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원·서채원·강예서·이건호 각 부문 우승…임성재 등 숱한 스타 이 대회 발판으로 성장
대회는 27일과 28일 양일간 전남 보성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대회였다. 서로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그간에 비해 더 많은 참가자가 대회에 나섰고 이를 자축하기라도 하듯, 대회 이틀간 청명한 날씨가 지속됐다. 지난해까지 마스크를 끼고 경기에 임했던 것과 달리 참가 선수들은 이번 대회부터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만끽했다.
거리두기 해제로 갤러리 풍경도 달라졌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경기 관전이 불가능했다. 자녀들과 대회장에 함께하더라도 클럽하우스 내로 동선이 제한됐다. 이에 일요신문은 유튜브 생중계 등으로 학부모들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이번 대회부터는 더 가까이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일요신문-초등연맹회장배 대회는 국내 초등학교 골프대회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대회에는 228명의 초등 골퍼들이 참가했다. 지난 2년보다 30~40명 인원이 늘었다. 이 대회는 2004년 시작돼 올해로 19회를 맞은 가장 오래된 초등학생 골프대회다.
전국 유망주들이 앞다퉈 이 대회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포인트 때문이다. 대다수 초등 선수들의 꿈이자 가까운 미래 목표는 국가대표 상비군 또는 주니어 상비군 발탁이다. 이를 위해선 대회 성적으로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데, 일요신문-초등연맹회장배 대회는 초등대회 중 가장 많은 포인트가 걸린 대회다. 연맹 한 관계자는 "마치 프로투어의 '메이저대회' 격이다"라고 설명했다.
초등 골프계 메이저대회이니만큼 이 대회는 많은 스타 골퍼들을 배출했다. 지난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팀 일원으로 나선 김시우와 임성재는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등에서 맹활약 중인 김효주, 박결 등도 이 대회 우승을 발판으로 성장해 나갔다. 강전항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 회장은 "이외에도 고진영, 장하나 등 숱한 스타플레이어들이 연맹 소속이었고 대회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강전항 회장은 대회 참가 선수들을 향해 "여러분은 꿈나무들이다. 당장 성적보다 향후 성장이 중요하다. 이번 대회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미래를 보며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공동 주최사 일요신문의 김원양 대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주형을 언급했다. "김주형 선수가 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 대회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했다. 위축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겨냈다"며 "강한 멘털과 자신감이 배경에 있었다. 여러분도 기죽지 않는 당당함과 정신력이 중요하다. 여러분도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고 제2의 김주형 같은 선수로 성장하길 기원한다"고 했다.
대회 첫날인 27일에는 기린부(남자 1~4학년)와 불새부(여자 5~6학년), 28일에는 청학부(여자 1~4학년)와 항룡부(남자 5~6학년) 경기가 진행됐다. 과거 모든 참가 선수들이 함께 나서는 1, 2라운드로 운영되던 대회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대회 관계자는 "수업일인 평일에 대회 참가를 위해 학교 협조를 얻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개막 하루 전 연습라운드에 참가하는 선수도 많이 줄었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금과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청명한 날씨 등 완벽한 환경 속에서 초등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대회장인 보성CC를 찾은 일반 골퍼들도 학생들의 샷을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대회 심판위원장으로 나선 김정남 프로는 "요즘 초등학생은 과거 초등학생과 다르다(웃음). 대회 코스가 어려워 걱정을 했는데 선수들 성적이 좋아서 놀랐다. 꿈나무들의 미래가 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을 근거리에서 지켜본 고현보 캐디는 "여러 해 동안 이 대회를 지켜봤는데 선수들 기량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작년보다 올해 아이들이 더 잘 치는 것 같아서 정말 놀랐다.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며 웃었다.
27일 오후가 되자 대회 1일차 결과가 속속 드러났다. 기린부에선 강주원(서울추계초 3학년) 군이, 불새부에선 서채영(서울숭신초 6학년) 양이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강 군은 3오버파 75타, 서 양은 2언더파 70타로 대회 정상에 올랐다.
강주원 군은 3학년임에도 4학년 선배들을 제쳐냈다. 1위부터 12위까지 강 군을 제외하면 모두 4학년 선수들이 자리했다. 그는 "예상 못했던 우승이다. 3~4위 정도를 예상했는데 우승해서 정말 좋다"며 "앞으로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김주형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 군의 아버지 강승균 씨는 "주원이가 골프를 시작한 지는 1년 6개월 정도 됐고 라운딩을 나선 지는 1년도 안 됐다. 그렇게 경력이 길지 않은데 우승을 해서 너무 대견하다"며 기뻐했다.
강 군의 우승 소감 인터뷰를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준우승자 박성빈 군은 결국 이후 인터뷰를 자청했다. 박 군은 "매일 연습하고 노력했는데 좋은 성적이 나와서 행복하다"며 "초등연맹에서 아직 우승 기록은 없다. 이번엔 2등이지만 다음엔 1등을 하고 싶다. 내년엔 5~6학년부에서 6학년 형들 이기고 우승을 하고 싶다. 나중에 PGA 투어나 LIV 골프 같은 큰 무대에서 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불새부 우승자 서채영 양은 "이 대회에 2학년 때부터 참가해 드디어 우승을 했다. 어릴 땐 최하위권이었는데 6학년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기쁘다"며 "오늘 전반에 버디가 많이 나와서 후반에는 침착해지려고 노력했다. 정신적인 부분에 집중한 것이 잘 통했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불새부에서 경쟁을 펼치던 선수들은 시상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시상식장의 어른들이 대거 자리를 비우자 기다렸다는 듯 우승자 서 양에게 물을 뿌리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들은 전원 6학년으로 동갑내기 친구들이었다. 초등학생으로서 대회는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이번 대회 11위에 오른 양아연(양정초) 양은 "저학년 때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우승을 해서 부모님께 핸드폰을 선물로 받았다. 추억이 많은 대회인데 더 이상 올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는 말을 남겼다. 함께 자리한 준우승자 안윤주(나산초) 양은 주변의 '다들 잘 먹고 잘 커야 한다'는 격려에 "이 친구들 중에 적게 먹는 친구는 없다"며 웃음을 유발했다.
이튿날인 28일 이어진 청학부(여자 1~4학년)와 항룡부(남자 5~6학년) 경기에서는 강예서(대청초) 양과 이건호(화순도곡초) 군이 우승했다. 이들은 각각 이븐파 72타, 2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경기장 위에서는 냉철하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는 골퍼지만 밖에서는 영락없는 초등학생의 모습을 보였다. 청학부에서 경기를 일찍 마친 몇몇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인근에 모여 술래잡기 놀이를 했다. 놀이에 나선 학생들은 클럽하우스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대회장이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로 휘감기자 대회 관계자는 “18홀을 돌고도 저런 체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웃음과 함께 고개를 내저었다.
강예서 양은 올해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었다. 이번 대회 우승을 포함 10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전국대회에서 6회 우승, 연고지 부산 지역 대회에서 4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2위와 4타를 벌리며 다소 큰 차이로 1위에 올랐다. 강 양은 "열 번째 우승인데 똑같이 기쁘다"며 "전반에 2언더파 기록해서 기뻤는데 후반에 흔들렸다. 이븐파로 막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퍼팅이 잘 안되긴 했는데 샷이 잘됐다"고 말했다. 강 양의 아버지 강동완 씨는 "우연히 시작하게 됐는데 딸이 골프를 좋아하기도 하고 대회 결과도 좋아서 기분 좋다. 운도 많이 따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고진영을 가장 좋아한다는 강 양의 다음 목표는 2023년 5월로 예정된 소년체전 우승이다.
항룡부 우승자 이건호 군은 "점수도 크고 중요한 대회라 아침에 긴장을 많이 했다. 전반까지는 계속 긴장감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다행히 컨디션은 좋았다"며 "긴장이 풀리면서 후반에 기록이 좋았다. 그래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목표로 했던 대회에서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 군의 아버지 이동철 씨는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보성=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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