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7년가량 오래 살아…소득 높은 베이징·광둥·저장·상하이가 ‘톱4’
중국의 인구 전문가들과 당국은 수년간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2035년 중국 기대수명 예측’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22개 성,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질병 모니터링, 인구 통계 조사 등을 바탕으로 했다.
2035년 중국인 남성 기대수명은 78.1세다. 여성은 85.1세로 나타났다. 종합 결과는 81.3세였다. 연구진들은 2035년까지 꾸준하게 기대수명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논문 1저자인 난징공과대학 부교수 바이루하이는 “건강한 중국 2030 계획, 14차 5개년 계획의 기대수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명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측된 대상은 베이징 거주 여성이다. 베이징 여성의 2035년 기대수명은 92.6세다. 그 뒤론 광둥(91.6세) 저장(90.5세) 상하이(90.3세)가 그 뒤를 이었다. 4곳은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90세를 넘겼다.
남성의 기대수명이 가장 높은 지역은 상하이였다. 2035년 상하이 거주 남성 기대수명은 83.9세였다. 베이징 여성과는 8.7세 차이다. 상하이 다음으론 베이징(83.6세) 저장(82.4세) 광둥(82.2세) 순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모든 지역의 기대수명은 2035년까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성별로는 광둥 여성(6.3세)과 티베트 남성(4.9세)의 기대수명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남녀 기대수명 차이가 갈수록 벌어진다는 점이다. 2019년 기대수명 차이는 6.2세였지만 2035년엔 7.0세였다. 소수의 지역을 빼고는 전국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의 기대수명이 더 늘어났다.
이런 결과는 지난 수십 년간 기대수명을 늘리기 위한 정책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우선 영아, 5세 미만 유아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 게 결정적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심혈관 질환, 만성호흡기 질환 등 사망률이 높았던 질병의 치료법이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의료 수준 향상과 함께 교육 수준 향상도 기대수명 연장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바이루하이 교수는 “기본적인 건강 소양을 갖춘 국민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영양 섭취에 신경을 쓰고, 꾸준히 건강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의료보험제도의 발달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 것도 기대수명 연장의 한 이유로 꼽혔다.
경제가 발달하고 소득이 높은 지역일수록 기대수명이 높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남녀 모두 기대수명 4위 안에 들었던 베이징·광둥·저장·상하이는 중국에서 손꼽히는 경제도시다. 이 지역들은 의료 및 교육 수준 역시 다른 지역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바이루하이 교수는 “소득이 낮은 지역은 여전히 영아 사망률이 높다. 또 의료여건이 좋지 않아 질병에 걸렸을 때 치료하기가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는 “도로 교통 사정이 열악해서 이로 인한 부상도 중요한 사망 원인이다. 이 모든 것들이 기대수명을 감축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높은 것은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실제 평균 수명도 여성이 더 높다. 바이루하이 교수는 “생리적인 이유, 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유전자와 호르몬의 분비, 질병에 대한 감수성 등이 다르다. 또 흡연과 음주, 비만 등의 비율도 남성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지난 2015년 ‘질병 예방 및 통제 작업 진행 상황’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대수명을 높이기 위한 수많은 대책을 만든 것도 이때부터다. 당국 관계자는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다. 이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사망자 86.6%는 만성 질환으로 인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혈관·뇌혈관 질환, 악성 종양 등이다. 기대수명을 늘리기 위해선 이 질환들의 예방,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국은 ‘생애주기’ 건강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만성 질환 고위험군을 선별, 이들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섰다. 이와는 별개로 1차 의료기관의 진료 수준을 높이고, 국민들을 상대로 건강 교육을 강화했다.
생활방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이를 전국 각지에 배포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하루 세 끼를 먹고, 과일 및 채소 섭취량을 늘리도록 권고했다. 금연과 금주 캠페인도 실시했다.
‘수면 라이프’도 신경을 쓰는 분야다. 불규칙적으로 잠에 들어 늦게 일어나는 사람들의 경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보다 사망 위험이 10%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불면증은 만성 질환의 유발 요인이기도 하다. 당국은 기업들에 ‘노동자들의 충분한 휴식과 수면 시간을 보장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적당한 운동, 일정 시간 이상의 산책, 과도한 휴대폰 사용 금지도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들이다. 특히 중·장년층을 위해서 산책, 체조, 자전거 타기 등의 저변 확대에도 많은 예산을 쏟고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된 것은 ‘마인드’다. 한 장수 연구 기관은 100세 이상 노인들을 오랜 기간 추적해온 논문을 발표했다. 장수 노인들의 공통점은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평소 사교적이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질병에 대해서도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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