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브라이언 존슨 18세 몸 만들기 위해 24시간 엄격 관리…실험 2년 만에 생물학적 나이 5세 줄여
과연 돈으로 젊음을 살 수 있을까. 노화 진행 과정을 ‘역주행’ 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남성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억만장자인 브라이언 존슨(45)이 젊음을 되찾기 위해 쏟아붓고 있는 돈은 매년 200만 달러(약 26억 원)다. 여기에는 엄격한 식단, 꾸준한 운동, 다양한 건강보조식품 섭취, 주기적인 피부재생 시술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10대 때의 몸으로 되돌아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회춘’하기 위해 그가 매일 실천하는 루틴이 알려지자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아무리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자연적인 노화를 거스를 수는 없기 때문에 헛수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를 계기로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 미래에는 정말 회춘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며 기대에 부푼 사람들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소 인지도가 낮은 편에 속하긴 하지만 존슨은 결제처리 소프트웨어 회사인 ‘브레인트리 페이먼트 솔루션’을 창업한 억만장자다. 그가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성공적인 매각 작업 덕분이었다. 당시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해서 받은 돈은 현금 8억 달러(약 9800억 원)였다.
그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 반열에 올라선 그는 다시 스타트업 회사를 설립했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노화 및 수명 연장과 관련된 회사였다. 뇌에 이식해 뇌 활동을 기록하는 마이크로칩을 개발하는 회사인 ‘커넬’은 현재 뇌 신호와 명상 및 약물이 만성 통증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헬멧을 제작하고 있다. 이 특수 헬멧의 가격은 5만 달러(약 6000만 원)다.
젊음에 집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존슨은 “브레인트리를 이베이에 매각하기 전까지 정신 및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늘 과체중에 시달렸으며 우울증도 심했다. 거의 자살할 뻔했다”면서 “그때부터 건강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회춘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프로젝트 블루프린트’로, 40대 중반인 존슨의 신체 주요 기관들 즉 뇌, 심장, 폐, 간, 신장, 힘줄, 치아, 피부, 머리카락, 방광, 음경, 직장 등의 기능을 18세 청년의 그것과 동일하게 기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 베니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 의료실을 마련했으며, 현재 이곳에서는 30명 이상의 의료진과 건강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24시간 내내 그의 건강을 관리하면서 모든 신체 기능을 감시하고 있다. 팀을 이끄는 재생의학 전문의인 올리버 졸만(29)은 “우선 존슨의 전반적인 신체 나이를 본래 나이보다 25%만큼 젊어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팀 소속의 내과의사인 제프 톨은 “운동선수와 할리우드 유명인사를 많이 담당하고 있지만 존슨만큼 한계를 뛰어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다.
‘프로젝트 블루프린트’는 매일 체중, 체질량, 체지방, 혈당, 심박수 등을 측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여기에 더해 한 달에 한 번씩 초음파, MRI, 대장내시경, 혈액 검사 등도 추가로 실시한다. 프로그램을 미세하게 조정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바이탈사인(활력징후)도 점검하며, 이런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문서로 기록해 활용한다. 지금까지 그가 촬영한 사진만 3만 장이 넘으며, 뼈의 무게에서부터 야간 발기 횟수까지 모든 수치가 데이터로 저장된다.
‘프로젝트 블루프린트’는 우선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중요시한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는 양치질과 치실을 빼놓지 않고 하며, 그 후에는 반드시 티트리오일과 항산화젤로 입안을 다시 한번 헹군다. 잠들기 전에는 두 시간 동안 청색광을 차단하는 고글을 쓴 채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동안에는 몇 번 발기가 되는지 기계를 이용해 측정한다.
식단도 엄격하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매일 정확히 1977칼로리씩 섭취하고 있으며, 이때 목표는 체지방 수치를 5~6% 정도로 꾸준히 유지하는 데 있다. 매일 25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운동을 한 시간씩 하고 있으며, 고강도 운동은 주 3회 실시한다.
식사 외에 섭취하는 건강보조식품 종류는 24개 이상으로, 여기에는 크레아틴(근육량, 근력 운동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아미노산 유사 물질), 강황, 아연, 소량의 리튬 등이 포함돼 있다. 크레아틴과 콜라겐 펩타이드가 섞인 그린 주스를 마시는 것도 잊지 않는다.
노화를 막기 위한 피부 관리도 꾸준히 받고 있다. 햇빛은 가능한 피하고 있으며, 매일 일곱 가지 크림을 바르고 매주 필링 및 레이저 시술을 받고 있다.
위험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얼굴에 지방을 주입하는 시술을 받고는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얼굴이 퉁퉁 붓기도 했으며, 체지방이 3%대로 떨어져 심장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존슨과 의료팀은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모든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고 주장한다. 존슨의 신체 나이가 의학적으로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실험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존슨의 생물학적 나이는 5년 이상 줄었다. 최근 진단 결과 심장 나이는 37세, 피부 나이는 28세였으며, 구강 상태도 17세 수준으로 아주 젊었다. 폐활량은 18세의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체지방 역시 원하던 대로 5~6%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결과 40대 중반의 평균 남성들보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툴은 “우리가 추적하고 있는 모든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회춘 전문의’라고 불리는 졸만은 조금 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존슨과의 연구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며, 유전자 치료법을 포함해 연구해야 할 수백 가지의 실험이 더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존슨을 통해 우리는 적게나마 합리적인 결과를 얻었고, 이는 기대했던 바”라면서 “다만 이 실험을 통해 존슨의 신체에 그러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임상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그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데 있다. 누리꾼들은 젊음에 집착하는 존슨의 태도를 ‘아메리칸 싸이코’의 패트릭 베이트먼에 비유하면서 시간을 역행하려는 그의 생활 방식과 강박을 비난했다. 하지만 존슨은 자신을 미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이런 시선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하는 일이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노화는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판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괜찮다”고 했다.
사실 회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IT 업계 부호는 비단 존슨뿐만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회춘과 수명 연장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부호들이 늘고 있다. 가령 2018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노화 방지 치료법을 연구하는 캘리포니아의 생명공학 회사인 ‘유니티’에 거액을 투자했다. 또한 노화 방지 및 수명 연장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인 ‘알토스랩’에도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이팔’의 설립자인 피터 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수년 전부터 노화 치료법을 찾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으며, 베이조스의 뒤를 이어 ‘유니티’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2016년 웹 서밋에서 그는 “대부분의 질병은 노화와 관련이 있다. 30세 때는 이듬해 암에 걸릴 확률이 1000분의 1이지만, 80세가 되면 확률은 10분의 1이 된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우리는 확실히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만약 우리가 노화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그 과정에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역시 멈출 생각이 없다. 얼마 전 그는 ‘회춘 올림픽’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여기에는 노화 과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세계 1750명의 사람들이 등록돼 있으며, 실시간으로 신체 나이에 따라 순위가 바뀌는 전광판을 보면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 또한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담 의료진들은 곧 존슨이 유전자 치료를 포함해 보다 더 실험적인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존슨은 “지금보다 더 좋은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는 상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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