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이 검찰에 고발된 뒤 대우증권 등 증권사들은 스펙트럼DVD(스펙트럼)와 예당엔터테인먼트(예당)를 미수금지 종목으로 지정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락했던 엔터테인먼트주에 대해 투자주의보를 내린 것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와 관련, 스펙트럼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던 영화배우 하지원씨(본명 전해림)도 스펙트럼과 관련해 몇 주 전 금감원에 나와 2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주식은 연예산업과 관련이 있어서인지 연예계 인사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스펙트럼의 주요주주나 예당 쪽 오너그룹이 이런 저런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검찰에 고발된 팬텀의 김준범 대표이사는 2002년 예당에 입사해 2004년까지 전략기획팀장으로 재무관리를 맡으면서 예당과 인연을 맺었다. 2004년부터는 이가엔터테인먼트(이가) 부사장을 맡다가 올해 팬텀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팬텀은 올 4월 이가엔터테인먼트, 우성엔터테인먼트(우성)와의 합병으로 골프용품업체에서 엔터테인먼트업체로 거듭났다. 이 호재가 알려지면서 3월 중반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넉 달 만에 3만1천5백원까지 무려 38배나 급상승했다. 몇 차례 조정을 거치면서도 현재 4만원 가까운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주형 이가 대표, 이장혁 우성 대표, 김준범 팬텀 대표(당시 이가 부사장)는 팬텀 주식 34.5%를 14명 명의로 분산(parking)한 뒤 3월부터 5월까지 통정매매, 고가매수주문 등의 방법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하여 주가를 3백10원에서 4천1백원까지 상승시켰다. 이후 취득 주식을 처분하여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주가가 4천1백원 이후에도 계속 상승한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올린 차익은 미미할 수도 있지만 초반 상승세를 인위적으로 ‘펌프질’을 하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이 외에도 이가의 이주형 대표와 김준범 당시 부사장은 팬텀 주식 매수 이전에 사들인 보안컨설팅업체 인젠에 대한 주가조작 혐의로도 추가 고발되었다. 이가의 지분참여로 인젠은 한때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었지만 다시 급락세를 타자 이들은 주가를 조종해 1천4백25원에서 2천9백50원까지 상승시킨 뒤 처분한 혐의다.
한편 제2의 팬텀으로 불리는 스펙트럼도 금감원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5월 1천5백원대이던 주가는 태원엔터테인먼트(태원) 정태원 대표와 영화배우 하지원씨가 주식을 각각 11.68%, 11.67%를 매입하면서 급등해 1만원대로 상승했다. 하지원씨가 소속된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웰메이드)가 우회상장하면서 태원-웰메이드가 합쳐진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 것이다.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예당 변두섭 대표의 동생인 변종은씨가 운영하는 웰메이드필름의 자회사다. 여기서도 예당 오너그룹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하지원씨가 63억원을 들여 자신의 명의로 스펙트럼 주식(37억원)과 예당빌딩(26억원)을 매입하자 소속사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2004년 변종은 대표는 형 변두섭 대표로부터 자금을 받아 예당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이번 스펙트럼 주식 매입 당시 웰메이드측은 “하지원씨의 개인적인 재테크일 뿐”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금감원 쪽에서도 하씨의 주식 매집에 대해서는 ‘바지사장’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이번 스펙트럼 건에 대한 금감원 조사를 통해 하지원씨와 소속사 간의 거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변종은 대표는 당시 “나와는 상관없는 순수한 하지원 개인적인 일”로 반박했지만, 몇 달 후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스카이엔터테인먼트와 웰메이드가 합병해 스펙트럼으로 우회상장을 하기로 했는데, 마침 하지원씨가 돈을 갖고 있어 대신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스카이엔터테인먼트가 약속을 어겨 하지원씨의 지분을 매각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하씨의 지분매각 이후 스펙트럼의 주가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 11월1일 웰메이드는 마침내 게임개발업체인 소프트랜드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며 코스닥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유상증자에 하희라씨 등 소속 연예인들이 참여했는데, 하지원씨의 경우 또다시 언급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아버지인 전윤복씨 명의로 증자(54만8천5백71주)를 받았다.
소프트랜드 주가는 11월1일 이후 꾸준히 상승, 3배 가까이 올랐다. 당시 배정가 1천7백50원으로 12월2일 주가는 6천원대. 하지원씨 부친은 23억원의 평가차익을 보고 있다. 현재 소프트랜드는 주가조작 혐의와는 관련이 없다.
예당은 과거 주가조작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바 있고, 팬텀에 대해서는 금감원의 검찰 고발, 스펙트럼에 대해서는 금감원 조사가 각각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팬텀과 스펙트럼측은 “주가조작을 한 사실이 없고 모든 것은 검찰 및 금감원 조사에서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