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대학 연구팀은 10~17세 청소년 1523명을 대상으로 계절에 따른 기분 변화를 물어 태어난 계절과 감정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봄과 여름에 태어난 청소년일수록 겨울철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봄과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일조시간이 짧고 밤이 긴 겨울철에 기분이 언짢아진다. 이와는 달리 겨울에 태어난 사람은 겨울 날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부정적인 정서 변화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겨울에 신경과민이 되기 쉽다. 이유는 태어난 직후 받은 햇빛 양이나 햇빛 노출 빈도가 인체 신경조직 발달에 일정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연구팀은 겨울철 우울증을 일컫는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와 유사한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춥고 긴 겨울을 나는 북유럽에서는 유달리 우울증 환자가 많다. 북유럽처럼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쬘 수 있는 햇빛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부족하면, 체내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기분이 처지고 우울하다. 영국에서는 무려 400만 명 정도가 겨울철 우울증을 겪는다고 보고된 적도 있다.
겨울철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처럼 전형적으로 의욕 저하가 나타난다. 하지만 일반적 우울증과 정반대인 특징은 식욕이 증가해 체중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또 계속 졸려 수면시간이 늘어난다. 이러한 증상은 봄이 되면 금방 없어지므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연구팀은 태어난 계절과 정신 및 육체건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앞선 연구에서도 출생 계절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 밝혀진 바 있다. 겨울에 태어난 이들은 알레르기성 체질이 되거나 정신분열증을 앓기 쉽고, 여름에 태어난 이들은 비교적 큰 체격으로 자라나 성장 후 소화기 계통 질병에 걸리기 쉽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에 유독 수면 시간이 길다.
□ 낮잠을 자주 잔다.
□ 늘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 활력이 없고 피곤하다.
□ 아침보다 밤에 기분이 나쁘다.
□ 달거나 탄수화물이 많이 든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는다.
□ 햇볕을 쬐는 시간이 하루 10분도 안 된다.
□ 최근에 식욕이 좋아져 부쩍 체중이 늘었다.
□ 사람을 만나기 싫다.
□ 직장이나 학교에 나가기가 싫어졌다.
(1~3개-봄이 되면 낫는 수준이다. 4~6개-주의를 요한다. 7개 이상-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