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DJ로서 대중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전해 온 김미숙이 숲속 ‘나무 음악회’를 연다. 준비물은 나무에 관한 책 한 권. 관람예절은 '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마음자세'다.
나무 음악회가 펼쳐진 곳은 경기도 여주의 아름다운 정원 마임비전빌리지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이곳은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버드나무, 단풍나무, 느릅나무, 비술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도시의 나무는 가로수로서 공기를 정화하고 쉴 그늘을 드리워 주지만 언제나 당연하게 곁에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 존재감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아간다.
북적이는 빌딩 숲 도시를 떠나 나무들의 세상으로 들어온 배우 김미숙은 평화롭고 고요한 숲,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살아가는 나무들에게서 평소에는 지나쳤던 나무의 다양한 면면과 미덕을 발견한다. 담쟁이와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버드나무, 작은 벌레와 새들에게 먹이를 내어주는 꽃사과나무, 악기의 재료도 되고 약도 되어주는 수많은 나무들.
김미숙은 '대립 없는 공생'을 보여주는 나무들의 모습에 감탄하며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들에게 선물할 노래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Adagietto'를 선곡한다. 나무가 세상에 건네는 아름다운 현악기의 선율이, 새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울려 퍼진다.
뿌리 깊은 나무는 힘찬 몸짓으로 세상에 자신의 생명력을 뽐낸다. 이런 나무의 모습을 닮은 리더(Reader), 댄서이자 안무가인 모니카를 만난다. 댄서들의 댄서이자 춤을 사랑하는 이들의 오랜 스승이라고 불리는 모니카. 그는 후배들에게 춤의 합만큼, 마음의 합도 잘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모니카가 늘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은 나무다.
조화롭게 살아가며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는 나무로부터 그 배움을 얻기 위해 남양주 물의 정원으로 향한다. 강물을 향해 기울어져 자라는 버드나무 군락이 인상적인 이곳에서. 모니카는 환경을 탓하지 않고 바람에 몸을 맡기며 자라는 나무의 지혜와 생명력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땅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자라면서도 또 다른 생명들에게 조용히 품을 내어주는 나무의 모습은 댄서 모니카가 배우고 싶은 진정한 스승의 모습. 나무로부터 삶을 배우고 위로를 받은 모니카는 말한다. "나무는 항상 저희들에게 이야기를 해요. 다 괜찮다고. 저는 그 얘기를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댄서 모니카가 스스로 나무가 되어 나무의 몸짓으로 전하는 나무들의 이야기가 '100인의 리딩쇼' 방송에서 공개된다.
한편 곡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잔나비의 최정훈은 소진된 마음을 채우기 위해 기타 하나를 메고 작은 트리하우스가 있는 고요한 숲을 찾았다. 참나무와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함께 재잘거리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숲의 산책길. 우직하게 솟아올라 시간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는 나무 아래에서 나무의 삶과 미덕에 대해 쓰여진 책 한 권을 펼친다.
책이 알려준 나무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은 '낙엽을 말려 스크랩북에 모으거나 액자에 담는 일'. 최정훈은 책 속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과 꿈을 발견한다. 수북이 쌓인 낙엽 위에 친구들과 누워 놀던 기억과, 언젠가는 숲에 나만의 방을 만들겠다는 꿈. 그때 그 시절 나무가 친구였고 숲이 놀이터였던 소년을 떠올리며 최정훈은 나무가 떨어뜨린 잎과 열매들을 주워 모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책갈피를 만든다.
나무의 품에서 아이처럼 놀며 다시 노래할 힘을 얻은 그는 푸른 숲과 나무에게 마음을 담은 노래를 선물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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