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회장은 부도 이후 서울 성북동 3XX-4XX 소재 자택을 경매로 넘겨야만 했다. 그런데 안 전 회장 일가가 성북동 자택을 최근 다시 사들인 사실이 <일요신문>에 의해 밝혀졌다. 성북동 자택은 대지면적 3백2평에 연건평 1백50평에 이르는 2층 주택. 이 집은 지난 98년 나산이 부도나면서 경매로 넘어가 지난 2000년 5월 임아무개씨로 새 주인이 정해졌다. 당시 감정가는 17억여원이었다.
그러나 성북동 자택이 경매로 넘어갔음에도 안 전 회장과 부인 박순희씨 등기부상 주소지는 여전히 이곳이었다. 등기부상으로만 보면 안 전 회장 부부는 집 주인이 바뀐 이후에도 여전히 성북동 자택에 살았던 셈이다.
특이한 점은 소유주가 임아무개씨로 넘어간 이후에도 안 전 회장 부부가 여전히 성북동 자택에 대한 ‘주인 행세’를 했다는 것. 2001년 9월 안 전 회장 일가 소유로 보이는 B기업이 이 집을 담보로 채권최고액 1억9천2백만원의 근저당권 설정한 것이다. B기업은 안 전 회장 부인 박씨가 대표이사로, 아들 필호씨가 이사로 등재된 법인. 안 전 회장의 부인 박씨가 90% 지분을 가진, 사실상 위장계열사였다. 즉, 안 전 회장 일가가 자신들 명의도 아닌 성북동 자택을 담보물로 해서 빚을 진 셈이다. 이는 실소유주와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굴곡을 겪던 성북동 자택은 지난해 말 아예 ‘법적으로’ 안 전 회장 일가 품에 다시 안겼다. 아들 필호씨가 2004년 12월30일 성북동 자택의 등기부상 새 주인이 된 것. 올 4월 필호씨는 등기부상 주소지마저 성북동 자택으로 옮겼다. 등기부에 나타난 주소지로만 보면 이제 안 전 회장 부부와 아들이 성북동 자택에 모여 함께 살게 된 것이다. 현지 부동산 업자들은 이 집의 최근 시세를 3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재계 49위의 신흥재벌로 각광받던 나산이 부도처리된 것은 지난 98년 1월. 이후 나산에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안 전 회장은 98년 8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도 당시 회사에 개인재산을 주면서 부도를 막아보려했다. 내 처도 4만3천달러를 보탰다. 내놓을 만한 것을 다 내놓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에서 횡령혐의가 드러났고 지난해 서울고법 형사3부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나산의 부도처리와 안 전 회장의 횡령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안 전 회장 일가의 부동산 재산은 계속 늘어났다. 최근 성북동 자택을 사들인 아들 필호씨는 지난 2002년 11월 서울 강남구 수서동 소재 S오피스텔 1X20호를 사들였다. 이 오피스텔은 27평형으로 현지에서 1억8천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S오피스텔 건물 내에는 안 전 회장의 딸 유선씨 소유의 부동산도 있다. 이는 유선씨가 2002년 9월에 사들인 것으로 필호씨 소유 오피스텔과 같은 층에 있으며 18평형으로 현지 거래가 1억3천5백만원으로 평가받는다.
유선씨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2XX번지에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02년 4월에 자신 명의로 지층 1층에 지상 8층짜리 상가건물을 지었는데 완공 이후 일부는 타인에게 매각하고 현재 유선씨 명의로 지층 1호와 2호, 1층 1호와 9호, 2층 1호, 4층 1호, 5층 2호, 8층 1호 등이 남아있다. 상가건물을 지어서 3분의 2 정도를 매각해 이윤을 남긴 것.
이 건물의 토지면적은 약 2백80평이다. 인근 부동산업자에 따르면 이 일대에 건물을 지을 경우 토지가격은 평당 1천만원선라고 한다. 아직 건물 내 사무실 3분의 1가량이 유선씨 소유이므로 토지가격으로만 환산해도 유선씨 소유 부동산 가치를 9억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물론 상가건물 내 사무실 가치를 고려하면 유선씨 소유 부동산의 실제가치는 9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일요신문>은 안 전 회장의 부인 명의로 돼있는 회사에 투입된 자금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564호, 2003년 3월9일자), 유선씨의 골프장 설립에 관한 내막(631호, 2004년 6월20일)도 보도한 바 있다. ‘기업은 망해도 오너는 살아남는다’는 말이 무색치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