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LCD TV ‘파브’(위)와 LG전자의 ‘엑스 캔버스’. | ||
지난 12월1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부문에 대한 대대적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삼성의 주력인 40인치 LCD TV는 종전의 5백50만원에서 4백40만원으로 인하됐고 4백90만~5백20만원이던 LG 40인치 LCD TV 가격도 4백40만~4백60만원으로 떨어졌다.
삼성-LG 양사는 이번 가격인하 배경을 ‘LCD TV 대중화’차원이라고 밝혔다. 독일 월드컵 시즌이 다가오면서 폭발적 수요가 예상되는 LCD TV 시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양사 모두 최근 들어 생산라인 대형화에 엄청난 물량을 투자했다. 출혈경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이번에 밀리면 자칫 군소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짙은 위기감이 감도는 것이다.
TV 시장의 가격인하 바람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시작됐다. 2004년 초만 해도 삼성 LG의 40~42인치 PDP TV 가격은 8백만원대였으며 LCD TV 가격은 9백만원~1천만원 선이었다. 그러나 2005년 말 현재 양사의 PDP·LCD TV 모두 4백만원대로 추락한 상태다. 기술력 증진과 생산성 극대화, 시장 확대를 감안해도 2년 사이 절반 이상 가격인하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낳을 우려가 있다는 시각으로 이어진다.
이미 일본·중국 업체의 국내시장에 대한 저가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LG의 이번 가격인하에 앞서 일본의 소니와 중국의 하이얼은 국내업체보다 더 싼 가격으로 대폭 인하했다. 삼성-LG의 주력상품인 40~42인치와 경쟁하는 소니 ‘브라비아’ 40인치 LCD TV는 종전의 5백만원에서 4백30만원으로 내린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하이얼의 32인치 LCD TV는 1백49만원에서 1백29만원으로 인하된 상태다.
가격경쟁은 외국업체의 국내시장 위협 선에서만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내 경쟁에서 당초 예상한 실적을 거두지 못한 모 업체의 고위간부가 연말 인사에서 물러나고 다른 계열사의 CEO가 이미 그 후임자로 낙점 받았다는 소문이 재계에 파다한 상태다.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거둔 모 업체 역시 지나친 가격경쟁과 물량투입으로 내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격경쟁으로 물든 삼성-LG TV시장 대결은 내년 초를 기점으로 생산라인 대형화 경쟁으로 번져나갈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과 LG는 TV시장 석권을 위해 생산체제 대형화에 공을 쏟아왔다. 올해 탕정 7세대(탕정 크리스탈 밸리에서 따온 말) 대형 LCD 라인 본격 가동 이후 지난 3/4분기 실적에서 LCD업계 1위를 지켜온 LG필립스LCD를 앞지른 삼성전자는 내년 초 7-2세대 라인을 가동해 LCD 승부에서 쐐기를 박겠다는 심산이다. 이르면 올 말부터 생산체제를 본격 가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과의 생산 대형화 경쟁에선 이겼지만 버전 업그레이드 경쟁에서 뒤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LG필립스LCD 역시 내년 초 파주 공장 7세대 라인 신설 가동을 통해 물량과 품질에서 모두 삼성을 다시 앞지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G그룹 안팎에서 삼성에 내준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해 독이 바짝 올라있다는 전언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생산라인 대형화 추세에 대해 “경쟁업체보다 빨리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내야 사이즈 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LCD TV 분야에서 삼성의 주력은 40인치이며 LG의 주력은 42인치다. 많은 물량이 풀어져야 그 제품이 업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인사는 “삼성이 3/4분기 LCD 실적에서 LG에 앞선 만큼 LG가 대형라인 신설에 맞춰 가격인하를 다시 한번 단행할 수도 있으며 삼성이나 외국업체 역시 이를 따라가게 될 것”이라며 출혈경쟁이 새해에도 계속될 수 있음을 전망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