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는 무죄…혈중알코올농도 0.118% 만취 상태서 시속 114km로 질주
광주고등법원 제주형사1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28일 살인과 위험(음주)운전 치사 혐의를 받고 있는 A 씨(35)에 대해 원심을 파기한 뒤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이 주장한 A 씨의 살인 혐의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추가된 위험운전치사 혐의는 인정했다.
앞서 A 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오픈카 ‘머스탱 컨버터블’을 몰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 B 씨(28)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A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에서 시속 114km로 질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고로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있던 B 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가 크게 다쳤고, 이듬해 8월 숨졌다.
당시 사건을 맡은 제주서부경찰서는 B 씨 사망 전 위험운전치상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 씨가 B 씨의 안전벨트 미착용 사실을 알고 과속운전을 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며 살인죄를 적용했다. 특히 검찰은 A 씨가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물었고, B 씨가 “응”이라고 답한 뒤 A 씨의 급가속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B 씨 휴대전화 등에 남아있는 기록을 토대로 A 씨가 B 씨에게 수차례 이별을 요구하며 다퉜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별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B 씨에게 A 씨가 불만을 품고 고의적으로 사고를 냈다는 주장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사고원인이 된 전복 등 큰 사고가 발생하면 피고인도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그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범행을 저지를만한 동기는 부족해 보인다”고 음주운전에 따른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특가법(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은 살인을, 변호인은 사고를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날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대법원 판례를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사고를 내 B 씨를 숨지게 했다. 피해 결과가 중하다”면서 “지금까지 B 씨 유가족에게 용서 받지 못했다. 유가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다만 A 씨가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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