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긴급 기자간담회 “재경기 두 선수 합의하는 방식 진행…정해민 수차례 회유한 적 없어”
—정해민 선수가 경기 중단 당시의 영상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지만 보여주지 않았다던데.
"당시 저희가 양 선수에게 오디오 사고가 너무 커서 어떤 식으로든 (프로그램으로) 사용이 어렵게 돼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저희 프로그램에 100분이나 되는 출연자분들이 계시고 그분들이 녹화 이후에도 어떤 분량으로 나오는지, 어떻게 나오는지 문의를 주신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보니 특정 출연자의 요구를 들어주거나 하는 게 다른 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정해민에게) 설명을 다 드렸다."
—소음이 그 정도로 심하게 오래도록 발생했는데 왜 경기를 더 일찍 끊지 않았나.
"저희도 촬영 전 시뮬레이션을 정말 많이 했다. 다른 프로그램은 출연진들이 실제로 도구를 사용해 볼 수도 있고 리허설도 할 수 있지만 저희는 출연자 대상으로 리허설을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더 다양한 방식으로 굉장히 많은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사용을 못할 정도로 소음이 크더라. 처음에는 어떤 경우에도 게임을 끊어서는 안 된다, 오디오를 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게임은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소음의 범위가 '이런 사고가 있었습니다'라고 설명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더라. 어느 한 쪽에서 난 게 아니라 양쪽에서 다 소음이 발생했다. 초반에는 두 선수들이 열심히 경기 중이었기에 개입이 어려웠으나 약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어쩔 수 없이 저희가 개입해서 중단하게 됐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안전 문제도 컸다."
—재경기 논란이 있는 만큼 선수들에 대한 사과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은데.
"당시 두 선수에게 사과한 것은 진행상에서 발생한 돌발상황에 대한 사과의 의미도 있지만 두 선수가 노력을 통해 100인에서 1등, 2등까지 올라가지 않았나. 다른 선수들은 많은 주목과 다른 매체에서의 콜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준우승과 우승한 두 분은 이런 논란 때문에 그런 혜택이나 방송 이후에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계신다. 그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의 의미다."
—재경기 협의 과정은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제작진과 '피지컬: 100' 관계자는 선수들의 정신력과 회복이 완전히 이뤄진 며칠 뒤에 재경기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렸다. 그런데 정해민 선수는 지금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태라고 판단하셨는지 당일 경기 재개를 오히려 본인이 원하셨다. 우진용 선수와 정해민 선수가 합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해 합의 후 진행된 게 두 번째 재개된 경기다. 격차를 유지한 상태로 재개됐고 저희가 (당일 재개를) 주장해서 진행한 게 아니다. 어느 한 옵션을 강력하게 제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언론에만) 영상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도 납득할 수 있는 공개가 필요할 것 같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촬영 영상은 모두 넷플릭스의 소유라서 저작권 문제 등 이슈가 있기 때문에 향후 대중에 원본을 공개하는 것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재경기 당시 도르래 줄의 상태는 어땠나.
"당시 두 선수가 협의한 내용은 모두 녹음돼 있다. 우진용 선수와 정해민 선수의 입장차가 있긴 했지만 줄을 되감더라도 (재개 전) 격차가 반영된다면 좋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정해민 선수가 앞서 있던 줄 길이 45m를 삭제(절단)해 달라는 의견이 있었고 그대로 벌어진 격차를 재서 잘라냈다. 정해민 선수에게 확인을 요청했는데 괜찮다고 하셨다. 도르래 장치를 어디 옮겨서 한 게 아니라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보는 곳에서 진행됐다. 줄을 자를 때는 각자 선수들이 식사나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고 자른 뒤에 줄을 당겨 확인해 보시라고 했다."
—소음 조치에 윤활유를 사용했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떻게 조치된 건지.
"윤활유는 잘못된 표현이고 담당 스태프가 WD라고 녹 제거 스프레이를 뿌렸다. 장치 시뮬레이션을 할 때 적용했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WD를 엄청나게 도포하지 않고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 이것이 흘러내리거나 할 정도의 과도한 조치는 없었다. 장치를 분해해서 상태를 검토하는 그런 여러 가지 조치도 같이 이뤄졌다.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임이 수십 년간 사람들이 해 온 스포츠가 아니라 저희가 설계하고 디자인한 게임이다 보니 이걸 컨트롤해야 하는 출연자들에게 리허설 할 기회를 줄 수 없어 미흡한 면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저희도 최선의 시뮬레이션을 최대한 많이 해서 매뉴얼대로 최선의 대응을 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스포츠 경기를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연출 부분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스포츠 경기와 같은 느낌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편집이 작년 8월에 끝났는데 변명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실시간으로 시청자 반응을 반영해서 편집될 수 있는 평소 방송이었다면 1~3화 반응을 보며 다듬어나갈 수 있고 돌발상황도 그대로 보여드려야 하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때는 미처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 방송의 시스템 적 차이일 수 있는데 만일 지금이라면 그런 반응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다."
—방송에서 소음 문제가 발생한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경기를 재개하는 방법도 있지 않았나.
"그 부분은 저희가 간과했던 지점이다. 편집 때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방송이든 플랫폼이든 서비스할 때 특정 데시벨 이상의 소리를 서비스할 수 없게 돼 있다. 사고 소음을 그대로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문제였다. 현장에서는 굉장히 큰 굉음인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제한된 데시벨의 소음으로 들리기 때문에 이를 오디오 사고라고 표현하면 '이게 왜 오디오 사고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오히려 그게 조작이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담지 않았다."
—이런 오해를 풀 수 있도록 당시 상황을 대중들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피지컬: 100' 감독판을 제작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두 선수와 오해를 풀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논란과 별개로 '피지컬: 100' 시즌 2에 대한 오디션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렇지 않다. 지금 문제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기에 시즌 2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하는 바가 없다."
—논란의 대응이 상당히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후 정해민 선수와의 합의점은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정해민 선수가 첫 인터뷰를 하기 전날에 문자를 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다음날인지 제작진이 수차례 회유를 한다는 기사가 돌기 시작하더라. 저희는 녹화 이후부터 출연자들과 연락하려 노력했고 정해민 선수와 친분이 있는 선수에게 어떻게 해서든 만나게 해주시고 대화하게 해주시라고 정말 많이 부탁드렸지만 응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제가 SNS에 올린 글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고 다시 연락드렸으나 답장이 없었다. 그런데 또 제가 수차례 전화를 드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결국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겠다 생각했다. 대응이 늦어졌다는 것은 저희도 같은 생각이지만 출연자와 제작진의 대립구도, 진실공방으로 가는 건 정말 원치 않는다. 저희가 진실을 말하게 되는 건 정해민 선수를 반박하는 게 되지 않나. 그것은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이 아니다. 경기 중 출연자들은 땅만 보고 경기하는 경우가 있어 구체적인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도 한다. 저희는 결코 정해민 선수가 거짓을 말하거나 저희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기억하는 최대치를 말씀하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만나서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다."
—두 번째 경기 중단 후 재개했을 때 경기는 어땠나.
"어떤 경우에도 중단하지 않겠다고 협의 후 마지막 진짜 경기에서는 한 번도 중단하지 않고 특별한 안전사고 없이 진행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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