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인한 복통도 흔하다. 주로 아랫배 통증, 복부팽만감, 변비 등을 호소한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위장질환 외에도 원인 다양
복통 하면 위장질환을 먼저 떠올린다. 만약 식사 전후 혹은 새벽 공복에 속이 쓰리고 아프면 위산과다,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증상이다. 과음이나 흡연 등은 위산의 분비를 자극하는 한 원인이 된다.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인한 복통도 흔하다.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80~90%가 복통을 호소하며, 변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주로 아랫배 통증이 있고 경련성, 복부팽만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식후에 복통이 생기는 경우가 흔하고 배변을 하면 복통이 부분적으로 나아진다.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어린아이가 배가 아팠다, 안 아팠다 하면 변비일 가능성이 크다. 섬유소가 적은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하면 섭취 후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때 변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딱딱하게 굳기 때문에 변비를 일으킨다.
기침이나 허리를 구부리는 등 복막의 움직임이 많아지는 동작을 취할 때 통증이 심해지면 복막염에 의한 복통인지 봐야 한다. 복막염은 복강과 복강 내 장기를 덮고 있는 얇은 막인 복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급성과 만성이 있다. 급성 복통은 주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 천공, 담낭염·충수염·장결핵 등의 천공으로 인해 생긴다. 만성 복통은 결핵성 복막염, 암성 복맘염, 말기 간경변 등 원인이 있다.
수술 후 장의 유착이나 탈장, 장결핵 등으로 인한 장폐색이 있으면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복통이 찾아온다. 복통과 함께 오심, 구토, 복부팽만 등 증상이 있다. 장폐색은 장, 특히 소장이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막혀 음식물, 소화액, 가스 등의 장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대변은 내려가지 못하고 수분만 내려가 적은 양의 물 설사를 하거나, 아예 대변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요로결석과 맹장염
한쪽 허리가 아프고, 앞으로 돌아서 고환이 있는 쪽으로 통증이 뻗친다면 요로결석이 의심된다. 통증은 갑자기 발생하는데, 증상이 심해 응급실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통증과 함께 메스꺼움과 구토증 등 소화기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맹장염’으로 부르는 충수염도 갑자기 복통을 부른다. 평생 동안 15명 중에 한 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병이 맹장염이다. 처음에는 배꼽 주위 상복부가 아파 ‘꼭 체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5~6시간 지나면 차츰 오른쪽 아랫배에서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때 손으로 누르면 아프다.
#음주 후 등·옆구리 아프면?
과음 뒤 나타나는 복통이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껴지거나, 몇 달 이상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에는 췌장건강을 살펴야 한다. 특히 만성 음주자가 소량이라도 음주 후에 등이나 옆구리에 통증이 생기거나 오심, 구토가 자주 나타나면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통증은 가벼운 것부터 심한 것까지 다양한데, 대부분 명치 약간 왼쪽이 아프고 심한 경우에는 어깨나 등으로 통증이 퍼질 수 있다. 특히 만성 췌장염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찾아온다.
급성췌장염은 알코올과 담석증이 70~80%를 차지하는 주된 원인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능력이 떨어지므로 남성보다 적은 양의 음주를 하더라도 쉽게 급성췌장염이 올 수 있다. 담석이 원인인 경우는 쓸개나 담도에서 만들어진 담석이 담도를 타고 내려오다 담도와 연결된 췌관을 막아 췌장액이 배출되지 않아 급성 췌장염이 되기도 한다. 이외 고칼슘혈증이나 고지질혈증, 약물, 세균 감염 등이 10% 정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나머지 10%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만성췌장염 역시 알코올이 전체 유발 원인의 70~80%를 차지한다. 과음뿐 아니라 적은 양의 술이라도 매일 장기간 마시면 췌장이 나빠질 수 있다.
다행히 대부분의 급성췌장염은 쉽게 회복이 가능하다. 금주만으로도 복통이 악화되는 것을 50% 정도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호르몬 분비에 손상을 입으면 당뇨병으로 진행되고 심한 경우 생명도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중증 췌장염 사망률은 10~15%에 이른다.
#근막통증후군이란?
원인을 모르는 복통으로 고생하는 경우 복부 근막통증후군일 가능성도 있다. 원인불명의 복통으로 고통 받는 환자 대부분이 복부근막통증후군일 가능성이 크고, 복통을 유발하는 근육에 초음파 유도 주사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김동휘 고려대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병원을 찾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한 복통 환자 55명을 조사한 결과, 38명이 근막통증후군이었다. 또한 이들 중 초음파를 이용한 주사치료를 한 후 전화로 연락이 된 28명(73.7%)은 통증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 교수는 “만약 내·외과검사 후에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복부 통증이 계속될 때는 복부 근막통증후군인지 확인해 보는 게 좋다. 눌러도 아픈 부위가 바뀌지 않고, 누운 채 고개를 들고 복부 통증 부위를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지면 복부 근막통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등이나 복부의 다른 부위로 연관통이 나타나 내부 장기 때문에 발생하는 통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동휘 고대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