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안씨 결혼식에서 가족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뒷줄 오른쪽이 신 부사장의 둘째딸 장선윤 롯데쇼핑 이사다. | ||
여기에는 신영자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의 몫도 들어있다. 신격호 회장의 장녀인 신 부사장은 롯데쇼핑의 지분 1.13%를 갖고 있어서 롯데쇼핑이 상장될 경우 9백억원대의 주식평가액을 기록하게 된다. 다른 계열사의 주식평가액까지 더하면 신영자 부사장도 1천억원대가 넘는 주식평가액을 갖고 있는 여성부호로 재평가 받게 된다. 실제로 신 부사장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나 홍라희 리움 관장 등 범삼성가의 여성 부호를 빼면 10위권 안에 드는 여성 부호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신 부사장도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듯하다. 상장을 앞둔 롯데쇼핑 등기이사진 명단에서 최근 신 부사장이 빠졌기 때문이다. 그의 보직이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 겸 호텔롯데면세점 총괄 부사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가 등기이사직에서 빠진 것은 의외다. 반면 갈수록 롯데쇼핑의 경영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는 그의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부친인 신 회장과 함께 롯데쇼핑 등기이사진에 잔류했다.
지난 80년부터 롯데쇼핑에 붙박이로 근무하며 재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려온 신 부사장의 등기 이사직 제외는 어떤 의미일까.
일단 롯데 쪽에선 상장을 앞두고 사외이사진 보강을 위해 구 이사진의 수를 반으로 줄이는 등 작업의 일환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신동빈 부회장이 롯데 후계자로 자리를 완전히 굳히면서 신영자 부사장의 독립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가을부터 신동빈 부회장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신영자 부사장 관할이던 패션 사업부에 글로벌패션 사업본부를 차리고 롯데쇼핑과 롯데상사에서 담당하던 해외명품 브랜드 등의 의류 브랜드 소싱 작업을 직할하는 한편, 이례적으로 일본과의 합작사업인 유니클로 출범 기자회견장에 신 부회장이 직접 나와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는 등 롯데백화점 사업에 ‘신동빈’ 이름 석자를 또렷이 새기고 있다.
이와 관련,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만약’ 신 부사장이 독립을 할 경우 어떤 회사를 맡아서 분리할 것이냐는 점이다.
신 부사장의 부친인 신격호 회장은 형제들을 롯데 경영에 참여시켰지만 이들이 롯데를 떠날 때 주요 계열사를 배려한 적은 없다. 막내동생 신준호 롯데햄우유 부회장에게 롯데햄우유의 경영을 맡긴 게 거의 유일한 사례다. 그렇지만 1촌인 자식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관전 포인트이다.
하지만 드러난 신 부사장의 재산을 보면 롯데 계열사 중에 어느 것 하나 지배주주라고 부를 만한 게 없다. 그의 주요 재산은 롯데쇼핑과 롯데쇼핑의 대주주인 롯데정보통신(3.51%), 롯데제과(2.52%)의 지분 정도다. 최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새로운 핵으로 등장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에서 신 부사장은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의 이사진은 신격호, 신동빈, 신영자 등 신씨 일가와 신동빈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좌상봉 호텔롯데 전무와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사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즉 신 부사장의 딜레마는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이 미미하다는 점인 것이다. 롯데정보통신 지분은 그나마 높은 축에 속한다.
롯데그룹은 한국과 일본으로 나뉘어져 있고 한국 롯데의 핵은 호텔롯데이다. 호텔롯데가 롯데알미늄,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로 자리잡고 있고, 이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지분구조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일본 롯데다.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 롯데 계열사의 1대주주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일본 롯데의 지분을 누가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후계도의 모양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구도다.
문제는 신 부사장은 이런 큰 구도에서 확실히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한때 신 부사장이 롯데쇼핑을 맡을 것이다, 롯데쇼핑 면세점을 맡을 것이다 라는 등의 얘기가 나돌았지만 결국 롯데쇼핑은 상장이 되고 시장에서 신 부사장이 롯데쇼핑의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한 롯데쇼핑 대주주가 되는 일은 힘들게 됐다.
이와 관련, 신 부사장 2세들이 어떤 일을 하는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신 부사장은 1남3녀를 뒀다. 이 중 롯데에서 직접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둘째딸인 롯데쇼핑 장선윤 이사(35)다. 장 이사는 지난해 문을 연 롯데쇼핑 명품관 애비뉴엘의 사실상 경영책임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롯데의 명품관 애비뉴엘 개관으로 서울 소공동 일대를 롯데타운화한 롯데쇼핑은 신관을 개관한 신세계와 맞붙어 성공적으로 수성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재미있는 점은 신 부사장의 네 자녀들이 모두 한 수입의류업체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폴스미스나 캠퍼 등의 의류와 신발을 수입해 주로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팔고 있는 비엔에프통상은 신 부사장의 장남인 장재영씨가 9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신 부사장의 딸 장혜선, 장선윤, 장정안씨가 모두 이사와 감사로 올라있다. 비엔에프의 2004년 매출액은 2백25억원대이고 순이익은 14억원대의 중소기업이다. 장재영씨는 또 롯데쇼핑과 할인점 등에 인쇄물을 납품하는 재영상공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엔에프는 롯데쇼핑이 패션브랜드 사업을 단일화시키고 있고, 포장지나 인쇄물의 경우 롯데가 롯데알미늄의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포장지나 유리병, 알미늄캔 등의 사업을 특화시키고 있어 현재 사업 품목으로 신 부사장의 2세들이 향후 ‘외곽’ 사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롯데쇼핑 상장을 앞두고 ‘역할 축소론’이 나오고 있는 신영자 부사장이 어느 정도의 ‘살림’을 챙겨서 독립하느냐에 따라 신영자 부사장의 2세들의 역할과 사업군이 다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