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전망 상단 높아졌지만 시장 민감도 낮아져…FOMC 결과와 중국 양회 주목
지난 1월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가 높아졌던 시기로 미 국채수익률 하락(10년물: 연초 3.9%→1월 저점 3.3%)과 달러 약세(105.6→100.8)가 동시에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은 2023년 말 예상 금리를 5.1%로 제시했음에도 시장은 4.8% 내외로 전망하며 연준과 시장 간 괴리가 있음을 나타냈다. 우려했던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온화한 날씨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원활한 공급 덕에 무사히 넘긴 점과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둔화가 지속적으로 나타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또 중국이 지난 4분기부터 경제 재개를 본격화하며 글로벌 성장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하방 압력 방어 역할을 톡톡히 한 게 연초 상승랠리의 기제였다고 본다.
그러나 2월 들어 미국의 강력한 고용보고서와 둔화 속도가 느려진 물가, 견조한 경제지표 등의 영향으로 연준의 지속적인 긴축 정책 우려가 커지며 낙폭을 키웠다. 특히 2월 FOMC 이후 일부 연준 위원 사이에서 50bp(1bp=0.01%포인트) 인상론이 재점화된 점도 투자심리 위축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1월 하락세를 보였던 미 국채수익률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전자산에 대한 니즈를 키웠다. 또 연준과 큰 괴리를 보였던 연말 예상 기준금리에 대한 부분도 크게 좁혀지며 오히려 시장이 연준을 앞서 나가는 역전된 모습 보였는데, 지난 2월 초만 하더라도 4.8%를 예상했던 최종금리는 현재 5.4%(27일 기준)까지 상승했다. 이는 연준의 예상을 상회한 수준으로 당초 25bp씩 3차례 인상을 예고했던 연준보다 1차례 더 높은 4차례 인상을 전망한 것과 같다. 시장이 예상한 최종금리 상단은 5.5%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최근 국채수익률 상승 속도나 금리 전망에 대한 상단이 높아졌음에도 시장은 지난해 4분기 같은 예민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 민감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학습효과 측면도 있지만 크게 두 가지 정도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우선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게 불식됐다.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연준 긴축의 1차 목표였던 2.5%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당시 연준은 더 강하고 센 긴축을 예고하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고, 결국 이는 깊은 수준의 경기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불안을 만들어 투자심리 위축을 가져왔다. 그러나 4~5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는 매우 탄탄하다는 게 입증됐고, 경기 연착륙(soft-landing)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다음으로 앞서 언급했던 연준과 시장 간 괴리가 크게 축소됐다는 점인데, 시장은 그동안 연준의 긴축 정책에 대해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었으나 2월 들어 과감한(?) 현실 반영을 하며 지금은 오히려 연준보다 앞서 있다. 이는 향후 혹시 모를 연준의 돌변에 대비한 보험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제한적 정책기조가 더 높게 오래(longer for higher) 지속될 수 있다는 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광범위한 합의라고 볼 수 있다.
씨티에서 집계해 발표하는 미국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실제 발표치-시장 전망치)는 이달 초 마이너스(-)10.8에서 현재 40.4로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 지수는 1월 말 기준 3.24를 기록하며 2020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상당한 경기침체와 실업률 상승 없이 인플레이션 2% 회귀가 가능하다”고 답한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파월 의장은 2월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을 직접 언급하며 물가둔화에 대한 강한 확신과 의지를 보였지만, 이후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경우 생각보다 끈적한 모습을 보였다. 또 4분기 GDP 잠정치 발표에서 볼 수 있듯이 GDP물가지수(예비 3.2%→잠정 3.6%)와 PCE물가지수(3.2%→3.7%) 모두 속보치 대비 큰 폭 상향 조정되며 물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월 미 증시는 전진을 보였던 1월과 후퇴를 보였던 2월의 팽팽한 대립이 지속되며 FOMC 결과가 나오는 오는 22일(미 동부시간 기준)까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FOMC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고용, 물가 및 실물지표가 예상을 상회한다면 FOMC에 대한 매파적(hawkish) 기대감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50bp 인상론에 대한 무게가 다시 실릴 가능성도 있다. 이는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다.
또 이번 FOMC 이후 업데이트되는 경제전망요약(SEP)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3월은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벗어나는 상황으로 불안정한 요인이 많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통제 가능한 요인들이 많아지면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낮아졌다. 이번에 업데이트되는 SEP에서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기준금리의 레벨이다. 지난해 12월 SEP에서는 5.1%를 전망했지만 최근 시장은 5.3~5.4%를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연준이 시장 눈높이에 부합하는 결과를 내놓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채한도(debt ceiling)와 관련한 협상도 주목해야 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해 10월 1일 시작된 회계연도의 첫 4개월 동안 초과 지출액이 4590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2000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 정부의 연방예산 적자 속도가 확대돼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일찍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미 재무부는 보유 현금 고갈 시점을 지연시키기 위해 특별회계조치 시행을 1월 중순부터 하고 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특히 CBO는 현재의 부채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오는 7월에서 9월 사이에 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이는 월가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하는 시기와 비슷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 양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번 양회는 지난 3년간 강력한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쳤던 중국이 위드코로나 전환 후 맞이하는 첫 회의라는 점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 지도부와 조직이 공식 출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글로벌 긴축이 강화되며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와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경제성장률 5~5.5%, 재정적자 3%, CPI 3%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또 통화정책 완화 기조 유지, 내수확대 및 소비촉진 관련 경기부양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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