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할부 구입시 내는 보증보험료는 혹시나 모를 불량고객이 추후 할부금을 내지 않을 경우 이를 보험사에서 보존받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이 고객들로부터 받는 것이다. 문제는 고객이 할부금을 중간에 모두 완납하는 경우다. 이동통신사들은 완납 고객에 대해 보증보험료를 보험사로부터 남은 기간만큼의 보험료를 환급받지만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쉬쉬하면서 이동통신사의 수익으로 둔갑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요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한 KTF의 내부자료는 이동통신사들이 이 보험료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KTF의 전략기획부문 경쟁력강화팀이 2004년 5월 27일 작성한 ‘할부 신용보증 보험료 절감 방안’은 이 보험료의 개요, 현황, 절감 방안, 절감 효과에 대한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한 보고서다.
KTF가 납부하는 할부 보증보험료는 고객이 57%, KTF가 43%를 부담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고객으로부터는 ‘채권보전료’ 명목으로 이를 걷고, KTF는 ‘판매촉진비’ 명목으로 이를 지원한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보험료가 단말기 가격과 할부 기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고객은 할부가입 기간에 따라 일정액을 부담(6~12개월 할부시 1만원, 18~24개월 할부시 2만원)하고 나머지 부족분에 대해 판매촉진비로 충당하고 있다.
할부 가입자 비중은 PCS사업이 시작된 1998년에는 총 가입자 238만 3000명 중 5만 2000명으로 할부 비중은 2.2%다. 그러나 1999년 12.8%, 2000년 14.1%, 2001년 36.7%, 2002년 57.7%, 2003년 56.7%, 2004년(4월까지) 62%로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2001년부터는 기기변경 가입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단말기를 할부로 구매하는 고객 수가 2002년 최대 297만 1000명까지 늘어났다.
보고서는 향후 고가 단말기의 증가로 할부 개통의 비중이 더욱 늘어나고 특히 2004년 하반기 번호이동제도로 인해 기기변경 가입자의 할부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 중 ‘할부 보증 보험료 납입 및 보험금 수납현황(2004년 4월 현재)’에서는 KTF가 환급받은 보험료의 규모가 명시되어 있다.
KTF가 보증보험사에 지급한 금액은 1999년 43억 원, 2000년 149억 원, 2001년 514억 원, 2002년 561억 원, 2003년 396억 원, 2004년 4월까지 210억 원으로 6년간 총 1876억 원에 달한다.
그 중 KTF가 환급받은 보험료는 6년간 총 146억 원이다. 연도별로는 1999년 6637만 원, 2000년 3억 5377만 원, 2001년 47억 9509만 원, 2002년 54억 7955만 원, 2003년 27억 3377만 원, 2004년(4월까지) 12억 2086만 원이다. KTF는 이렇게 환급받은 보험료를 자체적으로 회사의 몫으로 산정했다.
보증보험사에 지급한 보험료 중 환급분을 차감한 뒤 실지급액으로 계산한 것이다. 문제는 환급받은 보험료 중에는 고객이 부담한 몫이 있다는 것. 단말기 할부금을 중도에 완납한 가입자는 자신이 낸 채권보전료 중 보험료로 쓰인 부분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KTF는 환급받은 보험료 146억 원 중 고객이 부담한 57%인 83억 원을 이익으로 남긴 셈이다. SK텔레콤의 가입자 수가 KTF보다 훨씬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이동통신 3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할부보증보험료로 남긴 수익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한편 단말기 할부 보증 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은 “가끔씩 할부금을 중도완납한 고객이 왜 자신에게 보험료를 환급해 주지 않느냐며 우리에게 항의 전화를 해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일괄적으로 보험료를 받기 때문에 환급보험료의 가입자 몫은 가입자와 이동통신사와의 문제일 뿐이다”라는 설명을 들려주었다.
서울보증보험은 “KTF와 LG텔레콤은 할부 보증보험료 명목으로 받고 있고, SK텔레콤은 가입 제소요비용으로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고객으로부터 할부 보증보험료로 일괄적으로 1만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보장성 보험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환급해 줄 성질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KTF측은 “단말기 할부는 이동통신사가 단말기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선구매한 후 고객에게 주는 것이다. 고객이 구매대금을 완납할 때까지 장기간의 제반 금융비용은 이동통신사가 부담한다. 고객이 납부하는 채권보전료는 무이자 할부 이자 등 금융비용 전체 중 일부를 부담하는 것이지 할부 보증보험료로 받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판매촉진비 명목으로 수백억 원을 쏟아붓고 있는 실정이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KTF의 해명대로라면, 보험료 명목으로 고객이 부담하는 부분이 57%로 훨씬 많고, 중도 완납한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 간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가입자가 부담하는 단말기 할부 보증 보험료는 1만∼2만 원 수준으로 중도완납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개인에게는 작은 금액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당연히 환급해 주어야 할 이동통신사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받고 있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