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재벌 순위가 직원들 평균 연봉 순위는 아니라는 점이다.
2005년 국내 상장사들 중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회사는 재계 10위권에 드는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홀딩스로 8200만 원이었다. 그 뒤를 우리금융 7452만 원, SBS가 7200만 원, 신한지주 7000만 원이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임원은 제외한 수치다.
GS홀딩스 등 지주회사가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지주회사들의 직원 수가 GS홀딩스 22명, 우리금융 66명, 신한지주 98명으로 적은 데다 직원들이 변호사와 회계사 등 고액연봉자들이기 때문이다.
연봉 상위 30개 기업들에는 금융업, 석유·가스 등 에너지화학업종, 건설업체, 통신업종이 고액 연봉을 지급하는 업종으로 나타났다.
금융업종으로는 우리금융, 신한지주 외에 외환은행이 6610만 원으로 6위, 대구은행이 6400만 원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장치산업에 속하는 에너지 및 화학업종의 대기업이 고임금군에 속해 있는 것도 흥미롭다.
특이하게 비금융·비제조업인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6200만 원으로 14위다. 포스코는 6354만 원으로 13위를 차지했는데 직원수가 연봉 상위에 랭크된 업체들 평균보다 훨씬 많은 1만9004명으로 지난 한해 직원 연봉 지급액만 1조 2076억 1853만 1000원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업체의 직원들은 과연 연봉을 많이 받는 만큼의 생산성을 내고 있는 것일까. 연봉 액수와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연봉을 많이 받는 만큼 높은 생산성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매출실적이 없는 지주회사를 빼고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 상위 10개 업체를 보면, SK텔레콤이 1인당 6억 1600만 원의 영업이익(평균연봉 6100만 원)을 냈다. 직원 1명이 연간 6억 1600만 원을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그 뒤를 이어 LG석유화학이 1인당 3억 9900만 원(평균연봉 6166만 3000원)을 벌어들여 2위, 에쓰오일이 3억 6500만 원(평균연봉 5821만 7000원), 호남석유화학이 3억 5200만 원(평균연봉 6180만 1000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온다. 한진해운, KTF, 대한해운, 포스코, SK가스, 동국제강이 10위권 안이다. 상위권만을 놓고 볼 때 연봉은 별차이 없지만 영업 이익은 2억 원 정도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영업이익은 경상비, 세금, 지분차익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매출에 따른 이득을 계산한 것으로 직원들이 발로 뛰어 얼마나 벌어들였나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그러나 기업의 최종 벌어들인 이익은 당기순이익으로 이를 종업원수로 나눈 1인당 순이익은 호남석유화학으로 1인당 5억2900만 원을 벌어들여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뒤를 SK텔레콤, SK(주), LG석유화학이 차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종업원 평균 연봉은 4600만 원으로 중위권에 랭크되어 있지만 1인당 영업이익은 2억 4256만 원으로 10위이다. 1인당 당기순이익도 1억 9129만 원으로 낮은 임금에 비해 회사에 많은 이익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과 대한해운도 각각 연봉이 5009만 원, 4476만 원이지만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은 516개 상장사 중 5위, 7위를 차지할 정도로 직원 1인당 생산성이 높았다. 세양선박의 경우 직원 1인이 올린 매출액은 87억 3287만 원으로 상장사 중 2위를 차지할 정도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해 1인당 영업이익 상위사에 랭크되지 못했다. 일은 많이 했지만 실익이 없었던 경우라 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업체는 배합사료 제조업체인 CKF(구 천광산업)가 종업원 1인당 순이익 상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액은 280억 원으로 소규모 업체지만, 직원 수가 55명에 불과해 1인당 당기순이익은 2억 2565억 원을 기록했다.
종업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했다. 2004년 6만 1899명에서 1만 8695명이 늘어나 2005년 직원수는 8만 594명으로 종업원 수 증가율에서도 1위다. 삼성전자 한 업체가 8만 명 이상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삼성전자가 종업원 수 증가율 1위를 기록했지만 평균 연봉 감소율에서도 손꼽을 만한 기록을 남겼다는 점이다. 이익감소로 성과급 배분액이 줄어들자 1인당 평균 연봉이 7130만원에서 5070만원으로 28.9%가 줄어든 것. 이는 올 초 진행됐던 삼성전자의 성과급 파티가 2005년 봄보다는 못했다는 얘기다. 덕분에 삼성전자의 1인당 평균 연봉 순위는 1위에서 80위로 급락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고용 종원업 수 2위는 현대자동차가 5만 4115명, 그 다음은 KT가 3만 7904명, 기아자동차가 3만 2745명, LG전자 3만 1633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1인당 평균연봉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해당 업체 직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특히 노동조합에서는 ‘귀족노조’라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애써 이를 부인하고는 한다. 롯데그룹의 경우 롯데쇼핑 1787만 원, 롯데제과 2684만 원, 롯데칠성 2989만 원으로 7개 계열사의 평균연봉이 3444만 원으로 10대 그룹 중 가장 낮게 나왔다. 세간에 나돌고 있는 ‘롯데그룹은 짜다’라는 통설이 어느 정도는 맞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 쪽에선 롯데쇼핑의 경우 백화점과 할인점 특성상 비정규직이 많다 보니 평균연봉이 적게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평균연봉이라면 대리급의 연봉 수준으로 나오는 것이 적정하지 않냐는 반응도 나온다. 단순 산술 평균치는 의미없는 숫자라는 얘기다.
※1인당 연봉은 임금의 단순 평균으로, 실수령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지난해 연봉 평균 상위 20개 기업 (단위:원) | ||
회사 | 2005년 연봉 | 2004년 연봉 |
GS홀딩스 | 8200만 | 5000만 |
우리금융 | 7452만 | 6203만 |
에스비에스 | 7200만 | 6200만 |
신한지주 | 7000만 | 8700만 |
E1 | 6960만 | 6560만 |
외환은행 | 6610만 | 5681만 |
SK(주) | 6603만 | 6427만 |
태영 | 6519만 | 5682만 |
대우건설 | 6440만 | 5230만 |
삼성정밀 | 6400만 | 6700만 |
대구은행 | 6400만 | 5800만 |
코오롱유화 | 6378만 | 3023만 |
포스코 | 6354만 | 5718만 |
제일기획 | 6200만 | 6172만 |
호남석유 | 6180만 | 5800만 |
LG석유 | 6166만 | 5895만 |
한화석유 | 6140만 | 6100만 |
대한도시가스 | 6100만 | 5145만 |
SK텔레콤 | 6100만 | 5930만 |
한라공조 | 6023만 | 6101만 |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