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쌍용화재 본사. 왼쪽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 ||
그러나 태광산업의 쌍용화재 인수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제3자배정방식 증자를 결정한 이사회가 16.24%의 지분을 가진 세청화학측 인물들로 구성돼 있고 이번 증자가 세청화학측에 유리하게 결정됐다는 평가라 다른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쌍용화재 경영진이 태광산업에게 경영권을 양도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일부가 태광산업에 대해 지배주주 승인을 인정한 것에 대해 금감원에 질의를 하는 등 이를 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쌍용화재는 모그룹인 쌍용그룹이 해체되면서 2002년 4월 삼애인더스와 중앙제지에 경영권이 넘어갔다가 유상증자와 장외매매를 통해 다시 세청화학과 대유컨소시엄으로 경영권이 바뀌었다. 그런데 2004년부터 현재까지 대주주로 있는 세청화학측과 대유측 주주들이 경영권 분쟁을 벌여 2005년 주총에서 몸싸움이 오가는 등의 파행을 겪기도 했다.
세청화학측 인사들로 구성된 현 이사회는 이후 몇몇 업체에 인수제안을 해왔는데 신동아화재(한화), 신성ENG, STX그룹 등으로 전해진다. 또 중소 손해보험사들 대부분이 쌍용화재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지난해 3월 그린화재는 2대 주주 대유컨소시엄측으로부터 콜옵션과 교환사채권을 사들여 지분 12.14%를 확보하고 쌍용화재 인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발끈한 쌍용화재는 역으로 그린화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쌍용중공업이 전신인 STX그룹의 경우 과거 쌍용그룹의 일원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쌍용화재 직원들이 STX에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STX그룹과 인수협상이 구체적으로 오가는 상황이었는데 태광이 갑작스레 등장했다고 쌍용화재 노조는 전한다. STX그룹은 협상을 하기는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인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태광산업의 증자참여를 결정한 이사회가 열린 것은 1월 9일. 경영권을 다투던 대유컨소시엄측이 그간 주식을 장내매각하는 등 뿔뿔이 흩어지는 바람에 세청화학측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태광산업은 신주 9백만주는 5천원의 저가에, 세청화학측이 보유한 2백10만주에 대해서는 1만원에 매입하기로 결정되었다.
현 경영진이 태광산업에 유리한 가격에 유상증자를 하고 자신들의 주식은 고가에 매각하는 2중 가격을 제시한 셈인데 이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16.24%에 해당하는 2백10만주를 가진 현 경영진이 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또다시 격돌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편 태광산업에 대한 지배주주승인에 대해서도 절차상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STX그룹이 같은 방식인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쌍용화재를 인수하려 했을 때인 지난해 12월 27일 금감원은 “기존 주식 중에 물량을 먼저 확보한 후 제3자 배정 증자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전했다는 것.
태광산업을 지배주주로 승인한 금감원 보험감독국은 “지배주주 승인 요청이 들어올 경우 요건이 맞으면 승인해줄 수밖에 없다. STX에서는 지배주주 승인 요청을 아예 하지 않았다”며 승인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쌍용화재를 담당했던 보험검사2국은 “문의가 들어올 당시, 기존 주식 중에 지배주주가 될 수 있는 물량을 먼저 확보하라는 기존 입장을 확인해줬을 뿐이다. 태광산업에 대해서는 문의가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절차상의 문제 외에도 태광산업의 지배주주 요건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태광산업은 2004년 유선방송 사업자인 한빛아이앤비를 인수하기 위해 계열사인 흥국생명으로부터 1백25억원을 불법으로 신용대출해 흥국생명이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와 8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바 있다. 기관경고를 받은 회사는 3년간 금융회사의 지배주주가 될 수 없다는 규정에 저축된다는 것.
또 계열사인 대한화섬이 태광관광개발에 1백80억원을 부당 지원해 2004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4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받은 것이나 이호진 회장이 흥국생명과의 거래와 관련해 서울지검으로부터 기소된 사실 등은 손해보험사 대주주가 되는 데 결격사유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행위자인 흥국생명에 대한 징계이므로 태광산업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금감원도 현행 법규상 계열사와는 상관없이 태광산업 자체에 대한 지배주주 승인 요건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오너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만큼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에 대한 도덕성 논란은 비껴갈 수 없을 듯하다.
현재 태광산업은 이호진 회장 15.14%, 조카인 이원준씨 11.08%, 흥국생명 9.99%, 학교법인 일주학원이 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원준씨는 창업주 이임룡 회장의 장남인 이식진 전 부회장(별세)의 아들이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회장 56.7%, 이원준씨 24.71%, 대한화섬 9.99%, 재단법인 일주학술문화재단이 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