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응급 병원 운송까지 맡아 실증특례 진행 중…“누구나 ‘네츠 불러’ 말할 수 있도록 법제화 필요”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
메이븐플러스·네츠모빌리티의 김원종 대표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도전’이다. 2019년 창업을 하기까지 김 대표는 서울 아산병원의 메디컬 엔지니어를 시작으로 노바티스와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필립스와 실드에어 등 다양한 기업을 두루 거쳤다. 김 대표는 “맨땅에서 도전해도 잘할 수 있을지 항상 궁금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각각 고객지원과 전략경영업무를 맡다가 아예 영화·방송 조명 쪽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마지막에는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사업부 대표를 맡았다”고 말했다.
2018년쯤 불현듯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김원종 대표는 “성경을 읽는데 하나님이 사람을 ‘행복하라고 만들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이븐플러스의 시작이었다. 우선 의식주 분야에서 헬스케어 전문가의 기술을 필요한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2019년 4월, 3개월의 준비 끝에 출장코스요리서비스 ‘몽셰프’를 만들었다. 몽셰프는 셰프 한 명당 연매출 1억 원을 달성하며 성공리에 자리잡았다.
몽셰프의 성공은 이동약자 병원동행 서비스인 ‘고위드유’로 이어졌다. 수요가 상당하다는 사실이 금세 확인됐다. 블로그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글을 올리자마자 당일 밤 10시에 예약 문의가 들어온 것. 그런데 일을 할수록 심상치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에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업고 내려오는 일부터가 보통이 아니었다. 김원종 대표는 “국내 고령자만 해도 30만 명이 걷지를 못 해서 병원 가는 걸 포기한다. 가족이 있어도 쉽지 않다. 치매환자 한 분 치과 치료 받게 하려고 가족 4명이 휴가를 맞춰 쓰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눈물'로 드러난 진심이 통했다
운송의 필요성을 느낄 일은 점차 많아졌다. 한번은 춘천의 한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를 40km 거리의 시내로 내원시키는 의뢰를 받았는데 교통수단이라고는 하루에 2번 오는 버스가 다였다. 동행매니저가 직접 본인 차로 모시고 다녀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20년에 이른바 ‘타다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나오면서 면허가 없는 사업자가 자동차를 사용해 여객을 유상 운송하거나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가용을 운송용으로 유상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서울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병원동행 서비스를 운영하기 어려워질 것이 불 보듯 빤했다. 애가 탔다.
규제 샌드박스를 알게 된 것이 그 무렵이다. 김원종 대표는 “당시 인터넷 어느 사이트 맨 끝에 조그만 글씨로 ‘규제 샌드박스’라고 써져 있는 단어가 눈에 빡 들어왔다. 이게 뭐지? 싶었다”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전화를 걸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대한상의 측에서 김원종 대표를 직접 불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에서 온 관계자들이 앉아 있던 자리였다. 어렵사리 사업에 대해 설명하다가 북받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김 대표는 “어렵게 내원을 도와드렸던 분들의 사연이 생각나더라. 이분들은 병원을 가야 하는데 갈 수가 없고 진짜 막막함 그 자체다. 이거 꼭 해결하고 싶다고,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2021년 1월에는 세종시까지 찾아가 국토교통부 관계자와 회동했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지금 하는 방식으로는 법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별 수 없이 서울로 돌아왔는데 예상치 못한 전화가 왔다. 김원종 대표는 “혹시 회사에서 차량을 보유하는 건 가능하겠냐고 묻더라. 희망이 보였다.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메이븐플러스 외에 비응급 병원 운송업무만 주력으로 하는 ‘목적형 모빌리티 서비스(Maas)’ 네츠모빌리티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법제화에 사활을 거는 까닭
메이븐플러스·네츠모빌리티의 비응급 병원동행 서비스는 2021년 6월 15일부터 2023년 6월 14일까지 실증을 진행 중이다. 규제 샌드박스 특례승인기업으로 지정된 후 네츠모빌리티 운영을 시작했다. 여러 지방자치단체 중 택시정책과에서 운영을 승인해 준 서울·경기·인천 중심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비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한 경영활동을 인정받아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받기도 했다. 김원종 대표는 “삼성전자·LG전자 같은 회사들과 나란히 CCM 인증을 받았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CCM 인증을 받는 일은 쉬운 게 아닌데 뿌듯했다”고 말했다. 메이븐플러스·네츠모빌리티 서비스는 소비자 편의 고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만큼 채용도 깐깐하다. 누적 지원자만 3000명이 넘어가지만 한 달에 뽑는 인원은 2명이다. 김 대표는 “안전관리를 잘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픈 가족을 맡기는 고객들의 심정을 헤아려 정말 가족의 마음으로 동행 서비스를 해주실 수 있는 분을 뽑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원종 대표는 국내 사업이 안정화된 이후 해외까지 ‘이동약자 병원동행 서비스’를 수출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중국의 충칭시가 코트라에 국내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코트라에서 우리를 추천해준 덕분에 알아봤더니 충칭시의 고령 인구 비율이 40%에 달하더라. '우리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메이븐플러스는 서울시의 의료관광 컨시어지 부분 유일한 협력기업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외국 환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통원에 필요한 전용이동수단을 지원하며 해외에도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김원종 대표는 “실증이 중단되면 이동에 불편을 겪는 분들이 병원 가기 다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꼭 법제화까지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이 시장에서 30% 정도 점유한다고 치면 앞으로 서울에만 네츠모빌리티의 차량이 100대, 전국적으로는 1만 대 정도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나중에는 섬에 있는 분들도 운송 가능하게끔 ‘네츠 에어’ 서비스까지 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필요할 때 ‘네츠 불러’하고 말할 수 있도록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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