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3년 10월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최원석 전 회장. 동아건설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의 재기 여부에도 눈이 쏠리고 있다. | ||
동아건설의 주요채권자인 골드만삭스 계열의 트라이엄프인베스트먼트와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동아건설의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을 도모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법원에서 동아건설 채권단이 마련한 법정관리 방안을 받아들이면 동아건설은 파산 대신 기사회생을 도모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파산신청으로 영업기반이 와해된 동아건설은 현재 파산절차가 진행중이며 대표이사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그의 인척이기도 한 이창복 전 동아건설 사장이다. 지난 2002년 동아건설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재기를 노리면서 최 전 회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한 것. 물론 상징적인 의미였다. 파산 신청을 한 뒤라 건설업 면허도 자동 상실됐고 최 회장도 재판을 받고 있던 처지라 구체적인 활동을 펼 수 없었다. 하지만 동아건설이 법정관리를 통해 살아나게 된다면 ‘망한 재벌’로 분류되는 최원석 전 회장도 기사회생할 수 있게 된다.
동아건설 대표이사인 최원석 전 회장은 그동안 수시로 동아건설의 재기에 대한 의욕을 보여왔다. 그가 갖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대한 추가 수주와 중국의 대운하 건설 공사 등 대규모 해외공사 수주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지난 7월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사실상 자유의 몸이 된 최 전 회장은 이후 중국과 리비아 등으로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진다.
동아건설이 대규모 해외공사를 수주하고 기사회생하게 되더라도 동아건설의 소유권은 채권단의 손에 달려있다.
동아건설의 주요 채권자는 골드만삭스 계열의 트라이엄프인베스트먼트(27.33%), 캠코(19.56%), 서울보증보험(5.83%), 외환은행(3.94%), 국민은행(3.26%) 등이다.
지난 3월 주요 채권자이던 외환은행이 대부분의 채권을 트라이엄프에게 팔아넘긴 뒤 동아건설의 향방은 골드만삭스와 캠코의 손에 넘어간 것이다. 이후 파산을 향해 달려가던 동아건설의 운명에 변화가 감지됐다.
그 구체적인 움직임은 지난 8월 말 파산관리인이 정용인 변호사로 바뀌면서 구체화됐다. 9월 초 캠코 등 채권단에서 동아건설의 파산 대신 법정관리로 돌려 회생시키는 방안을 논의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
캠코쪽에선 9월 이후 수차에 걸쳐 골드만삭스쪽과 동아건설의 회생을 전제로 한 지속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대한통운이 빚보증을 서준 동아건설 채권 확보를 통해 대한통운에 대한 출자전환비율 등이 확정돼, 동아건설이 정상화된다면 ‘가외수입’이 되기 때문에 법정관리에 긍정적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다만 골드만삭스쪽에서 캠코의 제안에 대해 아직 이렇다할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 이는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특별법을 통해 기업인수합병 때 인수자에게 채무면제 이익에 대한 과세혜택을 주고 있는데 그 시한이 올해 말까지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
▲ 서소문에 있던 동아건설 옛 사옥. | ||
동아건설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동아건설이 영업을 재개하는 것이다. 동아건설은 파산 선고가 내려지자 지난 2003년 서소문의 동아건설 사옥을 내준 뒤 충무로 극동건설빌딩 9층으로 옮겨왔다. 2004년 12월엔 리비아 대수로 사업도 대한통운에 넘겼다. 파산 이후 신규 수주공사는 하나도 없고 기존의 울진원전을 준공하고, 청송의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는 정도다. 직원도 현재는 관리직 3백3명, 기능직 71명이고 그나마 몇 달에 한번씩 구조조정을 해서 직원을 내보내는 ‘실적’을 기록해 이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처지다. 사세가 줄어들 대로 줄어든 것.
그래서 동아건설 직원들은 법정관리를 통한 ‘기사회생’을 반기는 쪽이다. 물론 법적으로 대표이사지만 파산절차가 진행중인 동아건설에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최 전 회장의 ‘현장 복귀’에 대해서도 경영정상화를 앞당긴다면 별로 문제삼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 전 회장의 복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은 동아건설에 빚보증을 서준 죄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대한통운 정도. 캠코에선 최 전 회장 복귀는 동아건설 회생과는 무관하게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은 지난 10월11일 간담회에서 “최 전 회장 복귀설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대한통운과 동아건설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원석 동아건설 대표이사의 현업복귀 여부는 동아건설의 법정관리를 통한 채권 회수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골드만삭스와 캠코의 이해관계에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풍운아로 불리던 최 전 회장의 현재 직함은 이름뿐인 동아건설 대표이사와 학교법인 공산학원(동아방송대학교) 이사장. 그가 대한통운의 새주인이 결정되는 내년 봄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설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