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안철수 맞춤형 행보 본격화…젠더 갈라치기 비판 속 ‘전대에선 통할 것’ 기대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월 25일 민방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방위 훈련 대상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확대·개편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익혀 각종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법안이 통과되면 여성도 심폐소생술 및 제세동기 사용법과 같은 응급조치, 산업 재해 방지 교육 등을 이수해야 한다.
김 의원은 이 개정안을 ‘여성 군사기본교육 도입을 위한 1호 법안’이라고 했다. 여성의 민방위 훈련 확대부터 여성의 군사훈련 의무화, 군 복무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전인 1월 22일 “국민적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차원에서 여성군사기본훈련 도입을 즉각 추진하기보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여성의 기본생존 훈련을 위한 관련 입법부터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김 의원은 여성 군사기본교육 의무화를 언급한 바 있다. 2022년 10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 추진은 정쟁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고 전했다. 다만 당 안팎의 반발로 인해 법안 발의까진 이어지진 않았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구체적인 현안과 관련된 김 의원의 첫 공약이다. 이대남 당원 표심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기존의 ‘당원투표 70%, 여론조사 30%’ 방식을 당원투표 100%로 바꿨다. 80만 명에 달하는 책임당원 중 20대와 30대 비율은 30%에 육박한다. 대략 24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남성 당원으로 이준석 전 대표 체제 당시 대거 입당했다. 2030 남성들의 이목의 끌 만한 이슈를 김 의원이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이러한 스탠스는 윤석열 대통령 ‘젠더 공약’과도 그 궤를 함께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 원 등을 발표하며 이대남 표심을 공략했다. ‘젠더 갈라치기’ 논란은 계속됐지만 2030 남성들 사이에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실제 2030 지지율이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계에서는 선거철의 ‘이대남’ 구애 전략을 두고 2022년 1월 11일 “반페미니즘을 도구로 지지율을 올려보기 위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 발의를 두고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한 민방위 훈련에 대해 남녀를 이렇게 분리하는 건 좋지 않다”며 “안보 공약이 아니라 젠더 공약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여성 민방위 훈련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필수 생존교육”이라며 젠더 공약 지적에 선을 그었다.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었다. 김 의원이 법안에 언급한 시민 안전 교육은 꼭 민방위 훈련이 아니어도 이미 학교, 직장 내에서 받을 수 있다. 또 여성이 원할 경우 민방위 훈련 참여가 가능하다. 민방위기본법 제18조 2항은 “여성은 지원하여 민방위대의 대원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국 약 5000명이 여성 민방위 대원으로 활동했다.
김기현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2030 청년 당심 잡기에 나섰다. 안 의원은 청년들의 취업 지원 정책 발굴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1월 25일 청년특보단과 정책 미팅을 열기도 했다.
안 의원은 2022년 3·9 대선 당시에도 2030 남성 구애에 공을 들였다. 전문 부사관 비율을 군 병력 50%까지 확대하고 일반병 수는 줄이는, 이른바 ‘준모병제’ 카드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제대 후 1000만 원 지급 공약 등을 꺼냈다. 안 의원은 2021년 11월 17일 “국가는 청년을 보듬고 지원하며 청년은 애국심을 가지며 함께 발전하는 상생적 병역이 저 안철수가 생각하는 병역모델”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캠프 내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 정책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정가에서 안 의원과 이 전 대표는 대표적인 앙숙 관계다. 손수조 캠프 대변인은 1월 25일 BBS 불교방송에서 “이준석 대표가 생각했던 여러 정책들이 안 후보와 닮아 있는 부분들이 많다”며 “(안 후보가) 정당의 미래에 대해서, 인재 양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후보의 공약과도 많이 닮아 있다”고 했다. 이대남 지지세가 두터운 이 전 대표와의 접점 찾기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이대남 공략 움직임을 두고 정가에선 다시 ‘젠더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준석 전 대표의 젠더 공약 등은 국민의힘에 통하는 전략이다. 김기현 의원의 이번 공약 역시 지난 대선 때 여성가족부 폐지와 견줄 만한 전략인데, 국민 정서와는 다소 떨어져 있어도 당원들에 대한 전략적인 포섭이다.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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