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계묘년이 시작됐다. 오고 가는 덕담으로 서로의 복을 빌어주고 함께 나누는 음식으로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정갈한 마음으로 차려낸 새해맞이 첫 밥상을 차려본다.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새 생명의 울음소리가 가장 반가울 때다. 그 옛날에는 어떤 음식이 미역국을 대신했을까.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첩첩산중이라 '초당(草嵣)'마을이라고 불린단다.
이 마을에는 우리나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귀하디귀한 것이 자라고 있다. 태백산맥 동쪽 높은 산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내려온 소한 계곡에서 자라는 희귀종 '민물 김'이 바로 그것. 민물 김으로 끓인 '민물 김국'은 긴 세월 동안 미역국 대신 초당마을 어머님들의 산후조리를 책임져 준 소중한 음식이다.
오래전 많이 날 때도 일 년에 삼천 장이 전부라 임신한 며느리를 위해 시어머니가 옷장에 숨겨 보관할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고 한다. 민물 김의 고소한 맛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민물김부침개' 또한 이 마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른 별미이다.
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투박하게 띄어 넣은 '봉그레기국'과 구하기 쉬운 재료였던 시래기와 좁쌀을 넣고 끓인 '시래기장죽'은 민물 김국과는 달리 흔하고 투박한 음식이지만 배고픈 시절을 달래줬던 정겨운 음식이다.
소한 계곡에서 자라난 민물 김은 초당마을 어머님들에게 밥이 되고 약이 되어줬던 귀한 존재다. 어머님들의 애환과 추억을 담은 귀한 한 상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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