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신 CI 및 아름다운 기업 선포식’을 가졌다. 가운데가 박삼구 회장. 창립 60주년을 맞아 어떻게 ‘몸’을 만들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
그러나 지분정리 와중에도 금호만의 독특한 형제경영의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며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에 대한 4형제의 지분율을 똑같이 유지하고 있어 계열 분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올해 M&A 매물로 나와 있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금호산업 밀어주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게를 얻고 있다.
금호 측은 그룹이 강점을 가진 사업부문 및 시너지효과 극대화에 부합하는 사업군에 대한 신규성장동력을 확보해 업계 1등 기업가치를 창출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업계 1위를 차지한 계열사가 없는 상태에서 장기적인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원)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이다.
지난해까지 금호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의 지분 42.49%를 보유하고 있고, 자회사격인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31.59%와 금호타이어 32.14%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주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은 오너일가 4형제가 고루 가지고 있다.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네 아들인 박성용 전 회장, 박정구 전 회장, 박삼구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이 각 10.01%를 가지고 있다. 작고한 박성용 전 회장과 박정구 전 회장의 몫은 아들인 박재영 씨, 박철완 씨가 각각 상속받아 보유하고 있다.
박씨 오너 일가는 3월 2일 공동 소유하고 있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4%를 304억 원에 금호산업에 넘긴 뒤, 그 매각대금으로 3월 10일 금호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의 지분 5.8%를 519억 원에 사들였다.
물류·서비스 분야의 지주사로 지위가 격상된 금호산업의 오너일가 지분을 늘리고 기존 지주사인 금호석유화학의 지분율을 낮추게 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에 집중된 지배구조를 점차 금호산업 쪽으로 그 비중을 늘리겠다는 신호인 셈이다.
그룹이 양대 주축으로 재편되면서 계열 분리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도 있었지만 오너 일가는 이를 일축시키듯 금호산업 지분율도 네 형제가 똑같이 유지해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갔다.
한편 금호산업은 자회사들을 꾸준히 계열사에 넘기면서 매각대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던 화학업종을 금호석유화학에 매각했다. 1월 31일 금호피앤비 지분 22.49%를 246억 원에, 2월 22일 금호타이어 지분 32.14%를 202억 원에 금호석유화학에 매각했다.
또 자체 보유하고 있던 인천공항에너지 지분 30%를 53억 원에, 아시아나공항개발 지분 52.7%를 251억 원에 아시아나항공에 매각했다. 일련의 계열사 간 지분이동을 통해 금호산업은 750억 원 이상의 매각대금을 확보한 셈이다.
비주력 계열사는 외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도 함께 하고 있다. 골판지 전문 제조업체인 금호페이퍼텍 지분 56.41%를 아시아시멘트와 아시아제지측에 매각한 것. 총 매각대금 280억 원을 확보한 금호렌터카와 아시아나레저는 각각 해외투자와 각종 시설투자에 매각대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대금을 계열사 간 지분이동에 이용하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활발하게 금호그룹이 얼굴(CI) 및 몸만들기에 나선 것에 대해 금호그룹측은 “레저·물류 등 서비스 업종은 금호산업 주축으로, 석유화학 등 제조업은 금호석유화학 계열로 양분화해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호그룹이 올해 M&A 시장에서 대형 매물 획득을 위해 ‘총알’을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하기도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이 11조 1147억 원에 이르지만 당기순이익은 5079억 원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주력사업인 아시아나항공 등 적자가 지속되던 업종들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또한 올해 매출목표를 12조 8000억 원으로 15% 이상 상향조정했고 영업이익도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뛰고 있다.
그러나 그룹 규모에 비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주력사업이 없다 보니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M&A 필요성이 그룹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는 것. 최근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박삼구 회장은 “언제든지 1조 5000억 원짜리 수표를 발행할 수 있다”며 자금 동원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렇지만 금호그룹 주력 계열사의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권을 통한 자금마련에 한계가 있다 보니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현재 금호그룹은 신용평가 3사의 기업채권 및 기업등급 평가에서 BBB 또는 BBB-로 비교적 낮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과도한 금융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체인 금호산업 한 곳으로 자금을 집중한 뒤 신용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M&A 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외부에서 보는 금호그룹의 시나리오다.
한편 금호산업은 대한통운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대한통운 주식 36만 4200주를 사들여 현재 지분율 18.1%를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금호의 최종 사냥감이 대우건설이 아닌 대한통운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는 금호아시아나의 경쟁사인 한진그룹의 사업포트폴리오와 정확히 일치하기도 한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