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현정은 멀어져야 상생?
현대중공업이 현대아산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9년 2월 현대아산이 설립되면서부터. 설립에 필요한 지분 중 20%(2백억원)를 현대중공업이 출자한 것이다. 이후 대북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인해 현대아산이 흔들리면서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역시 ‘대북사업 리스크’에 노출돼야 했다. 2002년 2월엔 현대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위해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아산 지분 9.89%를 현대아산에 무상증여하는 손실을 감수했다.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현대아산 지분을 아무도 사려 하지 않았기 때문.
지난해 4월엔 현대아산이 ‘10분의 1’ 감자를 단행해 현대중공업 보유 현대아산 지분은 1천3백40만주에서 졸지에 1백34만주가 됐다. 최근의 지분 매각은 현대중공업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한다.
현대그룹측은 “현대중공업이 주력 업종이 아닌 부문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현대아산의 지분을 처리했으며 이 지분을 사들여 새로 대주주가 된 현대택배는 현대아산의 개성공단 건설 기자재 물류 등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거래였을 뿐 ‘관계를 끊는다’는 시각은 당치 않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측도 “현대아산 지분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은 것은 아니다”며 정몽준-현정은 갈등설을 일축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16%를 갖고 있다. 현정은 회장의 친어머니인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 등 현대엘리베이터 최대 주주의 지분은 현재 29.9%에 불과하다. 33.71%를 보유한 KCC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2.16%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 회장에게 꼭 필요한 지분이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앞으로도 사업 연관성이 없는 지분을 매각해 나간다는 방침. 이번 건처럼 흥정이 잘 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그룹의 지분관계 정리는 단숨에 이뤄질 수도 있다. ‘대북사업과의 연결고리 끊기’ 논리와 ‘경영권 방어 차원’의 지분 확보 명분 속에 정몽준 의원과 현정은 회장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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