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만 명의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 2호선 신당역. 9월 14일 오후 6시경 4년 차 역무원 민아 씨(가명)는 야간 근무를 위해 직장인 신당역으로 출근했다. 그날 밤 9시경 그녀는 지하철역 시설물 점검 순찰을 위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리고 몇 분 뒤 현장에서 체포된 한 남자. 남자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민아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2시간 반의 수술 도중 민아 씨는 숨을 거뒀다. 그녀의 나이 스물여덟. 처음으로 딸이 일하는 근무지를 와본 아버지는 딸이 직장에서 살해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민아 씨의 아버지는 "딸이 있던 곳을 보고 싶어서 왔어요. 복장이 무너지는데 표현이 안 되네. 우리 딸이 잘못한 건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그녀를 살해한 범인은 바로 서른한 살 전주환. 두 사람이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될 무렵 그가 2019년 11월부터 2년간 민아 씨에게 한 연락만 총 350여 건에 달했다. 만나달라는 내용부터 불법 촬영물 영상 협박까지 했다.
사건 당일 오후 2시 30분경 살해도구가 든 배낭을 멘 채 증산역으로 향한 전주환은 내부망에 접속해 민아 씨의 거주지를 검색했다. 이어 구산역에서 또다시 그녀의 근무지와 일정을 확인한 후 저녁 7시경 민아 씨의 근무지인 신당역 화장실 부근 벤치에서 1시간 10분가량을 기다려 그녀가 화장실로 들어간 순간 참혹히 살해했다.
평일저녁 서울 한복판 지하철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전 씨. 그의 동창들은 그가 어딘가 특이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한다고 했다.
민아 씨와 전주환의 악연이 시작된 건 2021년 10월 7일, 민아 씨는 전 씨를 불법 촬영 등의 혐의로 고소해 현장 체포 되었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전 씨는 석방되었다. 그에게 내려진 건 직위해제 조치 뿐 그는 수사를 받는 중에도 끊임없이 메시지와 전화를 멈추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탄원서를 쓰면서 2년간 스토킹에 시달렸던 민아 씨. 그녀의 죽음을 막을 방법은 정말 없었을지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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