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인수 후 수년째 적자 행진…유통업계서 매각설 돌기도
스무디킹은 2003년 김효조 경인전자 회장의 장남인 김성완 대표가 미국 스무디킹사에서 판권을 얻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기능성 과일음료를 판매하며 국내 ‘웰빙 열풍’에 힘입어 성장한 스무디킹코리아는 2012년 7월 미국 스무디킹 본사를 5000만 달러(한화 약 635억 원)에 인수했다. 3년 뒤인 2015년 12월 김성완 대표는 스무디킹코리아를 신세계푸드에 매각했다. 미국 법인은 김성완 대표의 스무디킹홀딩스에서 운영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인수 당시 “신세계푸드가 직수입하는 다양한 과일군을 활용한 주스류 개발 등 상품군을 다변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개발된 상품은 스무디킹 브랜드로 제품화해 음료 제조와 유통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추후 베트남 시장 진출 등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서의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스무디킹을 ‘제2의 스타벅스’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스무디킹코리아는 신세계푸드에 인수된 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스무디킹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82억 원, 영업손실 18억 원을 기록했다. 스무디킹코리아가 신세계푸드에 인수된 후 매출은 △2016년 202억 원 △2017년 202억 원 △2018년 170억 원 △2019년 151억 원 △2020년 125억 원이다. 영업손실은 △2016년 8억 원 △2017년 2억 원 △2018년 4억 원 △2019년 12억 원 △2020년 22억 원이다.
음료업계에서는 커피 전문점 포화로 스무디킹 음료의 경쟁력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본다. 커피 전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어트 또는 웰빙 음료로 (스무디킹이) 차별화는 있지만 현재 소비자들이 다이어트 때문에 스무디킹을 찾아다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스무디킹 음료는 커피와 달리 신선식품으로 제조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폐기비용 부담도 크다. 스무디라는 음료 특성상 계절성이 뚜렷하고 커피 전문점들이 건강음료 등 유사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도 심화됐다.
신세계푸드는 2020년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영점을 줄이고 ‘이마트24’와 연계한 ‘숍인숍’(Shop in Shop)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맹 경영주가 이마트24 가맹 계약과 별도로 스무디킹과 가맹 계약을 해 카운터 공간에서 음료를 제조·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마트24와 연계하며 가맹점을 늘려가는 데 주력했지만 폐점 수가 많아지면서 영업점포 순증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스무디킹 매장은 266개이며 이 중 숍인숍 매장이 200개다.
다양한 전략 시도에도 불구하고 스무디킹코리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스무디킹코리아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934.44%에 달한다. 통상 유통업계에서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서면 재무건전성이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스무디킹코리아는 올해 3분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신세계푸드는 긴급 수혈에 나섰다. 스무디킹코리아는 지난 20일 2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발행가는 5000원, 발생 주식은 40만 주다. 유상증자 대금 전액은 신세계푸드가 지원한다. 신세계푸드는 스무디킹 최대주주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유상증자를 통해 스무디킹코리아에 첫 현금 출자에 나서면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에 이목이 집중됐다. 송 대표가 내년을 기점으로 스무디킹코리아의 전방위적 투자를 기획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2020년 10월 신세계그룹 정기인사로 취임한 송 대표는 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 기획, 가정간편식 브랜드 ‘올반’ 브랜딩 등을 주도한 바 있다.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 상무로 영입됐던 그는 두 사업 성공에 힘입어 대표로 선임됐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매장 운영에 집중하고 효율적인 매장 운영을 위한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스무디킹코리아의 사업 철수 혹은 매각설도 제기된다. 스무디킹코리아가 신세계푸드뿐 아니라 신세계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또 신세계푸드 재정 상황이 불안해 스무디킹코리아를 매각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133%이던 신세계푸드의 부채비율이 2020년 213%로 치솟았고 2021년에도 209%를 보였다. 다만 매출은 지난해 1조 3000억 원으로 전년(1조 2000억 원) 대비 약 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3억 원으로 전년(77억 원)대비 약 279% 늘었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2015년 12월 신세계푸드가 스무디킹코리아를 인수할 당시 10년간의 국내 사업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현재 약 3년이 남은 상황이어서 이 기간 순차적으로 사업을 철수하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의견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매각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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