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경영 전면에 나선 장쯔웨이 공동대표. 왼쪽은 지난 6월 출시된 ‘카이런’. | ||
소 전 대표의 해임은 임기를 불과 3개월 남겨둔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낳았다. 소 전 대표는 2000년 1월 쌍용자동차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부실이 쌓인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쌍용자동차를 재도약시킨 일등공신이었다.
상하이자동차는 해임 이유를 ‘실적 부진’으로 밝혔다. 상반기 쌍용자동차가 5년 만에 적자를 낸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6월 카이런, 10월 액티언 신차를 출시하면서 하반기 들어 매출과 순이익 증가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고 있어 실적 부진이라는 이유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소 전 사장과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 간의 갈등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본인이나 회사측은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소 전 사장도 사직 이후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어 구체적인 갈등설은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상하이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쌍용자동차를 중국식 경영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 채권단과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1월 소진관-장쯔웨이 공동대표 체제로 출범했다. 그간 기존 대표이사 체제에서 진행되던 카이런, 액티언 등 신차개발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상하이자동차 체제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소 사장의 해임 이후 쌍용자동차 이사회는 상품개발 본부장인 최형탁 상무를 사장대행으로 발령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48세의 최 상무가 사장대행으로 임명된 것은 소 사장과 동고동락했던 기존 사장단급 임원의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소 사장의 퇴임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상하이자동차가 인수 당시 약속한 5년간 10억달러 투자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으며 중국으로 기술만 유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올해 투자하기로 약정한 4천억원도 아직까지 전혀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반면 상하이자동차측은 이미 3천억원을 투자했고 추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노조는 이 투자자금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 소진관 사장(왼쪽)이 임기를 3개월 남겨두고 전격 해임돼 궁금증이 일고 있다. 오른쪽은 신임 최형탁 사장대행. | ||
지난 7일 장쯔웨이 대표이사와 최형탁 사장대행이 가진 기자회견에서 장쯔웨이 대표는 향후 투자금 마련 계획에 대해 여유자금 활용이나 증자,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 내 자본을 투자하겠다는 얘기는 없는 셈이다.
한편 쌍용자동차가 지난 7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S100’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노조와 사측은 마찰을 빚고 있다. S100프로젝트는 2007년까지 중국 내 현지공장에서 신형 SUV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상하이자동차와 쌍용자동차가 각각 2천4백80억원을 투자하는 형식이지만 기술이전료, 연구개발인력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쌍용자동차는 7백억원만 투자할 계획이다. S100 프로젝트도 최 사장대행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오고 있었다.
문제는 새롭게 출시되는 SUV는 쌍용자동차가 아닌 새로운 브랜드로 생산된다는 점이다. 노조측은 현재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의 장기 생존에 필요한 투자에는 소홀하면서 중국내 합작법인 추진에는 속도를 내는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고 재투자가 없다면 쌍용자동차는 결국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는 얘기다.
쌍용자동차측은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합작형태가 아닌 독자적 진출은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해명하고 있다. GM, 폭스바겐 등도 상하이-GM, 상하이-폭스바겐 등 합작회사를 통해 진출해 있어 쌍용자동차도 이를 따를 뿐이라는 것이다. 신임 최형탁 사장대행도 “해외 수출을 통해 대당 제작비용을 줄이는 길만이 내수시장에서 한계에 부딪힌 쌍용자동차가 살 길”이라고 전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수의 차 업체가 중국자본에 종속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임 최 사장대행의 경우 엔지니어 출신으로 상품개발에 오랫동안 주력해왔기 때문에 자금, 투자 등 전문적인 경영은 장쯔웨이 대표이사가 맡고 최 사장대행은 개발, 판매, 관리 등 실무에만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의 소진관-장쯔웨이 대표 체제와는 주도권이 다른 셈이다.
또 중국에서 연 5만 대 규모의 판매를 약속했으나 7월 중국에 진출한 이후 4백여 대밖에 팔지 못했다고 한다. 쌍용자동차 영업소를 늘리는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자체 개발 제작 기술이 국산 자동차 회사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쌍용자동차가 중국 자동차 회사의 자동차 개발 기술을 위한 숙주로 이용돼, 결과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서 일고 있다.
전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어느 방향으로 운전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