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커머스 활성화를 앞두고 관련 업계가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초로 T-커머스를 선보인 CJtmall의 초기화면. | ||
유선방송사업자 간의 이합집산을 통한 SO확보전 1라운드는 태광의 독주로 끝났다. 하지만 최근 GS의 강남케이블 TV인수와 태광의 우리홈쇼핑 지분 인수로 시작된 2라운드는 재벌계 거대 MSO와 홈쇼핑 간의 결합을 통한 서바이벌 게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23일 홈쇼핑업계 1위인 GS홈쇼핑은 서울 강남구의 강남케이블TV를 1천6백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전날인 22일 SO업계 1위인 태광산업은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9백억원에 인수했다. CJ홈쇼핑은 이미 자회사인 CJ케이블넷을 가지고 있고, 현대홈쇼핑도 케이블방송업체인 HCN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GS홈쇼핑과 우리홈쇼핑이 뒤늦게 SO들과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T-커머스(TV를 통해 주문과 결제가 이뤄지는 거래) 때문이다. 디지털방송으로만 가능한 T-커머스의 경우 초기 기술개발과 시범방송에 SO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12월13일 CJ홈쇼핑은 국내 최초로 T-커머스를 개시했다. CJ홈쇼핑은 “CJ케이블넷 서비스 지역 중 서울 양천구, 경기도 분당, 대구 달서구, 부산 해운대, 인천 부평·계양 지역의 총 2백만 가구 중 디지털방송 시청이 가능한 1만6천 가구를 대상으로 홈쇼핑 데이터방송 서비스 ‘CJtmall’(씨제이티몰)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CJ홈쇼핑이 자회사인 CJ케이블넷을 통해 T-커머스를 개시한 것은 기술개발과 시험방송에서 SO와의 제휴관계가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홈쇼핑 업체 1위인 GS홈쇼핑은 T-커머스 서비스에서 선수를 뺏기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SO계열사가 없는 GS홈쇼핑은 강남케이블TV를 인수해 T-커머스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강남케이블TV는 단일 SO로 시청권이 서울의 강남 지역에 국한돼 있지만 케이블TV 가입자 18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5만 가구를 보유하고 있고 가입자당 매출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디지털케이블TV 수요가 전국에서 가장 높고 구매 능력도 가장 높다. 부동산 업계처럼 케이블TV 업계에서도 금싸라기 지역인 셈이다.
GS홈쇼핑측은 “강남케이블TV는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방송을 시작하는 등 T-커머스 홈쇼핑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방송국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시너지효과 창출을 자신하고 있다. GS의 강남케이블 인수는 GS그룹의 분리 독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딜이었다. 애초 강남케이블은 몸값이 비싸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던 매물이었다. GS가 이를 선뜻 인수하고 나선 것은 이 분야에 GS의 강공이 펼쳐질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GS의 추가 SO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아 경쟁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현재 서비스 오픈을 위한 준비를 모두 끝내고 최종 테스트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계열사 HCN의 송출지역인 서초, 관악 등 디지털방송이 가능한 서울 일부지역에서 1월중에 T-커머스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최대 SO를 거느린 태광MSO는 12월22일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인수했다. 특이하게 SO가 홈쇼핑업체의 지분을 인수한 것. 이에 대해 태광측은 “기존 주주였던 아이즈비전이 우리홈쇼핑의 대주주인 경방과 경영권 분쟁에 뒤지면서 기존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이를 우연찮은 기회에 알게 돼 인수하게 된 것이다. 비상장인 우리홈쇼핑은 주식이 상장되면 차익이 예상되므로, 투자목적을 위해 매입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태광이 우리홈쇼핑과 밀접한 관계가 된 이상 가급적 우리홈쇼핑에게 유리한 방송환경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태광은 가장 많은 SO를 거느린 거대 MSO로 케이블 방송을 디지털화에 앞장서고 있다. 추후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홈쇼핑이 업계에서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몸값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들이 우호적 SO들과 짝짓기를 하려는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좋은 채널을 먼저 확보하려는 홈쇼핑 업체들은 채널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SO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십년간 공중파 방송의 지정석이던 7, 9, 11번 등은 이미 유선방송망에서는 ‘힘좋은’ 홈쇼핑 업체들이 싹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홈쇼핑업체들은 SO들의 지분을 조금씩 사모으기도 했다. 이미 한국케이블TV울산방송의 지분 98.66%를 소유하고 있는 GS홈쇼핑은 12월23일 동구케이블방송 지분 16%, 한국케이블TV서남방송 지분 16.78%를 함께 매입했다. 이 외에도 한국케이블TV천안방송을 비롯한 전국 16개 SO의 지분을 0.4∼19.99%씩 갖고 있다.
CJ홈쇼핑은 CJ케이블넷양천방송의 지분 98.48%를 소유하고 있다. 그 외에 투자목적으로 밝힌 전국 16개 SO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현대홈쇼핑도 HCN 계열의 금호케이블TV 63.73%, 부산케이블TV31.59%, 관악케이블TV 58.61%를 소유하고 있다. 최근 GS홈쇼핑이 인수한 강남케이블TV의 경우 현대홈쇼핑도 지분 5.09%를 소유하고 있다.
우리홈쇼핑도 한국케이블TV천안방송 지분 19.99%를 비롯해 한국케이블TV안양·영남·영동방송의 주식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여금에 대한 담보로 SO들의 주식을 제공 받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T-커머스와 관련한 이런 홈쇼핑-SO 제휴가 활발한 것은 디지털방송의 주파수 한계 등의 이유로 초기 진입경쟁이 치열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 디지털케이블방송의 보급률이 낮은 단계이다 보니 초기에는 SO들이 1∼2개 업체들에게만 먼저 채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애초 GS홈쇼핑은 태광계열의 디지털방송 기술 제공사인 KDMC와 T-커머스를 추진했다. 그러나 KDMC의 준비가 늦어진 데다 태광이 우리홈쇼핑 지분을 인수하자 제휴관계가 불확실해지면서 강남케이블TV를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케이블TV 업계는 태광그룹-CJ그룹-현대백화점그룹-GS그룹 등 거대 자본이 방송사업과 통신사업이 결합된 뉴미디어 패권 다툼의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