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 구학서 사장(왼쪽서 두번째)이 최근 까르푸 인수를 시사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오픈행사 모습. | ||
신세계는 2년 8개월간 1800억 원을 들인 끝에 지난해 8월 신세계 본점 신관을 개장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백화점을 지어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와 자웅을 겨룰 내실을 다진 것이다. 그런 신세계가 이제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존 이마트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까르푸 인수전 참여는 물론 식품업계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가 올해 M&A 시장을 달굴 대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등장한 상태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의 까르푸 인수의사 공식표명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본점 신관을 오픈했지만 백화점 업계 1위 롯데쇼핑의 매출액을 넘어서지 못했다. 반면 할인점 업계에선 신세계의 이마트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현재 국내 점포 수 79개인 이마트에 까르푸 국내 매장 31개를 합치면 120개로 다른 할인점들을 압도하게 된다. 롯데의 롯데마트 43개, 삼성 홈플러스의 40개 점포가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반면 롯데가 의욕적으로 까르푸 인수전에 참여해 인수합병을 하게 될 경우 할인점 74개를 갖추게 돼 79개인 이마트에 필적할 수준이 된다. 유통업계에서 그나마 신세계가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할인점 부문에서 롯데에 위협당하지 않고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까르푸 인수는 어찌 보면 필수적일 수도 있다.
아직 까르푸 측의 입장 표명이 없지만 신세계는 이번 구 사장의 인수의사 발언을 통해 ‘까르푸 인수에 대비한 여러 시나리오를 갖췄다’는 업계의 평을 듣게 됐다. 신세계 측은 “인터뷰 중 기자의 까르푸 인수의향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구 사장이) 대답을 한 것일 뿐”이라며 ‘사전의도가 있었을 것’이란 일각의 시선을 차단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우리에겐 돈과 의지가 있다”며 까르푸가 매물로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까르푸 측과의 교감이 있었는가 여부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30년 서울 명동에 문을 연 신세계는 일대 상권을 주름잡다가 지난 1979년 롯데백화점 본점 개점 이후 2년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지난해 이명희 회장은 본점 신관 오픈과 함께 선친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의 인연을 언론에 소개하는 등 의욕적인 대외 행보를 보이며 롯데와의 백화점 업계 경쟁에 불을 붙였지만 롯데로부터 백화점 부문 1위를 빼앗아오지는 못했다. 따라서 신세계 측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마트 조직에 까르푸를 합칠 경우 할인점 업계를 평정하게 돼 그동안 백화점 부문에서 롯데에 번번이 밀려온 설움을 날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신세계의 몸집 불리기가 여기서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구 사장의 까르푸 인수의향 발언 이틀 전인 3월 7일 신세계 계열인 신세계푸드는 2010년 매출액 1조 원 달성·업계 1위를 목표로 사업 확장에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단체급식을 주력으로 삼아온 신세계푸드는 종합식품유통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급식사업뿐 아니라 식자재 유통과 가공, 외식사업을 4대 핵심사업으로 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신세계푸드가 기존 식품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선 신세계푸드 측이 식품업체 A사를 접촉하며 인수·합병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A사는 지난해 순이익 150억원을 기록한 알짜회사지만 지난해부터 치열해진 식품업계의 경쟁 때문에 올 초부터 대기업의 M&A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대두되기 시작했다. ‘신세계푸드 측과 A사 측이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는 소문에 대해 신세계 측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유통업과 식품업 분야에서 조건만 부합한다면 얼마든지 인수·합병을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기존 식품업체 대한 인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백화점 부문에서 롯데에 항상 밀려온 신세계가 할인점과 식품업 강화를 통한 유통제국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