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정수재단 사회환원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이호진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장. 연합뉴스 |
한겨울 한파 속에 각 언론사마다 심상찮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 YTN타워 후문 앞에서는 YTN 해직자복직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은 YTN 해직자들이 해직된 지 1193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대책위 소속 YTN 기자들은 이 자리에서 회사 측에 2008년 10월에 해직된 노종면 우장균 현덕수 조승호 권석재 정유신 기자의 즉각 복직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해직기자와 노조원, 언론노조 관계자들까지 동참해 ‘지금 복직’ ‘당장 복직’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사실 YTN 노·사는 해직자 복직 문제에 대해 법원 판결에 따르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복직을 미루면서 3년여 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이교준 기자는 출범식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6명의 복직 없이는 YTN의 미래가 없고, YTN이 존재할 수 없다”며 “YTN 화합과 대도약을 위해서는 복직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복직문제로 시끄러운 곳은 SBS도 마찬가지다. 최근 회사로부터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최상재 전 언론노조위원장(SBS PD)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목동 SBS사옥 내 로비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해, 지금까지 보름 넘게 점심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해고 절차를 위한 수순으로 판단하고 무기한 연좌 농성을 벌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앞서 SBS 사 측은 미디어법 총파업을 지휘한 최 전 위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사규를 이유로 최 전 위원장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통보한 바 있다.
MBC와 KBS는 각각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불신임투표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MBC 기자회는 지난 1월 1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며 불신임투표를 진행해 92%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다음날(11일) 비대위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자진사퇴가 MBC 뉴스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출발점이자 현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마지막 기회”라며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월 17일 제작거부에 대한 투표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회사 측은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불신임투표가 사규에 위배된다며 투표를 진행한 박성호 기자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MBC 기자회로부터 반발을 산 바 있다. 이로 인해 박성호 앵커는 투표 이후 지난해 5월부터 진행을 맡아 온 <뉴스투데이> 앵커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KBS 양대 노조는 “민주통합당 대표경선 중계 거부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KBS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노골적으로 친 정부 성향을 드러내 KBS 내부에서 ‘청와대 직할 보도본부장’이라는 오명에 휩싸였던 고대영 KBS 보도본부장에 대한 불신임투표가 1월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어 KBS 노조는 사내게시판에 “이와 함께 인력관리실장 등을 거친 박갑진 KBS 시청자본부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도 함께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언론노조 KBS본부가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박 본부장은 고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해바라기’로, 2007년 대선 당시에는 MB(이명박 대통령) 캠프의 포항 언론인 모임에 참석해 ‘이대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를 외치는 등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와 부산일보는 각각 경영·편집권 독립을 놓고 회사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일보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1월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국민일보 사태로 보는 기독 언론의 바른 가치와 방향’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경영·편집권 독립을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국민일보가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설립됐지만 조 목사 개인소유는 아니다. 하지만 1988년 창간 이후 언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조용기 목사의 가족이 경영을 도맡아 오며 사실상 사유화돼 왔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일보 노동조합은 임금 및 단체협약 결렬로 20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파업 후 노조는 회사 측에 공문을 보내며 대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서로의 인식 차가 커 노사대화가 원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일보는 차기 사장 선임을 놓고 정수재단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부산일보 노조는 사장선임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한 사장 선임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근 부산일보를 소유한 정수재단은 “사장추천위원회는 재단이 가진 유일한 권한인 경영진 선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독자적 으로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부산일보 노조는 “정수재단의 사장 선임은 질의서에 대한 답을 받은 후 이사장이 직접 후보를 면접하고 낙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이는 최필립 이사장이 자신에게 충성심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