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피부, 짧은 머리, 물감이 묻은 핫팬츠. 평택 미군 기지 앞에는 독특한 모습의 할머니가 길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스 뒷면에 야자수와 무지개를 그려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거리 한복판에서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게다가 외국인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피하기는커녕 먼저 다가가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금희 씨(가명)는 "미국에서 에어로빅 했어요. 미국에 아들 하나 딸 하나 있어요" "나도 미국에서 잘 살았었어. 3층 집에다가 물침대에다가" "가구 으리으리 해놓고 잘 살았어. 굉장한 집 안이야"라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본인 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고 있는 그녀의 이름은 '금희(가명)'. 미국에 자식이 둘이나 있다고 자랑하던 그녀는 본인의 소개와는 다르게 위험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밤이 되면 공중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빨간 통에 든 의문의 액체를 온몸에 바르는 행동을 반복하며 이곳에서의 노숙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공중전화 부스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신고에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다.
도대체 금희 씨는 왜 이곳에 계속해서 머물며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걸까.
40년 전 미군부대 근처 클럽에서 무명가수 생활을 하다가 남편을 만났고 하와이에서 결혼생활을 했었다는 금희 씨. 미국에 있다는 그녀의 가족들은 금희 씨의 상태를 알고는 있는 걸까. 그녀는 제작진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던 자녀와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평택의 길거리 화가 '금희' 할머니에 대해 취재해 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장 법사의 말에 완전히 복종하며 살고 있는 여자의 사연을 들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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