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씨의 글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좋은 경기력을 동반한 16강이라는 결과로 대표팀을 향한 응원이 쏟아지던 시점이었다. 7일은 대표팀이 귀국하는 날이고, 인천국제공항에 1000여 명의 팬이 몰린 날이다.
안 씨는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함께했다. 안 씨 외에도 복수의 트레이너가 함께 대표팀이 묵는 같은 호텔 내 한 객실을 잡아 선수들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 내에도 존재하는 의무팀과 오해가 쌓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오가고 있다.

비난의 화살은 협회로 향하고 있다. 앞서 대표팀은 의무팀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초기였던 2019년 1월 아시안컵 당시, 대회 개막 직전 재활 트레이너 팀장이 팀을 이탈했고 대회 중 팀원도 하차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8년 연말을 기점으로 계약이 종료됐으나 재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를 강행한 탓이었다. 당시 협회 행정을 담당하던 김판곤 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문제가 또 불거졌다. 축구계 인사 A 씨는 "월드컵 기간 동안 팀 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결국은 트레이너들의 처우 문제가 좋아질 필요는 있다고 본다"며 "외부에서는 대표팀이 대단히 좋은 자리라고 보지만 트레이너들의 처우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프로팀 소속으로 있는 것과 변별력이 크지 않다. 계약기간도 1년 단위"라고 지적했다. 트레이너뿐 아니라 대표팀 내 의무팀 주치의도 명예직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 트레이너와 마찰 역시 협회의 불찰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A 씨는 "이번 대회에서 일부 선수들이 팀 내 공식 트레이너 외에 개인 트레이너를 대동하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일이 있고 해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라며 "어찌됐든 이번 대회 중 일어난 문제 아닌가. 해외팀들을 참고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갈등이다"라고 짚었다. 선수들이 대표팀 일정 중에도 개인적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협회 차원에서 규정을 손 보는 등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해 보인다.
대표팀과 작별을 고한 벤투 감독의 후임을 놓고도 협회를 향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협회는 대회 이전 벤투 감독에게 재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협회는 벤투 감독의 계약 종료 소식만 전할 뿐 이렇다 할 발표는 없었다. 축구계 한 원로는 "월드컵에서 경기 내용도 좋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오랜만에 팬들도 호의적이다"라며 "이런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부디 준비가 되고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병지 부회장의 이 발언은 외국인 감독으로서 최초로 원정 16강 진출을 이뤄낸 데다 축구팬들에게 '벤버지(벤투+아버지)'로 불리며 추앙받는 벤투 감독을 폄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팬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앞의 축구계 원로는 "외부인이라면 그 정도 평가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협회 부회장의 발언이기에 좋지 않은 반응이 나오는 것 같고, 이 때문에 협회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축구계 가장 큰 이벤트인 월드컵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 축구협회는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임기 만 10년 차를 채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10월 아시안컵 유치 실패로 리더십에 금이 간 바 있다. 월드컵에서 성공으로 얻은 재도약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