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그룹 회장의 자녀들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고, 외국 유학생활 경험을 통해 ‘쿨’한 감정 처리를 배운 이들이지만 막상 배우자의 불륜이라는 ‘통속극’ 소재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재벌가 불륜이라는 이 드라마 같은 사건에 등장하는 재벌가는 K그룹과 S그룹, D그룹이다.
D그룹 회장의 아들 A씨(39)는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남자다운 외모, 게다가 아버지가 중견그룹 회장이고 그 역시 운동 특기로 K대 경영학과를 진학할 만큼 외모나 재력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킹카’다. 대학 졸업 다음해인 스물셋에 결혼해 3개월 만에 이혼한 경력이 있다. A씨는 이혼 4년 만인 27세의 나이에 이번엔 번듯한 재벌가 2세 B씨(38)와 결혼했다.
B씨는 S그룹의 창업주 동생의 딸. B씨의 아버지 역시 계열사 부회장을 맡고 S그룹에서 독립해 소그룹을 이끌다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B씨의 남동생 C씨가 S그룹의 지원사격을 받아 물류회사를 운영하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Y대를 나온 B씨는 갸름한 얼굴에 늘씬한 미인형 외모를 지니고 있다.
A씨와 C씨는 유난히 재벌 2세들이 많이 진학한 K대 경영학과 동문. C씨가 A씨의 3년 후배다. 그런 인연이 있던 A씨와 C씨는 C씨의 누나 B씨가 A씨와 결혼함으로써 처남 매부사이가 됐다.
A씨는 결혼 이후 열두 살짜리 아들과 네 살짜리 딸을 뒀다. B씨는 결혼 이후 남편 A씨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았지만 비교적 관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쿨’하게 대처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해 A씨의 행위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B씨는 남편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적발했다. B씨가 덮친 호텔방에는 놀랍게도 K그룹 며느리 F씨(36)가 남편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F씨는 K재벌의 막내며느리. K그룹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재벌의 창업주 동생이 세운 그룹으로 F씨의 남편 E씨 역시 K그룹 계열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아버지가 중소기업체 사장인 F씨는 명문 S대 미대 졸업했다. 늘씬한 키, 활달한 성품으로 ‘퀸카’로 꼽혔던 인물이다.
F씨는 대학 졸업 직후인 지난 94년 K그룹의 막내아들 E씨와 결혼함으로써 미술활동을 접었다. E씨는 대학을 나온 뒤 결혼 직후부터 계열사 임원을 맡아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아 지난 2003년부터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E씨의 형들 역시 K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이 사건 이전에도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라는 점이다. 이에서 보듯 재벌가 2세들의 좁은 커뮤니티 특성상 불륜의 당사자인 A씨와 F씨 사이에 불륜의 ‘발화’가 언제 어디서 이뤄졌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발화’ 이전부터 이미 알던 사이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A씨와 F씨가 같은 호텔 방에 있다가 A씨의 부인인 B씨에게 ‘딱 걸린’ 것은 지난해. B씨는 두 남녀를 간통죄로 고소하는 동시에 A씨에 대해 이혼소송을 냈다. 사건 직후 K그룹에서는 막내며느리 F씨를 미국으로 보내버렸다. 그러자 법원에서는 A씨는 물론 F씨도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씨가 사건 현장을 덮쳤을 때 F씨는 옷을 입은 채 화장실에 있었다. F씨는 당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며 불륜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같은 방에 있었지만 불륜을 즐기기 위해 그 방에 갔던 게 아니라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F씨의 남편 E씨의 태도다. K그룹의 창업주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그는 낭만파이자 화가 나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활달한 성격에 건설현장에 잘 어울리는 ‘체질’이라며 판을 이끌던 그는 이번 사건이 생기자 극도로 우울한 증상을 보이며 괴로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그룹쪽에서는 막내아들이 ‘오쟁이를 졌다’고 외부에 알려진 사실에 수치스러워할 뿐 사건 자체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이 간통소송은 흐지부지 끝났다. 사건 현장에서 적발 당시 두 남녀가 침대에 함께 있지도 않았고, 침대 시트에서 두 남녀의 모근이나 정액반응도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은 엉뚱하게도 애초의 문제 제기자였던 B씨가 간통과 관련한 소를 취하함으로써 끝났다. 법원에서는 이혼한 A와 B씨 사이의 두 자녀에 대한 친권자로 모친인 B씨를 지정했다. 애들은 엄마가 키우기로 한 것이다. B씨는 이혼조정 성립 뒤 간통소송도 취하했다. 당연히 A씨와 F씨도 자유로워졌다. 때문에 진짜로 A씨와 F씨 간에 간통 ‘혐의’가 있었는지는 영원히 미궁에 빠지게 됐다.
재계에선 B씨가 소 취하 합의 조건으로 A씨로부터 받아낸 위자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확한 액수는 알져지지 않고 있지만 불미스러운 사건과 관련돼 있고 관련 당사자들이 이름깨나 알려진 집안이었다는 점을 들어 ‘소 취하가 화급을 다투는 사안’이라 엄청난 금액이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아버지 회사의 이사로 재직중인 A씨는 사건이 수습된 뒤 지방 소재의 본사 공장에 내려가 ‘자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사건 당사자인 K그룹의 E씨와 F씨 커플은 슬하에 열한 살, 열 살의 두 자녀가 있다. 당장 이혼을 택하지 않았지만 이 부부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평상으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해결책을 모색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