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수를 가장 기대하는 업체는 단연 이동통신사들이다. 2002 월드컵 응원전을 주도하다시피 한 이들 업체들은 이번에도 응원전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F는 신문광고를 통해 월드컵 공식후원사이자 붉은악마 후원사임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나섰다. 지난 2002 월드컵 때 공식후원사로 지정됐음에도 오히려 월드컵마케팅으로 빛을 본 것은 SK텔레콤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SK텔레콤은 월드컵 혹은 FIFA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었음에도 붉은색 티셔츠와 응원전을 이용한 앰부시마케팅(스폰서 권리가 없음에도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다. 또 붉은악마의 거리응원을 후원함으로써 월드컵 열기를 십분 활용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KTF는 이번에는 기선을 빼앗길 수 없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대한축구협회와 국가대표축구팀 공식후원사이기도 한 KTF는 12월1일 붉은악마를 공식적으로 후원한다는 조인식을 가졌다. 축구선수의 경기모습을 위주로 한 2002년의 광고 대신 붉은 티셔츠와 붉은 두건을 쓴 모델 문근영을 통해 응원전 열기를 이어갈 뜻을 밝히고 있다.
붉은악마 스폰서십까지 놓친 SK텔레콤은 자사가 후원한 2002년의 시청앞 광장 모습을 신문광고로 내보내며 올해도 거리응원전을 주도할 것임을 알렸다. 붉은악마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거리응원전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스폰서십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미 시청앞광장 사용허가에 대한 문의를 발빠르게 서울시에 문의할 정도다.
SK텔레콤처럼 앰부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 삼성은 올림픽 마케팅은 ‘제패’했지만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다. 올해 첼시팀 후원- 월드컵 스폰서를 엮어 획기적인 축구마케팅을 시도했지만 월드컵 스폰서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삼성전자는 월드컵 대표팀 전-현 감독인 히딩크와 아드보카트를 등장시키는 광고를 내보내 월드컵 특수를 대비하는 묘수를 짜냈다.
한편 FIFA 공식후원업체인 현대자동차는 국내보다는 해외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2 월드컵에서 1천억원 이상의 스폰서 비용을 냈던 현대자동차는 당시 70억달러(7조원) 이상의 홍보효과를 누린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 아드보카트 감독 | ||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카드도 아드보카트 감독이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하기로 해 월드컵 마케팅에 동참하고 나섰다.
2002년 이동통신업체가 경쟁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인터넷업체의 경쟁이 예상된다. 한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야후코리아는 본사가 FIFA 후원업체로 선정된 것을 발판 삼아 월드컵 마케팅으로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이미 NHN은 발빠르게 붉은악마와 후원계약을 맺은 상태. 마치 2002년 KTF와 SK텔레콤의 관계를 보는 듯하다. 그렇지만 야후코리아는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다. “응원전은 붉은악마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제2의 붉은악마를 통해 얼마든지 오프라인에서도 활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금융권의 월드컵 특수 경쟁도 예상된다. 국가대표축구팀을 후원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4월 축구전용상품인 ‘오! 필승코리아 적금’을 출시하고 판매액의 0.1%를 독일월드컵 지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또 축구전문카드인 ‘베스트12 카드’를 출시했다.
생보사인 동양생명은 고객을 대상으로 독일월드컵 관람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업체들 간의 월드컵 마케팅은 준비 단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내년 마케팅계획수립이 끝나는 이달 말부터는 월드컵 플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든 아니든 월드컵을 활용한 마케팅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붉은악마와 별개로 응원전도 펼칠 방법이 있다. 축구 결과만큼이나 업체들 간의 축구마케팅전 또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흥미진진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