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준호, 비, 배용준. | ||
즉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면 주가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치솟는 테마장이 여전히 유효한 것. 때문에 톱스타들의 이름을 교묘히 흘리면서 주가를 올린다고 해서 ‘괴담’으로 불리는 현상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영애 괴담’, ‘비 괴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주식회사 이영애’가 해프닝으로 끝나고, 비의 소속사인 JYP 인수를 위해 SK텔레콤과 영진닷컴이 발벗고 나서면서 괴담 수준의 소문을 넘어 그 모습이 실체를 드러냈다.
또 한류의 상징인 배용준이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코스닥업체 투자를 결정했고, 젠네트웍스는 연예인들 상당수가 한꺼번에 증자에 참여해 오히려 주주를 걸러내야 할 정도였다. 배용준 카드와 비, 이영애까지 등장하자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제 나올 카드는 다 나왔다는 반응이다.
지난 2월2일 젠네트웍스의 증자에 영화배우 정준호가 참여한 뒤, 17일 증자에는 가수 이상우 김종국, 탤런트 유오성 김명민 김태우, 개그맨 박준형, 장동민 등이 한꺼번에 참여했다.
정준호의 유상증자 참여 이후 3일간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다 주춤한 젠네트웍스는 17일 연예인들 다수의 증자 참여로 다시 7일 가까이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다.
젠네트웍스는 지난해 12월 댄스그룹 ‘더 빨강’, ‘레이디’의 소속사인 로지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했다. 젠네트웍스측은 “디빅스 플레이어 등 디지털 기기를 생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에 대한 필요성 때문에 콘텐츠 사업에 진출하게 되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새로운 콘텐츠 사업부문은 과거 이병헌 고소영 장동건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엠피엔터테인먼트의 심두환 전 대표와 웅진미디어 엔터테인먼트팀장이었던 민문호 전 본부장이 담당하고 있다. 증자에 참여한 사람은 이들이 끌어모은 투자자들이라고 한다.
한편 젠네트웍스의 증자에는 가수 비(본명 정지훈)의 아버지인 정기춘씨가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씨에게 배정된 주식 수는 7만2천주(신주 발행가 1천3백80원)로 투자금액은 1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향후 비의 거취가 주목되기도 한다. 연예인 가족의 투자는 곧 연예인의 투자로 인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지원(본명 전해림)이 스펙트럼의 대주주가 되면서 구설수에 오르자, 소속사가 소프트랜드로 우회상장을 하면서 하씨의 아버지 전윤복씨가 증자에 참여한 바 있다. 연예인 뿐 아니라 연예인 가족까지 투자에 동참하다 보니 가족을 이용해 무리한 투자를 이끌어 내려는 부작용도 있었다.
영화배우 이영애를 영입하려 했던 뉴보텍의 경우 제조업체가 연예계 인사인 백남수 전 에이스타즈 대표를 끌어들여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시도하다 여의치 않자 성급히 (주)이영애 설립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테마주의 최대 히든카드 중 하나였던 가수 비의 소속사인 JYP의 향배도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누가 인수하느냐가 증권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
SM엔터테인먼트(가수 보아)와 함께 한류의 쌍두마차로 군림하고 있는 JYP도 비의 미국 진출을 계기로 최근 수익모델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다음(Daum)이 JYP 지분 50%를 매각하는 등 상장을 염두에 둔 듯한 몸만들기에 들어간 상태다. JYP의 새로운 파트너로는 영진닷컴과 SK텔레콤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JYP와 꾸준한 협상을 해오고 있는 영진닷컴은 23일 공시를 통해 사명을 미디어코프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콘텐츠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경우 YBM서울음반, IHQ 인수에 이어 비를 영입하기 위해 JYP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비는 SK텔레콤의 계열사인 TU미디어의 광고모델인 데다 박진영 JYP 대표와 최태원 회장이 개인적 친분이 있어 유리한 입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수 비는 최근 JYP와 결별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리는 등 갖가지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어 마지막 남은 연예인 블루칩으로 주목 받고 있다.
두 장의 히든카드 중 하나였던 배용준은 비교적 잡음없이 코스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용준씨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아시아를 무대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2월20일 소프트뱅크코리아는 기자회견을 갖고 종합 미디어콘텐츠 사업체인 오토윈테크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스닥업체 오토윈테크의 유상증자에 배용준이 90억원, 인터랙티브미디어믹스(IMX)가 10억원, 소프트뱅크코리아 관계자들이 30억원을 투자한 뒤 사명을 키이스트(Key East)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배씨는 이번 증자를 통해 키이스트의 최대주주로 37.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번 사업구상은 배씨가 직접 나서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6월과 9월 일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배씨가 직접 사업 아이디어를 내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일본 IT업체인 소프트뱅크는 국내 소프트뱅크코리아를 통해 벤처창업투자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뱅크코리아는 키이스트를 아시아 문화산업의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코스닥업체 오토윈테크는 소형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등을 만드는 회사로, 지난해 횡령과 분식회계로 대표이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파행을 거듭해 왔다. 앞서 2월6일 배씨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채 소프트뱅크만의 유상증자가 알려지면서 4일간 주가가 상한가 행진을 했지만 그간 부실 공시로 잦은 거래정지를 맞다 자본잠식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래가 정지됐다. 유상증자된 신주가 배당되는 3월 8일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오토윈테크가 선택된 데는 (주)에이스포엠엔에이 대표를 겸하고 있는 신임 김완기 대표이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소프트뱅크코리아는 오토윈테크의 거래가 정지되었기 때문에 ‘연예인을 내세운 주가 띄우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키이스트 역시 구체적 사업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수익모델 부재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의 문규학 대표는 “문화콘텐츠 산업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략을 가질 수 있도록 투자자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말을 남겼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