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랙레이블’ 태양·전소미와 한솥밥…달리기 친구 션이 반전 선택에 영향 미친 듯
#하이브도, YG도 아닌 더블랙레이블
박보검은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할 때부터 함께해왔던 매니저와 12년 동안 일해 왔다. 매니저가 소속사를 옮겨 회사를 설립할 때에도 변함없이 함께했다. 그 시간 동안 박보검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응답하라 1988’, ‘남자친구’의 연이은 성공과 블록버스터 영화 ‘서복’ 등을 통해 승승장구했다. 작품 투자와 편성까지 한 번에 이뤄낼 수 있는 ‘캐스팅 1순위’ 배우로 꼽히면서 작품 출연은 물론 광고 제안도 줄지 않는다.
이런 박보검이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을 종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2022년 말부터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들을 바쁘게 움직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박보검에게 계약금 등으로 50억 원을 제안한 곳도 있다’ 말까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지 박보검은 2022년 2월 제대하고 작품 활동에 바로 나서지 않았다. 제대한 스타들이 곧바로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시작해 공백기를 최소화하려고 애쓰지만 박보검은 달랐다. 오히려 1년여 동안 ‘자발적인’ 공백기를 가졌다. 당시 박보검은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연기는 물론 평소 관심과 애정을 쏟았던 음악을 함께 하는 방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보검은 출연한 드라마의 주제곡을 직접 부를 정도로 탁월한 가창력을 지녔다. 해외 팬미팅에서 노래 실력을 과시했고, 해군 문화 홍보병으로 군악대에서 복무하면서 음악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때문에 박보검은 기존에 몸담았던 연기 중심의 매니지먼트사보다 음악 활동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소속사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보검의 이런 뜻이 알려지면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와 블랙핑크가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가 영입 의사를 밝힌 회사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두 곳 모두 케이팝을 글로벌 인기 장르로 만든 양대 회사이지만, 박보검의 선택은 의외였다. 하이브나 YG에 비해 규모가 작은 더블랙레이블로 향했다.
#글로벌 케이팝 탄생의 ‘진짜 주역’ 테디
더블랙레이블은 케이팝 프로듀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테디가 2016년 설립한 회사다. 1998년 YG 설립 초기 소속 힙합그룹 원타임으로 데뷔한 테디는 이후 빅뱅, 투애니원, 블랙핑크 등의 프로듀싱을 맡아 숱한 대표곡들을 만든 ‘히트 메이커’다. 케이팝이 전 세계 음악팬들을 아우르는 글로벌 장르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실력자로도 꼽힌다.
테디는 화려한 명성에 비해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프로듀서’로 통한다. YG의 수장 양현석 프로듀서의 파트너, 빅뱅을 글로벌 그룹으로 이끈 숨은 주역쯤으로 평가받았다. 더블랙레이블을 이끌면서도 블랙핑크 등 음반 작업에만 집중했던 그가 작심한 듯 최근 공격적인 행보로 돌아섰다. 기존 소속 가수인 자이언티와 전소미에 이어 최근에는 YG의 간판인 빅뱅 멤버 태양까지 영입하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박보검의 영입까지 이뤄내면서 엔터 업계는 더블랙레이블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더블랙레이블이 지닌 사업 영향력과 성장 가능성은 모태 격인 YG를 위협할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블랙레이블은 박보검 영입을 계기로 “배우 매니지먼트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배우로서 박보검의 매력이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회사가 갖고 있는 강점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박보검은 테디의 프로듀싱 지원을 받아 글로벌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기 활동과 별도로 음반 출시 등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겨냥하는 케이팝 가수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박보검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은 누구?
박보검이 더블랙레이블과 손잡은 사실이 공개된 직후 업계에서는 양측의 연결고리에 대한 궁금증도 제기됐다. 먼저 아이돌 스타들을 주로 담당하는 비주얼디렉터 A 씨가 꼽힌다. 박보검이 해외 명품 브랜드 행사에 A 씨와 동행하는 모습 등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스타들의 소속사 이적에 스타일리스트나 비주얼디렉터 등 평소 친밀하게 지내는 관계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박보검의 선택에도 A 씨의 존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주인공으로 YG 소속이자 테디와도 각별한 관계인 가수 션이 주목받고 있다. 박보검과 션은 2022년부터 매일 새벽 달리기를 함께 해오고 있다. 달리기를 통해 일정액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두 사람은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SNS에 공개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의 친분은 박보검이 군 복무를 미친 이후 더욱 각별해졌다. 새벽 운동을 통한 기부뿐 아니라 연탄 봉사, 집짓기 봉사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봉사활동까지 함께 한다. 같은 종교를 가진 독실한 신자라는 공통점까지 지닌 두 사람은 박보검의 소속사 이적 등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까지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보검은 얼마 전 션이 다니는 교회로 옮겨 신앙생활을 함께 하고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박보검의 첫 번째 선택은 독특한 제목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다. 가수 아이유와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남녀 주인공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풀어내는 이야기다. 한 세대를 관통하는 대서사의 주역을 박보검이 맡는다는 사실과 더불어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가 극본을 쓰고 ‘시그널’, ‘미생’의 김원석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에서 2023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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