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잇따르자 지상 전투병력 증강 필요성 대두…국방부 “주민 안전 문제없다”
11월 2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분단 이후 처음 NLL 이남으로 감행한 미사일 도발이었다. 강원도 속초에서 57km 떨어진 해역에 미사일이 탄착했고, 울릉도엔 미사일 공습경보가 울렸다. 예상치 못한 미사일 도발 무대는 동해였다.
울릉도는 군 당국이 추진했던 U자형 도서 방어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요충지다. 서해엔 해병대가 북한 접경 서해5도(백령도 연평도 우도 대청도 소청도)에서 안보태세를 확립하고 있다. ‘U자 방어’ 최남단 꼭짓점은 제주도다. 제주도에도 해병대 전투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2015년 창설된 해병대 9여단이 제주해군기지 방어 및 예비군 동원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해병대 9여단은 사실상 제주도 안보 핵심으로 자리매김 했다.
허를 찌른 북한 미사일 도발 이후 전·현직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울릉도 안보태세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릉도 내 육지 방어를 책임질 주둔 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미사일이 아닌 국지도발 등 다른 종류 도발이 감행됐을 경우 울릉도가 자체적으로 방어태세를 전개할 수 있는지 여부에 의문무호가 붙은 까닭이다.
전직 장성급 군 관계자는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울릉도 안보태세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의 제6차 핵실험을 전후로 꾸준히 언급됐던 U자형 방어태세에서 울릉도가 상대적인 사각지대로 여겨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U자형 대비태세에서 울릉도가 언급될 때엔 독도 수호 등 목적이 더 빈번하게 거론됐다”면서 “북한이 전방위적인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대비해야 할 도발 경우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 차원에서 전략적 요충지인 울릉도 울타리를 점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2015년 11월 유사시 독도 방어 능력 강화 등을 위해 울릉도에 중대급 해병대 병력을 수시로 파견해 전지훈련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중장기적으론 울릉도에 해병대 전투 병력을 상시 주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바 있다. 2015년 당시 울릉도 해병대 전투병력 배치는 ‘전략도서방위사령부’ 창설 계획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략도서방위사령부와 울릉부대는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창설을 추진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선 해병대사령관이 직접 울릉부대 창설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전진구 전 해병대사령관은 2017년 10월 19일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략도서방위사령부와 울릉부대 창설 계획을 시사했다.
전진구 전 사령관은 “울릉도 지역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소지가 있는데 현재 해병대 전력이 배치돼 있지 않다”면서 “이곳에 해병대를 배치함으로서 방위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전 전 사령관은 울릉부대와 관련해 대령급 장교를 지휘관으로 두는 대대급 상비병력 주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해병대는 업무보고를 통해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상륙전력 증강에 따른 선제적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서북도서 방어 위주에서 주변국 위협을 동시에 대비가 가능한 전략도서방위사령부로 전환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략도서방위사령부는 2022년 현재 감감무소식이다. 울릉부대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권 일각에 따르면 울릉부대 창설 자체 목적이 동해상 중국이나 일본을 견제하는 차원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울릉부대 창설 필요성 자체가 옅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정보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북한이 울릉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군은 2010년 중반 즈음을 기점으로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보다는 국지도발성 침투를 바탕으로 도서지역 시민을 인질로 잡는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춰 안보태세를 확립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안보태세 확립은 통상 북한과 접경해 있는 서해 5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서 “동해안 주요 전략요충지인 울릉도의 경우엔 북한과 상당거리 떨어진 까닭에 대북 안보와 관련한 조치가 꾸준히 이뤄지기보다 현상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강조했던 U자 방어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울릉도는 해군 예하 제118조기경보전대가 도서 방위를 담당하고 있다. 전직 군 정보당국 관계자는 “울릉도의 경우 각종 지형적 이유로 상륙이 굉장히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면서도 “그럼에도 유사시 지상 전투병력이 필요한 경우가 생길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관련한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방어태세를 점검하는 차원에서라도 울릉도 지상 전투병력 증강을 다시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직 해병대 고위 관계자는 “해군 조기경보전대와 공군 방공관제대대가 울릉도 현지에 주둔하고 있지만, U축 체계 내에서는 울릉도가 사각지대로 꼽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최근 북한 도발 키워드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울릉부대 창설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병대가 울릉도에 병력을 정기적으로 순환배치하면서 동해상 최전방 거점 방어에 의지를 피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울릉도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안보단체 관계자는 “유사시 울릉도 지상 안보를 책임지는 주 전력으론 해군, 예비군, 경찰 삼각편대를 꼽을 수 있다”면서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선 보다 전문적인 지상 전투병력 증강 배치 필요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울릉도 미사일 경계경보 발령 시 울릉경찰서장이 상추를 따러 조기퇴근해 논란을 빚지 않았느냐”면서 “도서지역 경비뿐 아니라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국지적 전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울릉도 안보체계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까맣게 잊혀 있던 해병대의 ‘울릉부대 창설계획’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울릉도 방어태세를 견고히 확립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측은 “울릉도에 상주하고 있는 해군과 공군 등에 전투병력이 있다”면서 “적 도발 상황이 생기면 통합방위법에 따라 군이 울릉도 방호를 관할하게 된다. 대비 태세나 주민들 안전에 대해선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병대 측은 “해병대는 울릉도에 전투병력 순환배치가 아닌 순환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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