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두회사 취영루의 박성수 대표이사가 씨앤텔을 인수해 관심을 끈다. 사진은 취영루의 만두 생산라인 전경. | ||
씨앤텔은 운동기구, 전기담요, 마스크팩 등의 물품을 통신판매하고, 외화를 수입, 방영하는 유선방송 채널인 무협TV와 시리즈TV라는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 식품사업과 전혀 거리가 먼 업종이다 보니 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스닥 기업을 통한 우회상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04년 이른바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부도 위기까지 가야 했던 취영루가 불과 2년도 안 되어 코스닥 상장의 기회를 갖게 된 셈이다.
취영루의 2005년 매출액은 5백억원 가량. 씨앤텔의 연매출액은 2002년에 3백54억원, 2003년에 1백69억원, 2004년에 1백37억원 등 최근 3년간 해마다 줄어들었다. 박성수 사장이 씨앤텔의 주식 11%를 주당 1천4백89원씩 총 60억원을 들여 산 것은 최근의 실적을 보면 결코 싸게 산 것은 아닌 셈이다. 최근 씨앤텔 주가도 1천원대 미만이다.
그렇다면 박 사장은 왜 씨앤텔을 인수한 것일까?
일단 씨앤텔은 방송콘텐츠 기업이라는 점에서 최근 각광받는 업종이다. 취영루 식품사업부의 장주억 대표는 “박 사장이 여러 가지 사업에 관심이 많다. 전통적 제조업부터 미디어에 대한 관심까지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증시 일각에선 만두사업으로 기반을 다진 취영루가 미디어 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취영루와 씨앤텔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씨앤텔은 박 사장 개인 명의로 산 것이기 때문에 취영루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씨앤텔에서도 “대주주 개인들 간의 거래일 뿐”이라며 언급 자체를 삼가고 있다.
취영루 박성수 대표의 이력을 보면 씨앤텔 인수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의욕으로 보이기도 한다.
박 대표는 서른한 살이던 1995년 손전등과 건전지를 납품하는 세광산업의 대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본인 스스로도 부친(박태봉)이 큰 사업을 해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는 박 대표는 일찍부터 경영자의 길을 꿈꾸며 대학생 때 각종 육체노동으로 현장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떡볶이 공장, 옷걸이 공장, 볼링공 닦는 일, 공사장 일용직, 중국집 배달원, 가스통 배달원, 손전등 만드는 직공 등 총 여덟 가지 일을 경험했다는 것. 여덟 가지 일을 한 것은 대학 4년간 여덟 번의 방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했던 손전등 회사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2년 만에 회사를 인수했다.
▲ 박성수 대표 | ||
이후 업종전환을 고려하던 중 만두와 김치 두 가지가 머릿속에 들어왔는데, 마침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인수해 운영하던 중국음식점 주방장이 만두 전문가였다. 박 대표는 이웃 공장 사장을 설득, 회사를 인수해 거성식품으로 이름을 바꾸고 만두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그는 개인 브랜드 중 가장 유명하다는 ‘취영루’로부터 상표를 사들이며 성공가도에 진입했다.
취영루 인수 후 외식사업에까지 진출해 첫해인 2000년 매출액 22억원, 2001년 59억원, 2002년 1백8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취영루는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았으면 할 정도로 당시 만두파동은 박 사장에겐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방송국에서 ‘쓰레기 만두’ 보도가 나온 것은 2004년 6월6일 현충일. 이때만 해도 박 대표를 비롯한 취영루 직원들은 식약청이 발표한 명단에 취영루가 들어가 있는 줄 몰랐다. 단무지를 재료로 전혀 쓰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약청 발표의 근거는 직원식당 배식용으로 3년 전 90만원치를 샀었다는 기록.
박 사장은 이 위기에 정면으로 승부를 걸었다. ‘불량 소를 썼다면 회사 문을 닫겠다’며 신문광고를 내고 관계기관 합동조사반에 실사를 요청, 누명을 벗었다.
이 사건으로 취영루는 1백억원대의 손실을 입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취영루’라는 브랜드를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 만두 파동으로 수많은 만두 회사들이 도산하고 시민들이 만두를 먹지 않으면서 비로소 언론에서도 보도 방향을 바꾸어 취영루는 만두 파동으로 엉뚱한 피해를 입은 업체로 부각됐다. 성급한 언론보도의 문제점도 대두되면서 취영루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오히려 취영루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광고효과를 본 셈이다. 박 대표도 3개월간 1백억원가량의 광고비를 쓴 것 같다고 회고하고 있다.
취영루는 2004년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수출을 시작했다. 만두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2004년 4백억원, 2005년 5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셈이다.
박 대표가 손전등 회사와 만두업체, 중식당 취영루를 잇달아 매입한 과정을 보면 독특한 공통점이 보인다. 박 대표 개인적 판단을 통해 업체 사장을 직접 설득해 회사를 넘겨 받았던 것이다. 박 대표는 열심히 하면 현재 씨앤텔 사업 수준을 능가하는 신사업을 개척할 자신감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