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윤심 주자’ 김기현 공개지지, 친이계 구심점 역할론 솔솔…친박 신당 창당은 현실성 낮아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2년 12월 28일 특별사면됐다. 수백억 원대 다스 자금 횡령 및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 실형을 선고받고 2018년 3월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지 4년 9개월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악화로 2022년 6월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 왔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던 이 전 대통령은 ‘자유의 몸’으로 서울 논현동 사저로 돌아왔을 땐 두 발로 서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12월 30일 논현동 사저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심심한, 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지난 5년 동안 많은 분들이, 특히 젊은층이 나를 성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새해를 맞이해 세계적인 위기를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극복하기 위해서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다시 경제번영을 통해서 국민 모두가, 특히 서민층이 일자리를 얻고 복지가 강화되는 그런 좋은 나라가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분간 자중하며 조용히 보낼 것으로 전망한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나는 대한민국 번영을 위하고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역할을 하겠다”며 특사 결정에 대한 입장에 대해서는 “지금 더 할 말은 없고, 앞으로 더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내 정치현안 관련 발언을 내놨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의원을 공개 지지하고 나선 것. 이 전 대통령은 김 의원 경선캠프 개소식에 축전을 통해 “김기현 의원은 당이 어려운 시기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아 1년간 당을 이끌면서 정권교체에 큰 역할을 했다. 당대표로서 능력과 자질은 충분히 검증됐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하나 된 국민의힘을 만들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김 의원이 앞장서 주시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김기현 의원은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일명 ‘김장연대’를 구축하며 ‘공식 윤심’ 후보로 꼽힌다. 장제원 의원은 윤핵관 이전, ‘친이계’로 분류됐던 인사다. 또 다른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 역시 대표적인 ‘친이계’다. 이 전 대통령이 논현동 사저로 돌아왔을 때도 권 의원은 이 전 대통령 바로 옆에 서있었다.
그러다보니 정치권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조만간 정치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보수진영 전직 대통령으로서 보폭을 늘려가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는 당이 윤심 방향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총선 공천이 걸리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정치권 안팎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총선에서 강남3구나 TK 등 국민의힘이 유리한 지역구에 검찰 사단 등 본인 측근들을 공천해 국회에 대거 입성시키려 한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그럼 기존 의원들이 집단 반발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비윤’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현역 중에는 현재 ‘간판스타’가 없다. 그 역할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할 수도 있다.”
민주당 한 전략통은 “‘김장연대’ 김기현 장제원 의원은 둘 다 지역구가 PK(부산·울산·경남)다. 보수정당 심장인 TK와 다르게 PK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민심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총선을 앞두고 김기현 장제원 의원이 당의 승리나 자신들의 당선에 위협을 받으면 윤 대통령에 돌아설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과거 친이계였는데 어딜 찾아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대통령 역할론이 주목받을 수도 있다는 취지다.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현재 사저로 돌아오면서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측근들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 재개 가능성을 두고 현실성이 없다고 말한다. 친이계 핵심 원로는 “아직은 몸을 추슬러야 한다. 퇴원 한 달 정도는 집에서 오는 손님들 만나는 정도다. 외출은 그 이후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김기현 의원을 공개 지지한 것은 아니다. 전직 대통령으로 당대표 출마자가 찾아오니 덕담한 정도다.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누구든 출마자들이 찾아오면 덕담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향후 영향력은 발휘하지 않겠느냐고 점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앞서의 원로는 “장기적으로 총선도 있고 당내에 아직 친이계로 불리던 이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 전 대통령이 사면·복권돼 나왔으니 저절로 구심점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보면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인사에 대해서도 자신의 뜻과 맞지 않으면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은 아직 털어내지 않은 의혹들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이 반윤의 구심 역할을 하면 윤석열 정부에서 이들 문제를 다시 꺼내들 수도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감수하진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이계 원로 역시 “친이계가 분당해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중심이 되고 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21년 12월 31일 특별사면됐다. 2017년 3월 탄핵을 당하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2년을 확정 받고 수감생활을 한지 4년 9개월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뒤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도착해 그간의 소회를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직접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이 있다. 내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인재들이 내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나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별다른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고 않다.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워 외부 일정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당분간 정치 행보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친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TK지역을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 있는 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워 TK를 중심으로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현재 상황을 잘 아는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박계 정당이 성공하려면 윤석열 정부의 실정으로 보수진영의 위기가 초래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서줘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야지, 친박계가 자가발전해서는 안 된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보수의 부활을 위해 정계에 복귀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 이상 ‘박근혜팔이 정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권 복귀에 뜻이 없기 때문에 신당 창당은 쉽지 않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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