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석래 효성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
조 회장이 ㈜효성 지분을 늘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 말부터다. 10월28일과 31일 양일에 걸쳐 1만2백60주를 매입했으며 11월3일부터 10일까지 사들인 지분이 총 1만9천2백 주다. 이로써 조 회장 지분은 종전의 3백55만1천18주에서 3백58만4백78주로 늘어났으며 지분율은 10.29%가 됐다.
지난 10월28일~10월31일 당시 주가는 1만2천1백원 정도였다. 11월3일~11월10일 당시 주가는 1만2천5백원선을 유지했다. 이를 토대로 환산하면 조 회장은 이번 지분 확보과정에 3억6천만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투자치곤 큰 액수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의 반향은 엄청났다. 11월10일까지만 해도 1만2천5백원선이던 ㈜효성 주가가 지난 11월16일 1만3천원선을 돌파하더니 급상승세를 타면서 12월1일 현재 1만7천원대 고지를 찍었다. ㈜효성 주가가 1만6천원을 돌파한 것은 2002년 6월14일 1만6천3백원을 기록했을 당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올 들어 1만1천~1만3천원대를 오르락내리락하던 ㈜효성 주가가 3년5개월 만에 1만6천원대에 올라선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선 효성그룹 총수의 지분 매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을 자극한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1만2천원선이었던 ㈜효성 주가는 다른 재벌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었다. 조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은 자사 주가가 비교적 낮은 시점에 집중적으로 사들여 안정적 지분 확보에 힘쓰는 한편 총수일가의 자사 지분 매입을 통한 주가 폭등을 고려한 ‘두 마리 토끼 잡기’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한 재계 인사들의 입방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효성의 주가 상승으로 조 회장은 엄청난 평가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 11월10일 최종 지분 매입시점까지 총 3백58만4백78주를 확보했다. 11월10일 주가 1만2천5백원이던 당시 조 회장 보유 주식 평가총액은 약 4백48억원이었다.
그러나 주가가 1만7천원선까지 오른 현재 조 회장 보유 주식 평가총액은 약 5백80억원이다. 최근의 지분 매입 완료시섬인 11월10일 이후 불과 보름 만에 1백32억원 평가차익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조 회장이 이번 지분 매입에 투자한 3억6천만원의 36배가 넘는 금액이다. 조 회장의 이번 지분 매입은 ‘재벌총수의 자사 지분 확보→주가 상승→재벌총수의 엄청난 평가차익 발생’의 순서로 정리된 셈이다. 회사에 대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조 회장의 ‘매입 시점’이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대주주의 집중 매입이 주식 시장의 다른 참여자들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을 법하다. 메리츠증권에서도 최근의 효성 주가 폭등에 대해 ‘시련의 세월이여, 안녕’이란 보고서를 내놓고 목표주가를 2만7천원까지 올려잡기도 했다.
이에 대해 효성그룹측은 “(조 회장) 개인 차원에서 하신 일이라 그 배경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며 “대량매입도 아닌데 다른 의미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들 역시 얼마전 주식투자로 인해 엄청난 평가차익을 취해 화제에 올랐던 바 있다. 고 조홍제 창업주와 현 조석래 회장의 뒤를 이을 3세 경영인 조현준 부사장과 조현문 전무 그리고 조현상 상무가 국내 유일의 나일론 원료 카프로락탐 제조업체인 카프로의 주식을 산 지 불과 1년 만에 1백억원가량의 평가차익을 낸 것이다. 이들 3형제의 주식투자가 화제에 올랐을 당시 효성그룹측은 “효성의 3세 경영인들은 카프로의 경영정상화에 이바지한다는 뜻에서 주식을 샀으며 카프로 지분을 매도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계에선 조 회장의 이번 자사 주식 매입을 계기로 효성그룹 3세들의 자사 지분 추가 확보 수순이 빨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 회장의 지분 매입 이후 주가가 치솟은 터라 3세 경영인들까지 지분 매입에 나설 경우 주식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란 점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추론엔 카프로 주식 투자를 통한 평가차익이 ‘실탄’으로 쓰일 것이란 추측이 뒤따른다.
현재 조석래 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10.29%이며 조현준 부사장은 7.01%, 조현문 전무는 6.62%, 그리고 조현상 상무는 6.6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11월24일 현재 1만6천2백원인 ㈜효성 주가가 지금의 상승세를 감안해 1만8천원선까지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1백억원으로 확보할 수 있는 ㈜효성 주식은 약 56만 주가 된다. 11월10일 현재 ㈜효성의 발행주식 총수는 3천4백78만5천9백11주이기 때문에 1백억원으로 사들일 수 있는 ㈜효성 지분율은 1.6% 정도가 된다.
이 같은 관전평에 대해 효성그룹측은 “카프로 평가차익을 통해 효성 주식을 사들인다는 것은 (총수일가 소유) 카프로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며 “지난해 주식 매입은 카프로에서 경영안정을 위해 요청해온 것이었던 만큼 투자 목적으로 행해진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효성 지분 확보를 위해 카프로 주식을 매각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