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무 LG 회장(왼쪽)과 허창수 GS 회장이 세무당국으로부터 추가 세금 부과 통보를 받아 조용히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GS CI 선포식에 참석한 두 사람. | ||
문제의 발단은 지난 9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LG그룹과 GS그룹이 계열 분리 이전으로 ㈜LG가 구본무 LG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이 갖고 있던 LG-LCD(현 LG필립스LCD)주식을 17만5천 주 사들였다. 구 회장 소유 주식 약 11만7천 주와 허 회장 주식 약 5만8천 주에 대해 ㈜LG가 지불한 대가는 주당 5만6천원이었다. 구 회장은 약 65억원, 허 회장은 약 32억원이 ㈜LG로부터 지급된 것이다.
그런데 세무당국이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상장 전이었던 LG-LCD 당시 주가에 대해 ㈜LG가 책정한 5만6천원에 훨씬 못 미치는 약 1만8백원을 적정가로 매긴 것이다. ㈜LG가 총수일가에 지불했던 주가와는 4만5천원 이상 차이가 난다. 즉, ㈜LG가 실제가치를 크게 웃도는 금액을 들여 총수일가의 주머니를 불렸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금을 총수일가에서 더 내야 한다는 논리다. 세무당국이 책정한 1만8백원을 ‘적정주가’로 보고 환산하면 ㈜LG가 구 회장에게 주식대가로 약 13억원, 허 회장에겐 6억원 정도만 지불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무당국 논리대로라면 ㈜LG가 구 회장에게 52억원, 허 회장에겐 26억원의 ‘웃돈’을 얹어 주식을 매입해준 셈이 된다. 서울지방국세청은 ㈜LG가 구 회장과 허 회장에게 실제 주식가치보다 더 얹어준 것으로 판단되는 약 78억원에 대한 추가 세금부과를 지난 2003년 7월 LG측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LG측은 “절대 고가매입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무당국이 당시 비상장 회사였던 LG-LCD 주식의 가치를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논리다. 필립스와의 합작 체결로 인한 주가 상승요인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LG의 이 같은 주장은 LG필립스LCD가 상장된 이후의 주가변동을 감안해봐도 의문을 갖게 한다. LG필립스LCD는 LG와 필립스의 협약체결과 사업확장 이후 상장을 했다. 그런데 실제주가는 ㈜LG가 지난 99년 7월 비상장 회사였던 LG필립스LCD의 전신 LG-LCD주식에 대해 총수 일가에 지불한 한 주당 5만6천원에 한번도 근접해보지 못했다.
지난해 7월23일 LG필립스LCD가 첫 상장됐을 당시 주가는 3만2천7백50원이었다. 99년 7월 ㈜LG가 구 회장과 허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일 당시 지불한 가격보다 2만4천원가량 낮다. 11월4일 현재 LG필립스LCD 주가는 4만1천8백5원. 지난 6월7일 한때 5만4천원을 기록한 것이 상장 이후 LG필립스LCD 주가의 최고치였다.
㈜LG가 6년 전 LG-LCD 주식의 향후 가치를 환산해 구 회장과 허 회장에게 지불했던 주식가치는 LG필립스LCD 주가가 아직까지 한번도 뛰어넘어보지 못한 벽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LG가 지난 99년 7월에 총수일가 보유 주식에 대한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그들의 주머니를 불려줬다는 추론도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한편 지난 10월 말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이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한 LG그룹은 이번 법적대응을 ‘조용히’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는 이번 소송과 관련, 자세한 사안에 대해선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번 소송을 둘러싼 LG 외 이해관계자들의 반응도 이상할 정도로 ‘조용해’ 보인다. LG가 타깃으로 삼은 서울지방국세청 법무팀은 LG의 이번 소송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 밝히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측은 이번 LG 주식 문제에 대해 “밝힐 수 있는 사안이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인다. 지난 2003년 LG측에 추가 과세통지를 했던 영등포세무서측도 이번 일에 대해선 자세한 공개를 하지 못하고 있다.
GS그룹측 역시 “LG와 분리되기 이전 일이라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다”고만 밝힌다. ‘소송을 준비한 LG측에 물어보라’는 눈치다. 이번 일이 지난 99년 7월 ㈜LG가 구 회장과 동시에 허창수 GS 회장 보유주식을 매입했던 일에서 출발하는 것임에도 현재 GS가 LG와 분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 정부 출범 전후 LG그룹은 상장을 앞둔 계열사 주식을 총수 일가에 ‘헐값’에 넘겨 해당 주식이 상장된 뒤 총수일가에 막대한 시세차익이 돌아가도록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LG에선 그룹 지배구조를 ‘선진화’한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일어난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해명하곤 했다.
최근 들어 정·관·재계의 관심이 온통 ‘삼성 때리기’에 집중된 터라 LG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잠잠해진 듯하다. 그동안 GS와의 분리도 있었고 재계 2위 자리를 현대자동차그룹에 내주면서 재벌개혁을 외치는 세력의 시야에서 잠시 멀어진 느낌을 주기도 했다.
한편 LG측은 이번 소송에 대해 “지난 99년 7월 LG가 개인 대주주로부터 LG필립스LCD 주식을 매입한 것은 99년 5월 필립스와의 합작계약 당시 LG전자와 필립스사가 각각 주식의 50%씩을 소유키로 함에 따른 것”이라며 “LG가 개인 대주주로부터 LG필립스LCD 주식을 매입한 가격기준인 주당 5만6천원은 필립스와 합작계약 체결시 거래가격이라는 분명한 기준에 의한 것이므로 결코 고가매입이 아니다”고 밝혔다.
LG측은 또 “개인 대주주의 주식매각에 따른 소득을 양도소득세가 아닌 배당이나 상여와 같이 종합소득세로 부과하는 것은 당시 세법기준에 맞지 않아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