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영업권·한샘 투자 등 대규모 손상차손…“기존 사업 수익창출 방안 마련해야” 지적
롯데쇼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제고에 성공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5조 4760억 원으로 전년(15조 5735억 원) 대비 0.6% 줄었다. 영업이익은 3942억 원으로 전년(2076억 원) 대비 89.9% 대폭 증가했다. 백화점과 마트 부문 사업이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부문별 실적을 보면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3조 2320억 원으로 전년(2조 8880억 원) 대비 11.9% 늘었고, 영업이익(4980억 원)도 전년(3490억 원) 대비 42.9%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손실은 2021년 2730억 원에서 지난해 2978억 원으로 늘어났다.
롯데하이마트 영업권, 한샘 투자주식 등이 손상차손으로 잡힌 것이 롯데쇼핑의 당기순손실 확대 이유로 꼽힌다. 손상차손은 회사가 보유 중인 유형자산(토지·생산설비 등), 무형자산(인수합병(M&A)·영업권 등)의 가치가 장부금액보다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 손상차손 규모는 △2019년 1조 3713억 원 △2020년 5502억 원 △2021년 5595억 원 △2022년 6126억 원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롯데하이마트 영업권이 손상차손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업권은 M&A 시 피인수회사에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인수했을 때 발생한다. 앞서 2008년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조 7348억 원의 영업권이 발생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회계기준(K-GAAP)에선 영업권을 최대 20년간 감가상각(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산가치 감소분을 추산해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반면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매년 영업권을 상각할 필요가 없다고 정했다. 유진그룹은 2010년 IFRS를 조기 도입한 뒤 일부 상각된 하이마트 영업권 1조 6833억 원을 유지했다. 2012년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영업권은 1조 6833억 원 그대로 지속됐다. 당시 롯데쇼핑은 하이마트 지분 65.2%를 1조 2480억 원에 인수했지만 높은 영업권에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하이마트 인수 당시 우량한 회사였기에 당사 리테일 사업부와 시너지 효과를 감안해 인수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실적도 악화됐다. 손상차손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충분한 경우 문제없지만 향후 창출할 현금흐름이 악화해 자산가치가 장부금액보다 낮다고 판단되면 반영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 고정비 상승 등으로 (롯데하이마트) 영업이익은 좋지 않다”며 “앞으로 영업권 손상차손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 매출액은 △2019년 4조 265억 원 △2020년 4조 520억 원 △2021년 3조 8697억 원 △2022년 3조 336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9년 1099억 원 △2020년 1610억 원 △2021년 1068억 원에서 지난해 5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장 수는 2019년 466개에서 지난해 407개로 3년 만에 59개가 줄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대규모 손상차손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손상차손의 또 다른 원인으로 롯데쇼핑 오프라인 점포의 실적 악화가 꼽힌다. 2019년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에 따라 기업의 임대(리스)는 자산과 부채로 인식한다. 롯데쇼핑이 한 건물에 대해 임차계약을 맺으면 계약기간 임차료는 부채가 되는 것이다. 실적 부진으로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데다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까지 잃으면서 비용이 쌓일 수밖에 없는 셈.
롯데쇼핑은 백화점, 할인점, 슈퍼, 전자제품전문점, 영화관 등 대부분 오프라인 점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중 백화점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보복소비 수혜를 누렸지만, 슈퍼와 전자제품전문점 등은 침체기를 맞았다. 롯데슈퍼 매출액은 △2020년 1조 6570억 원 △2021년 1조 4520억 원 △2022년 1조 3430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0년 200억 원 △2021년 50억 원 △2020년 40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0~2021년 롯데슈퍼 매장 100개 이상을 정리했다. 2021년 말 롯데슈퍼 점포 수는 400개까지 줄었다.
이 와중에 롯데쇼핑은 2021년 9월 한샘 경영권 지분 27.7%를 약 1조 4500억 원에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당시 한샘 인수를 통해 백화점·롯데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판매망과 롯데건설을 통한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2020년 41조 5000억 원에서 2021년 60조 원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에 들어가면서 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급격히 감소했다. 한샘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도 2조 원으로 전년(2조 2314억 원) 대비 약 10.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17억 원으로 전년(영업이익 693억 원)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 711억 원으로 전년 당기순이익 572억 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또 다른 가구업체 현대리바트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 4957억 원, 영업손실 185억 원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롯데쇼핑은 가장 잘나가는 '꼭지'에서 한샘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롯데쇼핑은 또 지난해 4분기 롯데상사가 보유한 무인양품 지분 40%를 인수했다. 인수가는 비공개다. 무인양품은 1980년 설립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2004년 12월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6 대 4 지분으로 무지코리아를 설립하며 국내에 진출했다.
무인양품은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이끌며 흥행몰이 했지만 2019년 일본 불매운동 후 3년 연속 적자다. 무인양품의 2019년 매출액은 1248억 원으로 전년(1378억 원) 대비 9.9% 감소했다. 2018년 영업이익 77억 원에서 2019년 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무인양품은 회계연도를 2020년부터 8월 결산으로 바꿨다. 회계연도 변경 당시 2021년 1~8월 실적을 공개했는데, 이 기간 매출액은 627억 원, 영업손실 117억 원으로 나타났다. 8개월 만에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무인양품 매출액은 1240억 원으로 전년(1147억 원) 대비 8.1%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43억 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롯데쇼핑이 기존 사업으로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신규 사업 투자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롯데쇼핑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차손이 진행되고, 이런 상황에서 신규 사업 투자도 단행하는데 롯데쇼핑 소액주주들로선 괴로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롯데쇼핑이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부문의 수익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쇼핑이 안으로는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밖으로는 메타버스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며 공격적인 투자 모습을 보인다”며 “아직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수익창출이 확실하지 않은 점, 인수 기업의 영업이익이 확연히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서 이익창출 노력 등 수익성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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