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캐피탈 등 채권단과 매각 두고 갈등…“단순 채권자 이상의 행동” VS “유정범 의장 주장 사실과 달라”
2013년 설립된 메쉬코리아는 심부름 대행 플랫폼 ‘부탁해’를 거쳐, 2015년 배달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륜차 주력의 배달대행업에서 사륜차 배송으로 확대했고, 식자재 유통 및 새벽배송까지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주문과 배송 패턴, 도로나 유동인구 등 자체 데이터를 수집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부릉 TMS'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그 과정에서 2013년 솔본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드투자 13억 원을 시작으로 2016년 시리즈 C단계까지 23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2017년에는 네이버 240억 원, 현대자동차·SK네트웍스·미래에셋캐피탈 등에 375억 원을 유치하는 등 유수의 대기업에서 투자를 이끌어냈다.
2016년 연매출 52억 원을 시작으로 2019년 매출 1614억 원, 지난해 3038억 원으로 매출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왔지만 적자가 꾸준히 동반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배달업이 호황을 누렸음에도 영업손실이 2020년 178억 원에서 지난해 368억 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누적 결손금은 1100억 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팬데믹에서 앤데믹으로 바뀌면서 배달업의 성장률이 저하되고 투자자는 변심할 수밖에 없다”며 “전력이 더 좋아지거나 차별화된 것이 없다면 투자유치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사정이 어려워지자 유정범 의장과 김형설 사내이사 지분 총 21%를 담보로 OK캐피탈에 360억 원을 대출받았다. 유정범 의장은 신규 투자를 유치해 대출을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실패했다. 상환 만기일인 지난 11월 15일까지 결국 갚지 못했고, 여기서 갈등은 시작됐다. OK캐피탈이 삼정 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메쉬코리아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유진그룹의 물류기업 유진로지스틱스의 자회사인 유진소닉이 메쉬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보였는데, 채권자인 OK캐피탈과 네이버·현대자동차·GS리테일 등 주주들이 함께 매각을 추진했다.
1년 사이 회사의 몸값은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KB인베스트먼트로부터 마지막 투자를 받을 때 기업가치는 약 5000억 원이었다. 올해 초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을 목표로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섰던 것이 무색하게 유진그룹은 600억 원에 메쉬코리아 인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확정을 위한 자리에 유정범 의장과 일부 주주사가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진그룹에 매각은 불발됐다. 이후 유정범 의장은 11월 28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인 회생신청 및 ARS를 신청했다. ARS는 법정관리를 통한 매각 절차에 앞서 회생절차의 시작(회생 개시 결정)을 최장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제도다. 채권자와 채무자 간 협의가 이뤄지면 회생신청을 취하할 수 있다. 최근 쌍용자동차도 ARS 방식으로 법인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유 의장은 3개월 내 외부 투자자의 투자를 유치해 기존 채무를 변제하고 회생신청을 취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유정범 의장은 “해외투자 등 재원 확보를 근거로 오케이캐피탈에 상환계획을 협의했지만 오케이캐피탈은 경영권 및 지분 매각 등 단순한 채권자 이상의 계획과 행동을 보였다”며 “마치 적대적 M&A(인수합병)와 같은 방식으로 회사와 주주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메쉬코리아 측에 따르면 OK캐피탈 등 채권단은 법정관리 추진 시 P플랜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P플랜은 법원이 기존의 빚을 신속히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주주단 지분은 전액 소각돼 주주 침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메쉬코리아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OK캐피탈 지주사인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없이 (유 의장) 개인 명의로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OK캐피탈이 P플랜으로 몰아갔다든가 단순 채권자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등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P플랜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 것은 아니며 유진그룹이란 매수자가 나타났지만 유 의장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고, 남은 방법이 그것뿐이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단 법원이 11월 29일 재산 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리면서 유정범 의장은 3개월의 시간을 벌었다. 이 기간 동안 메쉬코리아 자산을 가압류하거나 가처분 또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 오는 6일 법원은 유 의장 심문과 현장 검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기간 메쉬코리아는 외부 투자자 유치에 나서 급한 불을 꺼야 한다.
서용구 교수는 “유니콘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멀쩡한 회사도 무너져가는 판국이 됐다”며 “안타깝지만 벤처기업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주류에 들지 못한 기업들이 먼저 무너지는데 원만하게 끝나긴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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