 활용한 특산품도 같이 판매됐다. 좀비와 지역 활성화, 언뜻 의외의 조합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쓰자키초의 좀비 캠프는 9월에도 예정돼 있으며, 티켓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이벤트 운영 측은 “앞으로 지역 주민들도 좀비로 참여하게 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공포’를 활용해 지역 경제를 활기차게 하려는 시도는 마쓰자키초만이 아니다. 일본은 이른바 ‘귀신의 집’을 매력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발전시킨 나라이기도 하다. ‘귀신의 집’이 열도에 처음 등장한 것은 에도시대 말기로 전해진다. 1830년 에도(지금의 도쿄)에 살던 의사 효우센은 자택의 정원에 오두막을 짓고 벽에는 귀신이나 요괴 등 백귀야행을 그려 넣었다. 게다가 애꾸눈 괴물 인형도 천장에 매달았다.
‘뭔가 재미있는 걸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악취미’라는 비판도 흘러나와 불과 3개월 만에 오두막은 문을 닫게 된다. 이후 인형을 만드는 인형사가 ‘구경거리 오두막’에 망령 인형 같은 것을 진열하는 등 오늘날의 ‘귀신의 집’과 비슷한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진화는 거듭됐다. ‘귀신의 집’을 더욱 무섭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져 왔던 것. 먼저 스토리성이다. 오래된 병원이나 폐가, 혹은 가족이 참살당한 집처럼 스토리가 있고, 고객에게 미리 이야기의 무대를 들려준다. 집에 들어가기 전 짧은 영상을 보여줘 보다 생생하게 세계관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도 있다.
실제로 무언가를 체험하게 하는 미션성도 중요하다. 갈림길을 스스로 선택하게 해서 잘못된 루트일 경우 원 위치로 되돌아간다든지, 그룹으로 함께 입장하더라도 ‘제물’로서 한 사람은 다른 방에 들어가거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감금방’에 망령과 함께 갇히는 등 관객들은 여러 가지 체험을 하게 된다.
귀신 분장은 특수 메이크업을 통해 리얼함을 추구했으며, 박진감 있는 3D 영상과 음향 등 입체적인 시스템도 도입됐다. 저택으로 들어가 걸을 수 있는 총 거리가 약 1km로 길고, 소요시간도 1시간에 육박하는 ‘대형 귀신의 집’도 등장했다.
또한 어딘가 고정된 시설이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귀신의 집’이 탄생해 주목을 받았다. 2021년 처음 선보인 ‘무안(無顔)’은 트럭 컨테이너 부분을 활용한 이동식 귀신의 집이다. 전국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놀이공원이 휴업한 가운데 인기를 끌었다.
‘절규 구급차’라는 것도 있다. 좁은 구급차 안에 올라타면 3D 영상이 상영되고, 실제로 물보라가 튀는가 하면 차내가 흔들리는 등 짜릿한 연출이 더해져 스릴 만점이다. 다른 팀과 마주할 일이 없어 역시 코로나 사태에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여름에는 아오모리현 등지에서 이벤트 개최 요청이 들어와 지난해보다 수주가 두 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절규 구급차 이벤트 담당자는 “사진을 찍어 SNS(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손님도 많다”면서 “집객 효과나 마을 살리기, 마을을 활기차게 만드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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