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갱의 타히티 원주민 여인상이나 드가의 발레리나. 고흐의 해바라기,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인물들, 로트렉이 그린 무희들이 이런 행복한 소재에 속한다. 우리나라 작가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이중섭의 황소나 박수근의 아기 업은 여인들, 권옥연의 소녀상 등이 그런 경우다.
송진석 작가에게는 탑이 그런 대상이다. 탑을 작품의 주제로 받아들인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점과 인간의 보편적 소망을 기원하는 기복적 의미가 그것이다. 이는 그의 예술관이기도 하다.


가장 소중하고 늘 곁에 있었지만 의식되지 않는 편안함이 주는 아름다움은 세상의 모든 미감 중에서도 으뜸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런 미감을 표현하는 데 우리의 석탑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산악 국가다. 상당히 많은 산이 바위산으로 단단한 석질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루기가 까다로운 화강암으로 만든 우리네 석탑은 아담하고 투박할 수밖에 없다. 돌의 견고한 성질을 달래 솜씨를 보여주기에는 힘이 부친다. 장식을 입히는 데도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소소한 치장은 넘겨버리고 핵심만 담는 방법이 가장 편했을 게다.
따라서 우리의 석탑은 단순한 구조와 몽롱한 선을 담고 있다. 눈앞에서는 화강암의 꺼끌꺼끌한 질감만 보일 뿐이다. 조금씩 발걸음을 뒤로 물리면 자연스런 선에서 나오는 단아한 형상이 보인다. 이래서 은은한 미감이라는 말이 타당한 것이다. 흡사 질감이 튼실한 현대 추상 조각을 대하는 느낌이다.

탑의 기복적 의미는 작가가 회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희망의 메시지인 셈이다. 석사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셨던 탑의 원래 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기복적 대상으로 확장되었다.
송진석은 민화에서 시작해 현대 회화로 넘어온 작가다. 불평등한 사회 제도에 대한 통쾌한 발언과 일상생활 속에 깃든 전통 신앙의 주술적 정서가 결합해 나타난 그림이 민화다. 그래서 민화에는 풍자와 기복적 정서가 버무려 있다. 민화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기복적 요소에 주목한 그가 탑을 소재 삼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인 전준엽은 개인전 33회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400여 회의 전시회를 열었다. <학원>, <일요신문>, <문화일보> 기자와 성곡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했다. <화가의 숨은 그림 읽기> 등 저서 4권을 출간했다. |
전준엽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