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2006년 주식 왕중왕에 오를까. 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신격호 롯데 회장. | ||
그렇다면 2005년 한해 주식평가액이 가장 많이 오른 재벌 총수는 누구일까. 단연 현대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이다.
현대차그룹의 주력 기업인 현대차 주가는 연초 5만~6만원대에서 오르내리다 최근 10만원선 돌파를 노리면서 9만원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5.2%, 이를 주가로 환산하면 1조8백억~1조9백억원대로 지난해 6천억원대였다는 점에 비교하면 70% 이상 늘어났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 7.93%도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연초 6만원대 초반에서 최근 9만원대 중반까지 올랐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6천2백억원 정도다.
여기에 INI스틸(7.93%), 현대하이스코(10%) 등을 더하며 정 회장의 현대차 계열사 상장주식 보유금액 평가액은 2조원대에 달하는 국내 최고의 주식부자가 된다.
최근 2년간 정 회장이 국내 재벌 랭킹 1위인 이건희 회장을 상장주식 보유금액 평가액에서 간간히 넘어선 적은 있지만 연간 통계에서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의 주식 평가액이 대박이 난 배경에는 올해 현대차 계열사 주식이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점, 그리고 현대차그룹 지주회사격으로 꼽히는 현대모비스 주가와 현대차그룹의 간판 회사인 현대차 주가가 모두 상승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어쨌든 현대차그룹은 2000년 현대그룹에서 분리해 나간 이후 5년 만에 주식평가액에선 재계 1위를 차지하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론 아직 매출과 순이익 면에서 재계 1위는 삼성그룹이다. 국내 제조업체 중 가장 많은 매출액과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주식평가액 분야에선 재계 2위로 굳어졌다. 본인 명의의 지분이 적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보유주식은 삼성전자(1.96%), 삼성물산(1.41%), 삼성화재(0.3%), 삼성증권(0.1%) 등이다.
이중 이 회장의 보유주식 시가총액을 결정하는 것은 삼성전자. 나머지 계열사는 워낙 지분도 작고 주가도 삼성전자와 ‘차원’이 달라 이 회장의 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삼성전자는 연초 45만원대에서 최근 64만원대까지 올랐다. 때문에 이 회장의 상장주식 보유지분 시가총액도 4천5백억원가량 늘어 1조7천억원대에 달한다.
3위는 LG그룹의 구본무 회장. 구 회장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 10.33%를 가진 1대 주주다. (주)LG의 주가는 연초 1만5천원대 근방에서 움직이다 최근 3만2천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구 회장의 지분 평가액은 5천7백억원 정도다. 증가율을 따지면 100% 정도 늘어난 셈이다.
LG에서 분가해나간 GS그룹의 허창수 회장도 단박에 재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의 지분 5.41%와 아직 GS홀딩스에 편입되지 않은 GS건설의 지분 12.66%를 확보해 그룹 경영권을 쥐고 있는 허 회장의 보유주식 시가총액은 4천9백억원대다.
이는 한화의 김승연 회장보다 약간 적은 금액이다. 김 회장의 상장 계열사 지분은 한화(22.84%), 한화석유화학(1.56%), 한화증권(5.01%) 등이다. 김 회장의 보유지분을 주가로 환산하면 5천1백억원대로 지난해에 비해 배가 오른 것이고, 재계총수 시가총액 순위에선 구본무 회장에 이어 재계 4위권이다.
물론 이런 순위가 재계의 정확한 순위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재계 5위권 그룹으로 평가받는 롯데의 경우 롯데제과, 롯데삼강, 롯데칠성, 롯데미도파 등 상장기업이 4개에 불과하다. 여기엔 롯데의 또다른 축인 롯데쇼핑, 호남석유화학, 롯데대산유화, 롯데건설 등이 빠져 있어서 롯데의 정확한 사세를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
롯데그룹 오너인 신격호 회장은 상장주식 중 자신의 명의로 롯데제과(13.19%)와 롯데삼강(3.75%), 롯데칠성(9.74%), 롯데칠성우선주(14.16%)를 갖고 있다. 보유지분을 시가로 모두 더하면 2천4백억원대에 달한다.
이는 롯데보다 그룹 자산규모가 적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보유지분 평가액 2천2백억원대)과 비슷한 수준. 때문에 상장 지분이 정확한 부의 척도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석유화학 분야에서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는 점에서 신규투자가 거의 없던 한진의 조 회장과 비슷한 규모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점은 SK그룹의 최태원 회장도 마찬가지다. 최 회장은 증시에 상장된 SK계열의 11개 종목 중 단 3종목에 미미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은 SK(주)의 지분 0.9%, SK케미칼의 지분 6.84%, SK케미칼우선주 3.26% 등을 통해 9백60억원 정도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SK케미칼의 주식이 연초 1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뛰는 등 배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보였지만 주력이라 할 수 있는 SK(주)의 주가가 소버린과의 경영권 다툼이 해결된 이후 연초의 5만5천원대에서 5만3천원대로 빠지는 바람에 전체적으로는 올해 같은 활황 증시에서도 고작 20% 안팎의 시가총액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올해를 정리해보면 정몽구 회장의 약진, 이건희 회장의 현상유지로 볼 수 있다.
내년에도 정몽구 회장은 연초 계열사인 글로비스 주식 상장으로 주식보유액이 또 한번 뛸 것으로 보인다. 글로비스의 주식 35.15%를 정 회장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대우건설이나 현대건설 인수설이 나오고 있어 현대차 계열 건설회사인 엠코와의 화학적 결합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 회장 못지않은 내년 증시의 화약고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일가다. 신 회장은 내년 초 상장이 예정돼 있는 롯데쇼핑의 지분 1.77%(35만여 주)를 갖고 있다. 증권가에선 롯데쇼핑이 상장될 경우 주가가 동종업체인 신세계의 주가 수준인 40만원대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롯데쇼핑의 회사가치를 8조원대로 평가하고 있다. 이럴 경우 신 회장의 2세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21.18%)과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21.19%)가 1조원대의 시가평가액을 기록하며 상위권으로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즉 롯데쇼핑 주식 상장만으로도 신격호 회장과 두 아들의 주식 보유액 평가액이 4조원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현대 정 회장이나 삼성 이 회장을 능가하는 규모다.
재계 부동의 1위인 삼성 이 회장의 경우 자신 명의의 계열사 주식이 없다는 점에서 60만원대 고지를 넘긴 삼성전자 주식이 80만원대 고지에 올라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현대-롯데의 시가총액 삼국지가 내년 재계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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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