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다민 요리연구가, 경산전통시장 판도 ‘확 바꿨다’
- 경산 최초 '별찌야시장' 대박…타 지자체 벤치마킹 움직임도 보여
- 거리 60m·매대 15개, 음식은 '최상급', 가격은 '저렴'…입소문 타고 시민 줄이어
- "내년에는 더 많은 맛있는 음식 선보일 것"
[일요신문] "'첫 시도 치곤 나름 괜찮았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탈출구를 만들어 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물론 전통시장 활성화로 조금이라도 지역 경제를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경산에서 최초로 시도한 상설 야시장인 만큼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에 큰 보람을 느껴요."
가을의 한가운데에 접어든 날 대구 남구 한 찻 집에서 만난 설다민 요리연구가는 지난 4개월 여간 경산 상설시장내 다목적 광장에서 열린 '별찌야시장'에 대해 이 같이 회상했다.
'일요신문'이 설다민 요리연구가를 만나 최근 성료된 경산시 최초 '별찌야시장'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 "'별찌야시장', 이제 첫 길을 낸 거죠."
설다민 요리연구가는 '2022 별찌야시장'을 열기 위해 매대(상품을 벌여 놓을 수 있게 만든 대) 선정, 음식메뉴 선정, 맛평가, 디스플레이, 포장까지 일일이 점검하며 행사의 초기 기획부터 마지막날까지 열정의 불을 태운 핵심 멤버이다.
그런 그녀의 평가는 야박할 정도로 냉정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번 야시장의 음식 메뉴는 시민들에게 긍정적이었던 거 같아요. 신선한 재료, 다양한 메뉴, 맛은 물론 디스플레이와 위생까지 철저하게 했던 게 통했죠. 하지만 개선점도 있었어요. 첫 시도고 여러 가지 제약들이 있어서 작게 시작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무대 공연을 올릴 때 세대 간에 다른 문화에 약간의 이질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설 요리연구가는 이번 야시장의 성공요인으로 '주인의식'을 꼽고 있다.
그녀는 "최초의 시도이니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간절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별찌야시장 입점업주자들과 경산공설시장 상인분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함께 열심히 했기에 가능했다고 봐요. 내년에는 더 잘 협업해서 더 많은 분들에게 별찌야시장의 맛있는 음식을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루쉰'의 글귀도 인용하며, "사실 서문야시장도 잘 안됐는데... 이게(별찌야시장) 되겠나 싶은, 이런 우려들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거죠. 원래부터 길은 없는거니까요. 누군가가 나무를 꺾고 풀을 헤치고 길을 만들며 걸어 나가면 나중에 다른 사람도 따라오겠죠. 그렇게 길은 만들어진다고 봐요. '별찌야시장'은 이제 첫 길을 낸 거죠."라고, 전했다.
'루쉰(1881~1936)'은 중국 현대문학 작가로, 그의 대표 단편 소설 '고향'에서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2022 별찌야시장'이 4개월여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야시장은 경산전통시장 개장 이래 첫 시도였고,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공이었다. 경산시공설상인회 등 당사자들 역시 60m 남짓한 공간에 놓인 매대 15개를 보며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별똥별에 소원을 빌며 도도히 걸어가는 인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 결국 하늘의 별을 땄다. 경산시장으로 내린 '별찌('유성'의 순수한 우리말)'는 시민, 상인, 그리고 전국의 전통시장에도 큰 빛으로 귀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함께 만든 기적…'맛'으로 세대 잇고, '추억' 선사하다"
"엄마 여기 야시장이 맛있다고 난리 난 곳 이예요."
경산시공설시장상인회와 경산지역 소상공인들이 의기투합해 열린 '별찌야시장'은 지난 7월 22일부터 매주 금·토요일(저녁 6~10시까지 ) 운영했다.
경산 최초의 상설 야시장이다. 그동안 '마약웻지감자', '마약 옥수수 삼겹김밥', '컵밥', '팟타이', '떡갈비', '족발', '닭꼬지', '양꼬치' 등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70대 할머니와 함께 추억의 '달고나'를 만드는10대이하 어린이, 엄마·아빠 손을 잡고 '닭꼬지'를 먹는 10~20대, 마술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30대, 무대에서 젊은 시절 낭만을 노래하는 40~60대까지 전 세대가 별찌야시장에서 먹고 마시고 한데 어울렸다.
지역 전통시장에 활력을 더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행사로 세대화합을 선보인 이번 행사는 경산시와 '경산시공설시장상인회(태원찬 회장)', 경산지역의 소상공인들, 그리고 임현철 대구가톨릭대 교수, 설다민 요리연구가, 이성수 쉐프 등 지역의 유명 요리·요식업계 전문가가 함께 협업했다.
- 경산시, 2022 별찌야시장 고효율 '눈길'…타 지자체 전통시장업계 '벤치마킹' 움직임 보여
경산시에 따르면 4개월간 치뤄진 '2022 별찌야시장'에 투입된 비용은 단 1억원이다.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에서 따낸 10억원(중기부 5억, 경산시 5억)의 일부로, 매대·공연 등 4000만원, 조명·엠프·시설 임대 등 6000만원이 들어갔다.
매출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각 매대마다 하루 평균 매출액은 150~200만원으로 추산된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인근 상인들도 이를 통한 반사이득으로 평소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귀뜸하고 있다.
시는 내년 3월 별찌야시장 재개장도 효율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매대는 5개를 추가해 20개로 늘리고, 공설시장 옆 구간을 활용해 규모를 점차 늘린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야시장 고유의 특성을 반영해 문화공연보다 먹거리에 더욱 주력하고, 공연의 경우 버스킹 등으로 대체하지만, 뜻이 있는 지역 뮤지션과 공연팀 등을 섭외해 현실적인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겠다는 기획도 잡았다.
경산시 관계자는 "경산 최초의 상설 야시장 '2022 별찌야시장'에 너무나 많은 분들이 수고해 주셔서 이렇게 성공적으로 치룰 수 있었다. 매대 5개를 추가하려고 했지만 기간이 짧아 내년으로 미룰 정도로 성황이었다"면서, "특히 타 지자체 전통시장업계 측에서도 별찌야시장을 방문해 벤치마킹하겠다는 뜻을 내비칠 정도로 귀감이 된 행사"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시는 상인-소상공인-요리·요식업계와 협업해 전통시장의 꽃을 피우는, 시민 중심의, 행복 경산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별찌야시장'은 쇠퇴해가는 지역 전통시장을 활성화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동시에 미래 고객인 젊은 층의 전통시장 이용을 유도하고, 동시에 '플리마켓' 등 지역 문화행사를 상설유치해 전통시장을 '종합문화의 장'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2023 별찌야시장'은 내년 3월 성황리 개장될 예정이다.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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