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도전! 웹툰왕’ 수상작이 가려졌다. ‘도전! 웹툰왕’은 신진 작가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11년간 많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온-오프라인으로 연재했다. 올해에도 서울미디어코믹스와 공동으로 공모전을 진행했으며 웹툰 플랫폼 연재와 2차 판권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도전! 웹툰왕’의 공모전 출품작은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심사위원의 눈길을 사로잡은 뛰어난 작품이 여느 해보다 풍성했다는 평가다.
제12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도전! 웹툰왕’ 최종 심사는 지난 8월 31일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 일요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현세 만화가가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오태엽 서울미디어코믹스 대표, 김형남 재담미디어 이사, 서찬휘 만화평론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앞서 7월 20일 이재민 만화평론가, 윤승기 만화가, 강우식 서울미디어코믹스 팀장이 1차 심사를 통해 결선에 올릴 작품을 추려냈다.
‘도전! 웹툰왕’ 수상작은 4개월여 간의 치열한 선발 끝에 선정됐다. 지난 4월 20일부터 7월 17일까지 접수된 50편 남짓한 응모작 중 1차 심사를 통과한 10개 작품이 결선에 올랐다. 결선 작품은 약 한 달 동안 응모한 작화에 이어지는 작화를 제작한 후 제출해 최종심사를 받았다. 심사 기준은 재미, 독창성, 완성도 등이다.
최종 심사 결과 임성훈 작가의 ‘새동네’가 만장일치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의 치열한 토론 끝에 우수상에는 최선영 작가의 ‘괴상오피스’가 가작에는 황성혜·정상훈 작가의 ‘놈이 내린 커피’, 이지영 작가의 ‘네 이웃을 사망하라’, 박성호·김학영 작가의 ‘도사 전준석’이 각각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3000만 원, 우수상 1500만 원, 가작 각 500만 원씩 총 6000만 원이 지급된다. 수상작들은 향후 서울미디어코믹스측과 협의를 거쳐 연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결선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하지 못한 작가 5명에게도 결선진출장려금 100만 원이 지급된다. 원종성 작가의 ‘운세복권’, 강보현 작가의 ‘마마’, 한정우 작가의 ‘만렙 마필소환사’, 염선규 작가의 ‘모락 꼴통품점’, 박두용 작가의 ‘클로시드’ 등이다. 심사위원들은 “수상하지 못한 작품들도 수준이 높아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완성도와 재미 외에도 연재에 적합한지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상 ‘새동네’ 임성훈 작가
‘새동네’는 평범해 보이는 동네 주민들에 의해 대한민국 악당들이 처단되는 이야기를 블랙코미디가 가미된 누아르 장르로 제작한 웹툰이다. 임성훈 작가는 ‘꼭 히어로들은 젊고 멋져야만 하는가.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지만 평범한 노인들과 소시민들이 엄청난 과거를 숨기고 세상과 섞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발상에서 ‘새동네’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동네’는 심사위원들의 극찬과 함께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몇 년 만에 이런 작품을 보는지 모르겠다. 흠 잡을 구석이 없는 100점짜리”라며 입을 모았다. 재미와 완성도, 캐릭터의 선명성과 확장성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그림체가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고 나이 든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웹툰의 주된 향유층인 20~30대 독자들에게는 소구력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성훈 작가는 “기획 자체가 기존 웹툰 시장의 트렌드와는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과연 연재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면서 “고민에 빠진 시점에 대상이라는 큰 영광을 안겨주셔서 작가로서 제 작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앞으로 탄탄하게 연재 준비를 해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수상 ‘괴상오피스’ 최선영 작가
‘괴상 오피스’는 ‘귀신 보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염라대왕이 사장으로 있는 괴상 오피스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그려낸 웹툰이다. 청년 취업난 시대에 마땅한 학벌이나 자격증 하나 없는 주인공이 요괴·귀신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졸지에 귀신 잡는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심사위원들은 “서울미디어코믹스의 20~30대 PD들이 제일 좋아한 작품이다. 연출만 스크롤뷰어에 적합한 방식으로 다듬으면 주면 젊은 독자층을 대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선영 작가는 “이렇게 좋은 대회에서 수상 기회를 얻게 돼 감사드린다”며 “데뷔 준비를 하면서 금전난에 시달리다 보니 회사생활을 해보게 됐고 요괴나 귀신들도 회사생활을 겪으면 다 같은 직장인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보다가 탄생한 게 ‘괴상 오피스’다. 이제 막 취업을 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20~30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만화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가작 ‘놈이 내린 커피’·‘네 이웃을 사망하라’·‘도사 전준석’
‘놈이 내린 커피’는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휴먼 판타지 로맨스물이다. 작은 시골 도시에서 평범하지 않은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 사랑하며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황성혜(호수)·정상훈(FISH) 작가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이렇게 좋은 상을 수상하게 되어 영광이다. 저마다의 인생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실제 우리 인생은 녹록지 않을 때가 많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진짜 주인공들이 이 작품을 보며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모진 풍파와 역경을 함께 이겨내고 행복을 발견하는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앞으로 더 정진해서 재미있는 작품으로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네 이웃을 사망하라’는 10~20대 남성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이다. 이사 온 동네에서 주인공이 마주하는 이웃들이 수상한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이지영 작가는 “이렇게 좋은 상을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린다. 어렸을 적부터 웹툰작가를 꿈꾸며 스토리와 그림을 계속 공부해왔는데, 이제 그 결과가 보이는 것 같아 기쁘다”며 “항상 웹툰을 보며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있는 만큼, 저도 독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사 전준석’은 신무협 판타지 장르로 조선시대 전설적인 도사인 전우치의 아들인 주인공이 2022년 대한민국에서 활개치는 마교를 퇴치하는 이야기다. 세련되고 호쾌한 액션미에 심사위원들 모두 높은 점수를 줬다. ‘도사 전준석’의 박성호 작가는 “부족한 저희 작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신 점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욱 재미있고 좋은 작품 만들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작품 만들겠다”고 말했다.
[심사총평] ‘우리 사회의 화두’ 놓치지 않은 2022년
제12회 일요신문 만화 공모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대유행 등 특히나 어려운 시기를 뚫고 옥고를 제출해준 많은 작가분들에게 심사위원진들은 먼저 감사 말씀을 전한다.
올해는 수년에 걸친 일요신문 만화 공모전 심사 가운데에서 대상 수상작을 고르는 시간이 가장 짧았던 회차로 기록될 듯하다. 심사위원들은 '새동네'를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뽑았다. 이 작품은 은퇴한 킬러들이 조용히 은둔하고 있는 작은 공동체 ‘새동네’에 신도시 개발이라는 화두가 들이닥치며 생기는 일들을 몰입도 높은 전개로 풀어낸 작품으로,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일요신문 공모전이 지향하는 바를 잘 드러낸 만화” “발표되면 어느 영화 감독이라도 내가 해 보겠다며 붙을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칸의 완급을 좀 더 타이트하게 조이면 좋겠다는 주문, 나이가 든 캐릭터들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이들의 과거 이야기를 통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람은 덤이다.
우수상 수상작인 '괴상 오피스'는 노인들이 주인공인 블랙코미디 누아르인 '새동네'와는 반대로 그래픽과 소재 면에서 10~20대 웹툰 독자들의 눈길을 잡아 끌 만한 현대판 귀신 판타지다. '요즘같이 취업난이 화두인 시기에 귀신 보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이 작품은 트렌드에 맞은 작품을 찾으려는 일부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개발해 봄직하다”는 평가와 함께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가작 수상작으로는 '놈이 내린 커피' '내 이웃을 사망하라' '도사 전준석' 세 작품이 올랐다. '놈이 내린 커피'는 부모의 사채 때문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알바 머신'으로 불리며 안 해 본 일 없이 억척스레 살아온 여주인공이 처음으로 알바를 넘어 카페 매니저 직함을 달고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작품이다. 카페에 일하러 온 알바생으로 만난 사연 많은 남자들과의 일화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인물들의 과거와 함께 펼쳐진다. 비교적 예스러운 표현과 연출 속에 부담 없이 읽히는 로맨스가 인상적이다.
'내 이웃을 사망하라'는 제목에서부터 비치는 강렬한 인상이 시종일관 극을 지배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전 입주민들이 사이비 종교라는 공통분모로 한데 얽힌 이상한 펜트하우스에 들어가 살게 된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언가 이상한 캐릭터를 정말 이상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의 완급 조절에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훨씬 더 무섭고 기괴한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평가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도사 전준석'은 전우치의 직계라는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현대판 무협 판타지로 무협에 등장하는 빌런 집단이라 할 마교를 상대로 하는 집단이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는 설정을 내세워 이번 공모전 응모작 가운데 가장 시원한 액션을 선보였다. 다만 장면 장면이 어디에서 영향을 받았겠구나 하는 게 읽히는 점은 약간의 옥에 티로 지적된다.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오른 작품 가운데에는 신도시 개발로 인한 잡음, 자존감을 깎는 가정 내 차별, 사이비 종교 등 현재 우리 사회의 화두로 부각되고 있는 지점들을 소재로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만화가 반드시 현실을 꿰뚫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독자에게 깊이와 설득력을 제공하는 게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가분들께 축하 말씀 전한다. 꼭 수상에서 멈추지 않고 꾸준한 개발과 피드백으로 목표한 전체 분량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글=서찬휘 만화평론가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